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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졸업사진을 찍는 기간이 다가왔다. 캠퍼스 이곳 저곳에 내비친 화사한 봄 햇살은 사회 초년생들의 마음까지 설레게 한다. 내년이면 젖비린내 풀풀나는 학생에서 벗어나 어엿한 사회의 일꾼이 된다. 그 기대감이 옷의 매무새에 까지 엿보인다. 다들 멋들어진 정장과 원피스를 입고 학생으로서의 마지막 모습을 사진에 담을 준비를 한다. 그런데 어째 그 수가 그리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대학교 입학식 날을 기억하는가? 입시지옥에서 겨우 벗어나 대학이라는 ‘우골탑’에 첫 발을 들여놓은 그 날을 말이다. 형형색색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복장이 오히려 멋져 보인다. 각기 다른 지방에서 올라와서 동기라며 반갑게 인사하던 그 친구들. 내 기억으로는 우리 학부만 하더라도 족히 200명은 넘어보였다. 이제는 수년이 지나 졸업할 때가 된 친구들이 정작 졸업사진 찍는 날에는 볼 수가 없다.

저기 졸업 사진을 찍기위해 기다리고 있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보인다. 종종 낯이 익은 얼굴들도 있다. 무슨 이야기들을 할까. 

“마지막 학기 학점 때문에 바쁜가봐...”
“걔는 영어공부한다고 어학연수 가 있잖아...”
“이번에 취업준비하느라 안온단다...”
“다음 달에 시험 보잖냐...”

무슨 일에서인지 졸업사진 찍는 겉의 분위기와는 달리 대화 내용이 그리 밝지 않다. 취업준비 때문에 휴한한 동기, 시험 준비로 참석하지 못한 동기, 이런 저런 사정이 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김경진(상명대 식품산업공학과 4년)씨는 “졸업 작품과 논문으로 안그래도 바쁜 와중에 졸업 사진 찍을 시간을 내는 건 조금 번거로워요.” 면서 졸업 사진을 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저 같은 경우는 실습 때문에 바빠서 졸업사진에 신경 쓸 수가 없었죠.” 2년 전 졸업식을 회상하면서 공동하(목포과학대학 치기공과 졸)씨도 졸업앨범을 못 챙겼다고 했다.

사진 촬영에 참석한 친구들은 어떨까.

“그냥 하루 학교에 정장을 입는 다는 것을 제외하곤..조금 우울하더라구요. 예전 졸업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취업이 된 상태이거나 진로가 정해진 안정적인 상황을 상상했었는데,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막상 졸업사진을 찍으려고 하니 불안하기도 하고...” 비단 개인만의 생각이 아닌 것 같다. “같이 졸업하게 되는 선, 후배 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비슷한 걱정거리를 갖고 있더라구요.” 이야기를 꺼내는 홍 아무개(서강대학교 국문과 4년)씨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다.

물론, 모든 학생들이 취업이나 시험에 대한 걱정으로 불참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촬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졸업사진 사업이 아직도 성행하고, 넉넉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대여 회사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대학교 졸업앨범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통념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은 듯싶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졸업사진 찍는 날이면 새로운 기대감에 늘 들떠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회의 전사(戰士)로서의 초석을 다듬는 대학교에서는 졸업사진이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우울한 졸업 사진을 찍는 대학생들이 특정 소수에게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인턴 생활에 목숨을 잃는 학생마저 나오는 판국에, 취업예비생들에게 지워진 짐은 그다지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오마이 블로그 http://blog.ohmynews.com/rapkyo41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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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학생,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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