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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화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도둑이 없고 질서가 잘 잡힌 선진화 된 나라다. 그래서 일본을 '친절의 나라 혹은 도둑 없는 나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느 날 나는 직장일을 마치고 사우나에 갔다. 사우나에 들어 가기 전에 신발장이 있는데, 그곳에 신발을 넣고 100엔을 넣으면 잠글 수 있다. 그날 따라 뭐에 홀렸는지, 나는 이상하게 돈 100엔을 넣지 않고 그냥 신발만 집어넣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도둑이 없기로 소문난 일본에 왜 이런 신발 보관함이 있는지 선듯 이해가 안 됐다. 마침 지갑에 동전도 없고 해서 그냥 동전을 넣지 않은 채 신발을 넣어 둔 것. 그런데 목욕을 마치고 나와 신발을 찾아 나가려는데 신발은 없고, 다른 신발이 놓여 있었다. 이상해서 한참을 찾았으나 내 신발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안내데스크에 가서 신발분실을 알렸더니 혹시 다른 곳에 넣은 것 아니냐고 확인 하는 것이다. 무슨 신발이냐 ,무슨 색이냐 등등 질문을 연속적으로 하였다. 신발장을 자물쇠로 잠구었냐는 질문에 나의 말문이 닫혔다.

 

동전이 없어서 잠그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우리 사우나측에서는 책임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다른 신발함을 한참을 찾아보고 나서 난 할 수 없이 다른 슬리퍼나 빌려주는 신발은 없냐고 물었다. 직원은 500엔에 팔고 있는 슬리퍼가 있으니 그것을 사라고 하였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할 수 없이 슬리퍼를 샀다.

 

추운겨울에 신발을 신지 않고 슬리퍼를 신고 자전거를 타자 바람이 페달위의 발가락사이로 들어오면서 추위가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빨리 집에 가서 몸을 녹이려고 페달을 힘껏 밟았다. 그런데 중간에 자전거 바퀴가 펑크 나버렸다. 설상 가상이라고 하였나, 왜 하필이면 신발을 도둑 맞고 오는 이 추운 겨울 저녁에 또 펑크가나는지... 정말 속에서 뜨거운 혈기가 올라오고 감정조절이 힘든 상태가 되었다.

 

한참동안 밤하늘을 쳐다보며 성질을 내보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며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날씨는 춥고 바람은 차갑고 갈길은 아직 2km로 정도 남았고, 정말 왕 짜증 그 자체였다.

 

한참을 생각하고 나자 감정이 조금 수그러들었다.어차피 일어난일들을 인정하고 그것을 좋게 생각하자고 결론을 얻었다. 이런 안 좋은 사건을 좋게 생각하자고 마음먹기로 했다.자전거 타서 가는 것 보다 걸어서 집까지 가는 것이 운동량이 더 많고, 뱃살도 빼고, 건강에도 좋은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하니 펑크난 것이 그리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기분이 한층 좋아졌다. 남들은 돈내고 일부러 헬스센터에서 뛰고 걷는데 나는 신선한 밤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한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추운겨울에 신발을 도둑맞고 슬리퍼를 신고 도로에서 자전거신발인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끌고 걸어가는 모습을 생각 하니 홀로 웃음이 나왔다. 달밤에 생쇼을 한다는 생각에 입가에 웃음이 번져 있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언제나 사건사고가 일어난다. 그것은 좋은일일 수도 있고 나쁜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건 사고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달라진다는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신발 분실 사건은 분명 나 자신의 실수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인간이 사는 사회는 어디나 대동소이 하다는 것을 느꼈다. 신발은 그다지 비싸지는 않지만 브랜드가 있어서 그런지 젊은 학생들이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 했다. 남들은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준다는데 나는 신발로 학생에게 좋은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사람 사는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난다. 간단한 사고 이거나 큰 사고 이거나 그것을 통해서 사람은 깨닫음을 얻고 자신을 뒤돌아보고 미래를 더 준비하게 된다.

 

이번에 태안반도의 기름유출사고을 통해서 우리는 결국 미래에 이런 일들을 방지 할 수 있는 경험과 우리 국민들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렇듯 사건사고는 미래를 준비하는 성장의 자극점이 된다.     


#사건과 사고를 통한 생각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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