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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저녁, 아빠와 짧게 한 전화통화. 나는 긴 생각에 빠졌다. 갑자기 폰을 집어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예지야, 우리 부모님 꽉 잡아두자!”

 

 쏜살같이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다.

 

  “무슨 말이야?”

  “그냥. 우리가 꽉 잡고 있자고.”

 

  아빠가 친구 장례식장에 다녀오셨다는 말에 보낸 메시지였다. 항상 우리 곁에 부모님을 꽉 잡고 있자는 뜻으로.

 

 요즘 내 또래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으면 남 일 같지가 않다. ‘우리가 벌써 이런 일을 겪을 나이구나.’ 마음 한 쪽이 씁쓸하다. ‘건강이 최고’ 라는 말이 깊게 스며든다. 어린 나를 지켜주던 강한 로봇은 어느 새 약해지기 시작했다. 부모님은 이제 무엇이든 물리칠 것 같던 강한 로봇이 아니다.

 

 

  객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나는 부모님을 자주 볼 수 없다. 바쁘다는 핑계로 한 달에 한 번 집에 가곤 한다. 안부전화를 먼저 하기보다 당연한 듯 받기만 한다.

 

  “딸, 잘 지냈어? 전화도 한 번 없고.”

  “아, 시험 기간이라 바빴어.”

 

 순간, ‘아차’ 싶다. 먼저 연락드리려 했는데 또 한 발 늦었다.

 

  ‘자주 연락드려야지. 더 챙겨 드려야지.’ 갈수록 이런 마음이 커진다. 부모님 생각에 마음 한 편이 짠하다.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일까. 내가 커가면서 한층 더 실감한다.

 

  며칠 전, 친구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 친구 마음이 나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 동안 멍하니 있다 부모님께 전화를 했다. 아픈 곳은 없는지, 집에 별 일 없는지. 2달 째 집에 안 간 딸에게 엄마가 한 마디 하셨다.

 

 “딸, 보고 싶으니까 이번 달엔 집에 좀 와.”

 “응. 주말에 별 일 없으면 갈게.”

 

또 안 바쁘면 가겠다는 말이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니 죄송해졌다.  달력에 큼지막하게 글씨를 썼다. 주말 - 꼭 집에 가기 !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도 그렸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어버이 날이다. 이번에도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드리지 못한다. 대신, 아침 일찍 이렇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로 했다. 

    직접 ‘사랑한다’고 말하기 쑥스러운 딸이 선택한 방법이다.

 언제나 함께 할 수 없다. 슬프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다.

 이 글을 쓰면서 마음 속으로 한 번 더 부모님께 말하고 있다.

 

    “제 허락 없이는 안돼요. 옆에 꽉 잡고 있을 거예요!”  

 

 

 

 

 

 

 


태그:#부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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