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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연곡해수욕장 위쪽 영진항은 낙후된 어촌으로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었다.맑고 깨끗한 쪽빛바다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 강원 영진항의 시리도록 아름다운 해변의 조개잡이배 강원도 연곡해수욕장 위쪽 영진항은 낙후된 어촌으로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었다.맑고 깨끗한 쪽빛바다가 너무나 인상적이었고.
ⓒ 최동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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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벼르고 별러 오랜만에 처음 가보는 강원도 연곡 해수욕장 위쪽 영진항이란 어촌을 찾아가고 있었다.

올겨울은 유난히 길고 눈도 제법 와서 강원도로 바다를 보러가는 일이 쉽진 않았다. 둘다 바닷가 출신이다보니 일정기간 확 트인 바다의 소금내음의 상쾌함을 맞지 않으면 금단현상이 일어나는지라 1년에 대여섯번 이상을 나이도 잊고 바닷가를 소년, 소녀처럼 헤매이기가 다반사였다.

싱싱한 해물먹거리도 중요한 일과중의 하나라 매콤한 동해시의 곰치국을 먹으러 속초에서왕복 4시간의 운전도 마다않고 달려가선 먹고 열심히 기쁘게 바다 언저리를 쏘다니곤 했다.

남편이 은퇴한 지 5년-다들 철밥통(?)으로 부러워 하던 교수자리를 호기있게 박차고 나와
자유인(본인생각)으로  자유롭게 살면서 끊임없이 내게 전원생활 혹은 바닷가에서 살자고 졸라대서 다툼도 여러번 있었다.

어쩌다 한번씩 좋은곳에 여행하여 잠깐 머무르는 것과 삶을 영위하는건 다르지 않겠냐고 끈질기게 설득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생활의 근거가 되는곳을 떠나 살기가 두렵고 낯선 나는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러운데 남편은 방황하고 마음이 복잡한 듯 했다. 어디를 가도 삶의 평화와 기쁨은 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자식들도 출가하여 자신의 둥지로 날아갔는데 왜 떠나지 못하느냐고 남편은 나를 힐난했다. 남자는 나이들수록 호르몬변화, 빈둥지증후군, 사추기를 더 심하게 겪는다더니 비교적 내성적이고 조용하던 남편은 예전보다 더 고집불통에 옹고집을 피워 나중엔 정말 참기가 힘들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던 차에 4년동안 내가 다리를 두번이나 다쳐 온전히 날 챙겨주느라 약 6개월간을 착실한 주부노릇을 해주었다.(35년간 봉사하고)

그래서 마음이 약간 움직여 한달간 시험적으로 살아 보자고 절충안을 냈다. 그리고 그곳이 좋으면 남편 혼자 있고 난 바쁜 일이 많으니 서울에서 왔다 갔다 하기로 말했으나 그는 대답이 없었다.

마침 아는 사람이 강원도 영진항에 오래된 민박집을 사서 곧 신축할 예정인데 원하면 그냥 가서 살라고 (관리비만 내고)편의를 봐줘서 찾아가 보았더니….

이게 웬일? 주인 내외의 너그러운 마음은 감사할 일이었으나 아마도 60년대 빈민 판자촌 비슷한 낡고 황량한 집(마음속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름)에 그는 완연히 실망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아직 개발이 안된 낙후된 청정해역의 그 시리게 맑고 푸르던 쪽빛바다는 아주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그곳도 개발이 이뤄지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많이 잃어 버리겠지.

"어때요? 여기 있을래요? 나 먼저 돌아갈까요?" 했더니 그는  말없이 휑하니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아름다운 해변에서 쾌적한 집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싶은 것이다.

언젠가 그 꿈이 이뤄질지는 모르겠으나….
첨부파일
사본_P1010031.JPG

덧붙이는 글 | 은퇴후 바닷가생활 동경하는 남편과 함께한 강원도 영진항 답사기



태그:#강원도 영진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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