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는 독자라면 관심가질 만한 책. <1인 미디어의 힘>이라는 매력적인 제목에 빌게이츠의 미소가 더해져 관심을 유발시킨다.
제목이나 표지만 보면 번역서 같지만 한국저자들이 쓴 토종 우리책이다. 미디어 관련 분야 종사자 정완진, 김양하, 이석근, 민승기가 공저했고 매일경제신문사가 출판했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뉴미디어 시대가 열린다 / 미디어 에코시스템에 주목하라 / 미디어 에코시스템으로 미래를 열어라 / 넥스트 미디어가 도래한다 등 다소 전문적인 용어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뉴미디어시대를 이야기 하는 1장은 언론이나 관련 도서를 통해 접해 온 평이한 내용이기에 쉽고 빠르게 읽힌다. 뉴미디어와 전통미디어를 비교하며 전통미디어가 처한 위기를 언급하는 것 역시 새로운 발언은 아니다. 매일경제,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이 어떻게 인터넷유통채널과 케이블방송사업에 진입했는지를 보여주며 뉴미디어시대에 대처하는 기존언론들의 전략 사례를 정리해보인다.
2장과 3장의 테마인 '미디어에코시스템'이란 사용자를 중심으로 서비스 통합자와 콘텐츠 사업자, 전송사업자, 시스템사업자가 포진된 형태를 갖추는 것을 말한다. 매우 복잡해 보이는 이 구조는 사용자중심의 사고를 강조한다.
사업자 입장에선 미디어에코시스템을 통해 사용자들의 사고를 파악할 수 있고 신규사업영역에 대한 탐색까지 가능한 구조다. 고객과의 접접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알 수 있다.
기존의 가치사슬 구조와 미디어에코시스템을 비교하면 이해는 보다 간단해진다. 가치사슬 구조가 사업자 중심으로 산업을 구분했다면 미디어에코시스템은 사용자 중심으로 구분한다. 사업간 상호연관 관계 역시 미디어에코시스템에서 더욱 용이해진다. 공저자들은 한 목소리로 미디어 산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미디어에코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직도 미디어에코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독자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예를 들어 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MSN으로 메신저와 이메일, 검색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던 것에서 확장해 게임기기 영역까지 진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는 현재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위협할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애플 역시 비슷한 사례다. PC를 제조하던 시스템 사업자인 애플은 MP3단말기인 아이팟을 출시하면서 아이튠스를 통해 음악포털 서비스를 제공하며 큰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처럼 사용자 중심의 사고로 사업영역을 확장시키는 미디어에코시스템은 각분야에 걸쳐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책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며 미디어에코시스템의 미래를 진단한다. 관련 종사자나 전공자라면 흥미롭게 읽어 볼 만한 내용이다. 단, 자신의 블로그의 히트수를 올리는 방법이나 인기블로거가 되는 비결이 알고 싶어 이 책을 선택한 독자라면 조금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그만큼 전문적인 시각으로 미디어산업전반을 진단한 책이다.
책은 4장에 이르러서야 1인미디어에 대한 구체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넥스트미디어가 도래했다"는 진단과 함께 1인미디어의 형태와 그 문제점을 파악한다. 그러나, 그 분량이 6페이지에 그치고 있어 다소 아쉬움을 준다. 또한, 1인미디어의 형태를 블로그/미니홈피/댓글로 구분짓고 1인미디어의 문제점을 도덕적해이/정보의 편식으로 지목한 것은 평이한 수준에 그치고 만다.
주목할 만한 장은 마지막에 실려있는 <사업자 관점의 넥스트 미디어>이다. 글로컬라이제이션이 일어나고 있는 넥스트미디어 시대에 대한 전망과 틈새시장이 더욱 활성화 될 개인, 소규모기업 시장에 대한 예측은 날카롭다. 특히, 전문블로거와 일반기업들을 연결시켜주는 마켓플레이스와 현실세계와 한층 그 거리를 좁혀가고 있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설명은 흥미롭다.
블로그에 대한 관심이 폭증하면서 1인미디어의 영역이 날로 확장되고 있다. 출판사들 역시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블로그와 관련한 서적들을 연이어 출간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나온 말이 저 책에서 나오는 경우가 흔한 것이 사실이다. 관련 서적 다섯권 정도만 읽어보면 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더한다.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미디어 산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지침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는 공저자들의 목표는 학술지 발표 전문에 머물고 말았다는 인상이다.
보다 풍부한 국내외 블로그 사례를 발췌하지 못한 점, 미디어에코시스템이나 넥스트미디어등의 전문용어를 보다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쓰지 못했다는 점은 블로그 관련 서적의 한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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