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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자동차로 서울 강변북로로 동작대교 부근을 달리며 한강을 바라보다가 의아한 생각이 들어 차를 길옆에 세우고 한강을 살펴보았다. 이곳은 해마다 억새와 갈대로 장관을 이루던 곳이었는데, 왜 억새와 갈대밭이 보이지 않을까? 궁금증에 내려가 보니 주변이 온통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교란 위해식물인 환삼덩굴과 돼지풀 천지였다.

예전엔 보이던 야생화들이 보이지 않고 기타 식물들도 보이지 않으며. 풀 포기도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환삼덩굴만이 숲 또는 밭 형태로 번식하고 있었다. 키가 큰 억새나 갈대들도 환삼덩굴에 덮여 제대로 자라지 못한 채 덩굴에 눌려 땅에 넘어진 채 겨우 억새의 면목만 유지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이럴 수가 있을까? 놀라움에 이번 주말엔 한강의 생태계를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무거운 발길을 돌렸다.

 환삼덩굴의 가시 덩굴에 덮여 제대로 서지 못하고 넘어진 채 살아가는 억새
환삼덩굴의 가시 덩굴에 덮여 제대로 서지 못하고 넘어진 채 살아가는 억새 ⓒ 정길현

토요일 한강의 생태계를 직접 살펴보려고 다시 한강을 찾았다. 그동안 외래종 식물이 들어와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뉴스는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한강의 생태계가 외래종 위해식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뉴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현장에 와보니 그 피해 정도가 엄청날 정도로 심각했다. 성장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한 가시박과 환삼덩굴은 자생식물을 휘감고 올라가 광합성 작용을 방해하고 특유의 제초 성분을 배출해 다른 식물들을 고사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래 사진은 환삼덩굴의 군락지이다. 이 정도면 거의 숲의 형태를 갖춘 대단위 군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저속에 묻혀 가지들이 모두 말라 잎이 없어 어떤 종류의 나무인지 파악은 못 했지만 한번 이 덩굴에 감기기 시작하면 식물의 광합성 용을 방해하여 튼튼한 나무도 결국 죽어간다.

나무까지 죽이는 이 녀석의 힘은 도대체 얼마나 될까. 예전에 찔레나무 꽃 사진을 찍었던 곳에 가보니 찔레나무는 온데간데없고 무성한 환삼덩굴 군락만이 그 위력을 입증하고 있었다.

 마치 숲같이 거대한 환삼덩굴의 군락
마치 숲같이 거대한 환삼덩굴의 군락 ⓒ 정길현


찔레나무의 가지는 아직 녹색으로 남아 있어야 할 시기인데 환삼덩굴에 의해 잎이 없고 가지가 말라 죽어 있는데다가 돼지풀까지 범벅되어 덤불인지 찔레나무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밖으로 나와있는 몇 개의 부실한 찔레나무 열매가 환삼덩굴 군락 속에서 죽어가는 것이 찔레나무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강한 가시가 있는 찔레나무조차도 환삼덩굴의 공격 앞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저렇게 휘덮여 가지가 말라 부러지는 것을 보니 환삼덩굴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주변에 있는 한강시민공원 자연학습장에는 관리자가 있기 때문에 환삼덩굴의 피해가 없지만 길 하나 사이를 두고 주변은 온통 환삼덩굴, 또는 돼지풀과 가시박으로 자생식물들이 모두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환경부는 피해가 심각하자 환삼덩굴을 생태교란 위해식물로 지정하고 전국적으로 환경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제거하고 있다.

 두 사진은 같은 장소로 좌측은 비둘기가 먹이는 찾는 현재의 사진이며 우측은 2005년 여름에 찍었던 사진으로 환삼덩굴 잡초밭이 아니라 빼곡히 자라던 억새밭이었다.
두 사진은 같은 장소로 좌측은 비둘기가 먹이는 찾는 현재의 사진이며 우측은 2005년 여름에 찍었던 사진으로 환삼덩굴 잡초밭이 아니라 빼곡히 자라던 억새밭이었다. ⓒ 정길현

위 사진의 장소는 동작대교 부근으로 매년 이맘때면 갈대와 억새가 어우러져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한강의 명소였던 곳이다. 그러나 억새와 갈대가 보여야 할 곳에 억새도 갈대도 보이지 않고 비둘기만 유유자적 먹이를 쪼고 있다. 다가가 보니 환삼덩굴의 씨앗을 먹고 있었다.

