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 스님은 아주 힘들어 보였습니다.
무릎 수술을 하신 분이기에 구부리는 것이 고통스러우니
지리산 그 '옹삭한 길'에서의 오체투지는 무릎을 구부리는 과정 없이
바로 손바닥과 배를 동시에 땅바닥으로 내던지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니 내장이 자꾸 앞으로, 거꾸로 쏠립니다. 그래서 체기가 심해집니다.
드신 것 없이 체기가 올라오니 사진의 어느 장면에서처럼 바늘로 손톱 위를 따냅니다.
10여 미터 앞 땅바닥에 엎드린 찍사는 최대한 뻔뻔해야 합니다.
내려오시는 두 분을 파인더로 바라봅니다.
어쩌면 완전히 땅바닥에 엎드린 제 자세가
두 분의 모습을 가장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지점일 것입니다.
거의 연사 수준의 셔터를 누르고
저 역시 일어나 길가로 비켜나 호흡을 고르고 찍은 사진을 보는 척 합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나면 두 분을 정면으로 바라보기 힘듭니다.
딴 짓을 해야 합니다. 눈을 던질 곳은 많습니다. 지리산이니까요.
그리고 다시 출발합니다. 그리고 저도 다시 그 짓을 시작합니다.
현장은 죽비소리만 울리고 고요합니다. 간혹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대부분의 영문을 모르는 사람들은 놀라서 비켜서고
또 어떤 이는 하하 호호 웃습니다. '언제 TV에 나와요?' 하고는.
대답 없는 오체투지단을 지나 노고단으로 올라갑니다.
그런 순간은 현란한 분홍색 바지가를 잠시 노려봅니다.
하지만 그 여자가 오십 보고 제가 백 보라는 사실은 3초 후면 판단되는 일입니다.
어떤 이는 합장하고 잠시 바라봅니다.
고요한 죽비소리가 울리는 현장의 기운은 사진을 찍는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까닭 없이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아주 힘들어집니다. 지칩니다.
촬영을 끝내고 뒤 돌아보지 않고 성삼재 휴게소로 내려와서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우동을 먹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고민입니다. 허기집니다.
산을 내려가면 바로 사진을 처리해야 하고 다시 하루가 밀린 밥벌이 일을 해야 합니다.
여기서 바로 뭔가를 먹고 내려가자마자 일을 처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불과 20여 분 전의 상황에서,
내 손바닥과 팔꿈치에 모래 알갱이가 박혀 있는 상황에서
우동을 목구멍으로 넘기는 결단은 햄릿이 마주하고 있는 화두처럼 무겁습니다.
메뉴판 앞에서 말없이 서 있는 저를 카운터의 아가씨가 의아하게 바라봅니다.
우동을 제 속으로 모십니다. 우동은 뜨겁습니다.
저녁에는 손님이 오셨습니다. 이런 저런 세상사를 이야기했습니다.
왜 생각보다 변화는 느린 것인지에 대해 궁금해 하십니다.
세상을 향한 잣대와 나를 향한 잣대가 다른 현실에서는 어쩔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조중동을 욕하다가 조중동과 인터뷰를 합니다.
사교육 정책을 욕하다가 내 새끼 학원 보낼 시간을 챙깁니다.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를 욕하다가 삼성 계열사로부터 하청을 받으면
미래를 보장 받은 것처럼 좋아서 미쳐 날뜁니다.
세상이 그런 것이 아닙니다.
내가 그런 것입니다.
세상과 나를 향한 그 모든 말씀과 행동의 잣대가 '일치'하지 않는 한
직립보행이 부끄러운 시절은 계속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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