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시작은 항상 힘들다. 약간의 두통과 함께 일어나서 몽롱한 정신으로 핸드폰을 연다. 8시가 조금 넘었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다 벌떡 일어나서 얼굴을 찌푸린다. 다시 날짜와 요일을 확인하고는 투덜거리면서 2층 침대서 내려왔다. 적당히 씻고는 옷을 갈아입고 카메라를 챙겨서 기숙사 문을 나선다.
날은 약간 흐리지만 선선해서 움직이기 편할 것 같다. 기지개를 켜다 문득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른다. 찰칵하는 소리는 언제들어도 기분이 좋다. 카메라 상태도 좋고 날씨도 양호하고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다.
출발 예정시간은 9시. 약간씩 걸음을 빠르게 한다. 도착하니 이미 많은 이들이 도착해 서성거리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는 자리에 앉아서 눈을 살짝 감았다 뜬다. 잠이 덜 깼는지 멍하다.
봉정사가 있는 천등산에 도착하다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9시 반경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시동을 걸자마자 봉정사가 어떤 곳일지 머리속에 이렇게 저렇게 그려본다. 수업시간, 누군가 조사해 온 자료를 떠올린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극락전과 대웅전, 하지만 흑백의 사진만으로는 어떤 모습일지 유추하기가 쉽지 않다. 미간을 조금 찌푸리곤, 생각에 잠긴다.
얼마를 갔을까, 웅성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고는 밖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천등산이다. 차에서 내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는 관광안내도에 따라 산을 올랐다.
조금 위쪽에서 교수님과 관광해설사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단한 소개와 함께 해설사님의 봉정사 소개가 시작된다. 봉정사의 유래에 관한 설화에는 두가지 설이 있는데 혹자는 능인대사가 창건했다하고 혹자는 의상대사가 창건했다 한다. 하지만 능인대사가 창건주라는 설이 조금 더 신빙성이 있다고 한다. 확실한 것은 높은 도력을 사용하여 종이 봉을 접어 날려 그 봉이 앉은 곳이 바로 이곳 봉정사라는 것이다.
일주문을 통과하여 길을 오르자 해설사님이 절에 있는 문에 대해 설명한다. 절에는 보통 세 종류의 문이 있는데 초입에 있는 문이 일주문, 가운데 있는 문이 천왕문, 마지막으로 절로 들어가는 문을 불이문이라 한다.
일주문은 기둥이 한 줄로 되어 있는 데서 명명 되었는데, 이 문을 지날때는 세속의 번뇌를 불법의 청량수로 말끔히 씻고 '일심으로 진리의 세계로 향하라'는 상징적인 가르침을 세기면서 지나가야한다.
천왕문은 사찰을 지키고 악귀를 내쫓아 청정도량(淸淨道場)을 만들고 사람들의 마음을 엄숙하게 하여, 사찰이 신성한 곳이라는 생각을 갖게 하기 위하여 세워졌다. 하지만 봉정사와 같이 규모가 작은 절같은 곳에선 일주문과 불이문 사이 길이 짧기 때문에 생략되기도 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불이문은 '불이문' 또는 '해탈문'으로 불리는데, 불이문을 지나야만 진리의 세계가 펼쳐지는 불국정토에 들어갈 수 있으며, 이 문을 들어서면서 부처의 이치를 깨우치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다. 불이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마음에 세기며 불이문(만세루)으로 들어섰다. 불이문을 지나서야 드디어 봉정사로 들어선 것이다.
만세루의 문을 통과하면 눈앞에 보이는 건물이 바로 대웅전이다. 대웅전은 보물 제 55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대웅전 안쪽에는 석가모니부처님을 주불로 모시고 좌우보처로 관세음보살님과 지장보살님을 협시로 모시고 있다. 내부의 단청은 아주 잘 남아 있으나 외부의 단청은 상당히 퇴색되어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만세루에 앉아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절을 천천히 둘러본다. 대웅전의 왼편으로 보이는 건물이 바로 스님들이 경전을 연구하고 강의하던 강당, 보물 제448호 화엄강당이다. 그리고 오른편에 보이는 건물은 무량해회라고 하는데 스님들이 기거하는 곳(요사)이라고 한다.
화엄강당의 뒤편으로 가자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주심포 양식의 목조건물로서 국보 제15호 극락전이 보인다. 극락전 앞마당에는 고려시대에 세워진 3층석탑, 극락전 왼편으로는 참선 수행하는 선방인 고금당이 있다.
극락전을 둘러보고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동승>의 촬영지인 영산암으로 이동하였다. 영산암은 봉정사의 부속암자로서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주 법당은 응진전이며, 법당에는 흙으로 조성된 삼존불이 모셔져 있으며 좌우로 16아라한이 모셔져 있다. 암자는 아담하고 아기자기하여 아늑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잠시 쉬면서 해설사님의 설명을 마저 듣고는 사방으로 흩어져 사진찍기에 돌입하였다.
봉정사는 전체적으로 작고 오밀조밀하게 모여있어 산책하기에도 사진을 찍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영산암을 내려오며 아쉬운 마음에 봉정사를 한바퀴 돌았다. 건물들이 자연가 워낙 잘 어우러져, 심신이 피로할 때 잠시 쉬었다 가면 좋을 듯하다. 내려오면서 보는 하늘은 어느새 개 맑다. 잠시 하늘에 시선을 멈추었다 시원한 공기를 한모금 마시면서 기지개를 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