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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 참 편리해졌다. 교통안내 전광판을 보고 몇 분 후에 버스가 올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가는 버스는 2개의 노선이 있다. 140과 111-1번. 140번은 자주 오지만 정류장에 내려 집까지 5분 정도 걸어야 한다. 111-1번은 집 앞에 내릴 수 있지만 한 번 놓치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교통안내 전광판이 없었을 때. “조금만 기다리면 111-1 번이 올 거야”라는 기대를 가진다. 그 뒤로 140번 버스를 몇 대나 지나쳐 버린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결국 140을 타게 된다. 내가 버스를 타고 나면 바로 뒤이어 111-1 번이 달려온다.

“아, 조금만 더 기다릴 걸. 버스기사 아저씨는 왜 이렇게 시간을 안 맞추시는 거야."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 짜증도 나고 괜히 버스 아저씨 탓도 해본다. 하지만 요즘에는 버스 시간 전광판 덕분에 이런 갈등은 해소 되었다. 몇 분에 버스가 올지 금방 알기 때문이다.

 버스전광판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 '시각 장애인에게 버스 도착 정보를 알려줍시다.' 대전 시내 모든 버스 전광판에 이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버스전광판에 붙여져 있는 스티커 '시각 장애인에게 버스 도착 정보를 알려줍시다.' 대전 시내 모든 버스 전광판에 이 스티커가 부착되어 있다. ⓒ 정록정


버스정류장에서 전광판을 보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우연히 이 문구를 보았다. 다른 정류장에서도 이 스티커가 붙은 전광판을 볼 수 있다.
  
"시각 장애인에게 버스 도착 정보를 알려줍시다."

그때 깨달았다. 시각 장애인 분들은 얼마나 답답했을까. 나는 소프트 렌즈를 착용한 지 2년 반 정도 되었다. 가끔 눈이 아파 밖에서 렌즈를 뺀 적이 있다. 렌즈를 빼면 모든 물체가 흐리게 보인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버스 번호조차 보이지 않는다. 시력이 안 좋은 나를 탓하며 친구에게 버스 좀 봐달라고 부탁한다. 겨우 버스를 타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 '눈이 안 보이는 고통이 이런 거구나'라고 느꼈었다.

 대전 충남대학교 앞 교통안내 버스 전광판
대전 충남대학교 앞 교통안내 버스 전광판 ⓒ 정록정


사실 시각 장애인은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것은 드물다. 하지만 연세가 있으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시다면 알려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 집 앞 정류장에는 정류장 가판 윗부분에 조그맣게 전광판이 달려있다.

“학생, 지금 몇 시쯤 됐나~?”
“140번 지나갔나….”

가끔 나는 어르신들의 이런 질문을 받는다. 특히나 어르신들 중에는 이런 시스템을 알지 못하는 분들도 계신다. “저기 윗부분에 전광판 있어요. 보이세요? 5분 후 도착이네요”라고 알려 드리는 게 좋은 방안일 듯하다. 모든 시민들의 편리함을 위해 만든 전광판인 만큼. 그 편리함을 다 같이 누리면 더 좋지 않을까.


#DAKAN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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