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4월 전북 김제에서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한 달만에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방역당국의 허술한 방역망과 늑장 대응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은 이미 온 국민이 알고 있다. 이에따라 정부는 AI 확산방지정책으로 재래시장의 생닭과 생오리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했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이번 역시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식 정책은 아닌지? 한국 정부와 정치계의 고질병인 책임전가는 여론이 확산되고 사회적인 이슈화로 발전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주특기이다. 전국민적인 촛불시위와 미국쇠고기 수입 반대 서명이 이어지고 있는 광우병 파동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시장논리에 입각한 소비자의 선택권에 맡긴다면서 재래시장의 경우에는 강제적인 단속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AI 바이러스는 일정한 온도 내에서 가열을 통해 조리하면 사라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닭과 오리 거래에 대한 규제는 타당성이 있지만 이미 도축한 생닭과 생오리의 판매를 규제하는 것은 정부의 방역실패에 대한 책임을 재래시장으로 떠넘기는 것이다.

 

그리고,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산 쇠고기를 소비자의 선택권에 맡긴다면 재래시장의 생닭 역시 사고 안 사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으로 맡기는 것이 공평하지 않을까? 대형 마트와 인터넷 판매로 인해 가뜩이나 침체된 재래시장 상인들의 생존권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처사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는 것 같다.

 

AI 확산방지를 위해 서민들에게는 이토록 강한 정부 모습의 10%만 발휘하여도 국민을 밑바탕에 둔 한미 FTA 협상은 가능하리라 확신한다. 상황에 따라 자율성과 강제성을 오가는 우유부단한 정부의 모습은 열심히 살려는 국민의 의지를 꺾기에 충분하다. 당장 들통날 일임에도 번복을 밥먹듯이 하는 정치가들과 다른 기관으로 책임전가 하기에 급급한 정부조직의 모습을 보면 우리들의 바람처럼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리 밝아보이지 않아 씁쓸하다.

 

중견기업은 없고 영세한 중소기업과 대기업만이 존재하는 기형적인 구조의 대한민국. 90%의 하층민과 10%의 상류층으로 구성된 대한민국. 수만의 외침보다 권력자의 말 한마디에 휘둘려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평등한 대우를 바라진 않는다. 이상만을 품고 살기에는 현실이 너무 혹독한 것 같다. 다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힘없는 국민들을 노리개처럼 가지고 놀지 말라는 것이다.

 

열악한 생존조건에서 집단사육 당하는 가축들에 의해 발병된 AI와 광우병에서 지금 우리네 서민들의 모습과 고통이 많이 닮은 듯한 건 나만의 생각일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조류독감, #AI확산, #재래시장단속, #광우병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