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르바이트한다는 대학생들 십중팔구는 과외나 학원, 또는 서빙이다. 이건 바로 대학생들에게 가장 만만하고 평범하게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란 말이다. 물론 효율적인 이유도 무시 못한다. 시간 대비 급여가 높아서, 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어서, 특별한 전문지식 없이도 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모두 똑같은 방법으로 돈 벌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들이 스스로 돈을 버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이나 경험의 다양성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학생들의 이런 '판에 박은 돈 벌기'는 흐름을 각자 재미있게 거스른 세 명의 대학생들을 지난 5월 1·2주에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돈벌기 방법 ①] 찜질방에 누워있기 - 조채원(서강대 사학과 2)
다시 제대로 명명한다면 '찜질방에 누워서 구전 마케터들 감시하기'라고 하면 되겠다.
조채원씨는 올해 1월에 동네 찜질방에서 하루 7시간 동안 두 군데의 찜질방에서 뒹굴거리고 일급 7만5천원을 벌었다.
물론 진짜 뒹굴거리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 제약회사가 구전 마케터로 고용한 수다쟁이 아줌마들이 제대로 약 선전을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이면서 뒹글거렸다.
"하루종일 찜질방에 있다보면 기운이 빠진다는 점, 그리고 1달 뒤에 급료가 지급된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아주 만족스러운 돈 벌기 경험이었어요. 지금 중학생을 상대로 하는 과외보다 더 끌려요."일급 7만5천원으로 계산했을 때 네 번이면 한 달 괴외값과 맞먹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채원씨는 "말이 감시지 아주머니들이 워낙 성실히 잘하셔서 그동안에 책을 읽는 등 자기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따분한 과외 알바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즐거운 돈벌기였다고 말했다.
[돈벌기 방법 ②] 창작 예술활동 하기 - 조용선(서강대 기계과 3)
대학교에서 기계과 학도인 조용선씨의 돈 벌기 경험은 특이하게도 창작예술 활동을 통해서이다.
미술도 전공하지 않는 학생이 '그럼 어디서 예술활동을 한단 말이야?'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물었더니, 지난 5월 열린 서울월드DJ 페스티벌에 참여하면서 이 같은 기회가 생겼다고 한다.
"축제 기간 중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난지아티스트로 참여하면서 개인퍼포먼스로 '움직이는 동상(석고 마임)'을 하게 되었죠. 그러다 심심해서 앞에 깡통을 하나 놔뒀는데 이틀 동안 4만원 가까이 되는 돈이 들어왔다." 용선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아서 전공과 상관없이 혼자서 꾸준히 작품활동을 해 왔다. 그는 "남들이 클럽이나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듯 저에겐 작품을 만드는 것이 기분전환제인 셈이죠"라고 말했다.
용선씨는 최근 들어 인사동이나 청계천 광장을 중심으로 개인이 자유롭게 퍼포먼스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작품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특히 용선씨는 "축제라는 공간은 함께 보고 즐기는 분위기가 좋아" 개인 활동보다 더 관심이 갔다고 했다.
또 "한번은 지나가던 사람이 사진을 찍다가 깡통을 보고 '이거 돈내야 하는 거야?' 하면서 도망가시더라구요"라고 하며 섭섭한 내색을 비췄다.
꼭 예술품은 돈을 내고 봐야 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한국 사회에 아직도 뿌리깊게 밖혀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용선씨는 "외국같이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예술활동이 이루어지는 분위기가 어서 한국에도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돈벌기 방법 ③] 사극 드라마 보조출연 - 황용하(한양대 전자통신 컴퓨터 공학부 3)
황용하씨는 제대 후 복학하기 전 드라마 <쾌도홍길동>에서 보조출연, 쉽게 말해 엑스트라 일로 돈을 벌었다. 한 회당 기본 출연료는 보통 6만원이고, 야간촬영일 경우 7만5천원, 많게는 10만원 이상을 받는다고 한다.
한 번 하는 것치고는 보수가 상당히 높은 것 같다는 말에 용하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극 같은 경우 대부분 지방촬영이기 때문에 늦어도 새벽 6시에 출발해요. 그리고는 다음날 새벽에 돌아오구요. 거의 무박2일인 셈이니 보수가 그리 센 건 아니에요."그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과외나 학원알바를 놔두고 보조출연을 택한 이유가 뭐냐는 물음에, 가르치는 일이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용하씨. 힘든 점도 있긴 하지만 사극 보조출연을 하면서 얻은 점도 많다고 했다.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촬영을 기다리면서 거기 있는 다른 보조출연자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트는 버릇도 생겼어요. 민속촌 같은 곳엔 특히 보조출연자들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외국 관광객이 많은데, 지금은 그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사진도 찍어요."보조출연을 하는 데 있어서 또 다른 장점이라면, 전국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용하씨는 <쾌도 홍길동>을 찍으면서 태안·완도·속초 등지를 다녀왔다. 매번 촬영지가 바뀌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재밌게 노는 기분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리고 용하씨는 "사극에선 주로 포도대장이나 포졸 역을 맡는데 평상시엔 할 수 없는 군인 복장이나 칼싸움을 하니 신선하다"라며 일상생활에서 할 수 없는 활동이 큰 즐거움을 준다고 했다.
대한민국 대학생들이라면 이번 여름 남들 다하는 똑같은 돈 벌기에서 벗어나서 좀 더 새롭고, 재밌는 돈벌이를 찾아나서 보는 것은 어떨까. 쉽고 편한 길보다는 때로는 엉뚱하고 뜬금없는 길이 신선한 활력소가 되어줄지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