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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개강과 동시에 내가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강의평가를 공개합니다"라는 대자보가 학교 곳곳에 공개됐다. 대학 총학생회에서 2007년도 2학기 강좌에 대해 자체적으로 강의평가를 실시한 것.
 

총학생회 웹사이트를 이용하여 학생들의 참여를 통한 공개강의평가를 계획했고, 그 결과물을 새 학기 개강과 함께 학교 게시판에 공고했다. 강의를 받고 있는 학생 입장에서 그 내용을 보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이 공개 강의 평가는 너무 단순하고 평면적이었다.

 

인터넷으로 실시된 공개 강의 평가 문항은 "강의는 강의계획서대로 진행되었는가?","담당 교수의 강의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는가?" "강의 내용과 이론이 실제와 잘 부합하였는가?" "성적평가 방법은 공평하고 합리적이었는가?" 등이었고, 답변은 '매우 그렇다, 그렇다, 보통이다,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 중에 하나를 클릭하면 점수가 매겨지고, 누적된 점수의 평점이 그 과목이 베스트(best)강의가 될지 워스트(worst)강의가 될지를 정해준다. 그 밑에 댓글로 쓰는 강의평가 100자평은 그야말로 댓글 놀이 수준이었다. "우왕 굳 ㅋ", "ㅉㅉㅉ" 같은 리플이 버젓이 달려있었다. 

 

참여도 극히 저조했다. 가장 참여자 수가 많은 과목이 15명의 평가를 받았고, 2명, 1명이 참여한 평가도 있었다. 특히나 수업을 들은 40명 학생 중 2명이 좋다고 하여 베스트(best)강의가 된것은 코미디에 가깝다.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강의의 질적 향상을 위해' 결과를 대자보를 통해 학교 곳곳에 공개했다는 점이다. 강의평가에 몇명에 참여했는지는 적어 놓지도 않았다. 그저 교수와 강의의 이름, 그리고 평점이 짧은 평과 함께 기록돼 있을 뿐이다.

 

이런 강의평가에 대해 학생회의 한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서 강의평가를 공개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아직도 강의평가의 공개가 실행되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었다"면서 "처음 시행한 일이라 시행착오가 있었고, 질문 내용이나 평가 기준의 객관성은 보완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강의를 하고 있는 한 교수는 "강의평가의 공개 여부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공개강의평가는 깊은 고찰과 대안적 상상력이 부족했다고 밖에 볼 수 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보다 질 높은 강의를 위한 평가는 바람직하지만, 평가를 위한 평가는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부작용만 불러올 수 있다. 강의평가 대상인 교수나 학생이 고개를 끄떡일 수 있는 준비된 평가가 아쉽다.


태그:#대학생 우경화,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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