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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훈 원장 이계훈 DSME 서문부속의원 원장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이계훈 원장이계훈 DSME 서문부속의원 원장이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 김석규

"난 말발만 늘고 딴 거는 안 늘어."

 

대우조선해양 서문 초입에 자리잡은 DSME 서문 부속의원. 이곳은 대우조선해양 근로자들이 몸에 난 병과 상처를 치료하는 곳으로 여느 병원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 병원을 갔다 오면 몸의 상처와 병을 깨끗하게 나아오는 것은 물론 마음의 병까지 '덤'으로 '싹' 고칠 수 있는 특별한 곳으로 근로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근로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지난 24일 DSME 서문 부속의원을 찾았다. 하얀 가운에 안경을 코에 살짝 얹어 쓴 할머니가 원장실에서 기자를 반긴다. 이름도 범상치 않다. 이계훈.

 

할머니 원장 선생님은 근로자들 사이에선 큰 누님으로 통하고 있단다. 연세를 여쭈었다. "여자 나이는 묻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라며 우문현답이다.

 

근로자들이 원장 나이 맞추기 내기를 하는 환자도 있었다고 한다. 55세~60세로 단정을 짓고 5만원을 걸어 내기에서 이겼다고 자랑까지 하는 환자도 있었단다.

 

할머니 원장은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의사생활을 40여년 하다 정년퇴직(65세)하고 7년 전인 2000년 거제도에 왔다.

 

대우병원 원장의 초청을 받은 산부인과 의사인 남편을 따라 거제도에 왔다. 남편은 대우병원에서 1년여 동안 산부인과 의사를 했다. 그렇게 거제도에 온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DSME 서문 부속의원 원장 자리가 비어 대우병원 원장의 소개로 이곳의 원장이 됐다.

 

시커먼 손을 꼬옥 잡아주며 의사와 환자의 만남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으로 눈과 눈을 마주치며 서로의 마음을 소통하면서 경상도 근로자들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자 그 두려움은 사랑으로 바뀌었다.

 

이계훈 원장 이계훈 원장은 근로자들을 자식처럼, 그리고 내 손자처럼 봐 주고 있다.
이계훈 원장이계훈 원장은 근로자들을 자식처럼, 그리고 내 손자처럼 봐 주고 있다. ⓒ 김석규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환자를 내 아들, 내 딸처럼, 손자 손녀 대하듯 사랑주고 사랑받으면 고객감동이 아니라 '고객기절'로 무엇으로도 고칠 수 없는 병도 낫고 만단다.

 

오랜 미국생활에서 터득한 스킨십과 대화, 그리고 믿음(종교)에서 나오는 그녀의 사랑과 희생이 더해지면서 무뚝뚝한 근로자들을 사로 잡아버린 것이다.

 

할머니 원장은 대화가 많은 까닭에 "난 입만 늘지 딴 거는 안 는다"고 농을 섞는다. 의사를 잘 만나는 것, 좋은 약에다 환자가 잘 따라주면 병은 금방 나을 수 있다고 할머니 원장은 말한다. 일명 병을 잘 낫게 하는 3박자다.

 

의사로서의 마지막 소임을 다하고 있는 할머니 원장은 꼭 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암환자들이 희망을 갖고 치료할 수 있도록 '암치료 동호회'를 만드는 것. 대체의학이 과학적으로 증명은 되지 않았지만 치료효과가 있는 것이 꽤 많단다.

 

수술하고 치료받고 병원에 꾸준히 다니면 생명을 상당히 연장할 수 있고, 완치도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의사란 직업을 놓을지 언제 모르지만 여기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할머니 원장은 그만두면 미국으로 돌아갈지 거제에서 여생을 보낼지 아직도 마음은 '반반'이란다.

 

가족과 함께 미국에 있으면 또 그렇게 있고 싶고, 거제도로 돌아오면 또 일이 있고 근로자들을 만나는 재미에 또 거제도에 있고 싶고 아직도 할머니 원장 마음은 여자라서 갈대다.

 

환자들이 두고 간 시집이며 사탕 등 잡다한 것들로 가득 찬 할머니 원장의 진료실에선 병원 특유의 소독 냄새 대신 사랑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불편하면 언제 한 번 찾아오세요. 마음의 병까지 '싹' 고쳐 드릴께요"라며 그녀는 기자를 배웅했다.

덧붙이는 글 | 거제신문에도 실렸습니다


#거제#D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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