왜 억새와 갈대밭이 사라지고 이곳이 환삼덩굴 잡초밭으로 변했을까. 가을이면 억새와 갈대꽃이 만발해 많은 시민이 즐겨 찾는 명소인데 한강사업본부에서 새로운 한강의 특화사업공사를 위해 일부러 베어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분명히 억새와 갈대가 있어야 하는 곳이다.

가까이 다가서 환삼덩굴을 걷어 보니 그 속에서 쓰러져 사는 갈대 줄기들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환삼덩굴의 무차별 공격으로 갈대가 쓰러지고 환삼덩굴밭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먹기 좋게 익어가는 환삼덩굴씨앗을 비둘기와 새들이 먹고 배설물에 의해 씨앗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 빠른 속도로 주변으로 번식해 가는 것 같다. 유독 비둘기가 많은 곳에 환삼덩굴이 많을 것을 보면 오늘은 왠지 저 비둘기들이 반갑지가 않고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 같다.

 환삼덩굴의 무차별 공격에도 아직 쓰러지지 않고 우뚝 서 있는 몇 그루의 갈대
환삼덩굴의 무차별 공격에도 아직 쓰러지지 않고 우뚝 서 있는 몇 그루의 갈대 ⓒ 정길현


이곳도 갈대가 무성했던 곳으로 갈대는 사라지고 환삼덩굴만이 서로 엉키어 군락을 이루고 있었고 이 군락 사이에서도 용케도 살아남은 갈대 몇 그루가 이곳이 예전에는 무성했던 갈대밭이었음을 묵묵히 알려주는 것 같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듯이 이 갈대에게도 이미 환삼덩굴이 꼭대기까지 감고 있으니 마지막 증표인 저 갈대마저도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오늘 한강대교에서 반포대교까지 반복하며 살펴보는 동안 우리 토종의 야생화는 도무지 볼 수가 없었고 동작대교 부근에서 역시 생태계 교란 식물인 도깨비 가지도 군데군데 무리지어 서식하고 있는 것이 목격되었다. 환삼덩굴밭에서 '여뀌'가 보여 가보니 털 여뀌였다. 그러나 환삼덩굴에 감겨 꽃도 제대로 피우지 못한 채 덩굴 속에서 눌려 말라 가고 있었다. 온통 가시줄기인 환삼덩굴이 한번 감고 올라가기 시작하면 어떤 식물이든 이 가시 덩굴에 살아날 재간이 없다. 그냥 서서히 말라 죽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한강변 위해식물 분포현황

 한강변 위해식물 분포현황
한강변 위해식물 분포현황 ⓒ 정길현

위 도표는 한강사업본부에서 밝힌 자료다. 도표에서 보듯이 한강의 상류에서 하류까지 전체적으로 위해식물이 분포되어 우리의 자생식물들이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강변 3,100㎡에 이르는 자연 초지에 가시 박과 환삼덩굴 등 환경부 지정 위해식물이 군락을 이루는 면적은 약 256천㎡로 약 8.2%를 차지하고 있으며 성장이 빠르고 번식력이 강해 다른 수목을 고사시키는 등 주변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고 한다.

한강사업본부는 생태계 위해식물 제거를 위해 매년 5월부터 11월까지 환경단체들의 도움을 받아 지속적으로 퇴치해온 결과 올해 상반기 256,000㎡ 중 114,075㎡에 이르는 조사 면적의 44.6%를 퇴치해 과거보다 위해식물 군락분포가 현저히 감소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번식속도가 빨라 피해 면적은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것 같다.

 반포대교에서 한강대교 쪽으로 찍은 사진이다. 환삼덩굴과 돼지풀이 밭 형태를 이루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반포대교에서 한강대교 쪽으로 찍은 사진이다. 환삼덩굴과 돼지풀이 밭 형태를 이루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 정길현

반포대교에서 한강대교 쪽으로 강둑 위로는 환삼덩굴이 그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번식되고 있었으며 강둑 아래쪽은 둑을 타고 반포대교에서 한강대교까지 돼지풀과 가시박이 끊임없이 쭉 연결되어 서식하고 있었다. 한강사업본부에서 강둑 곳곳에 야생화를 식재한 흔적이 보이는데 꽃들은 돼지풀에 가려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죽거나 꽃을 제대로 피워 보지도 못하고 겨울을 맞고 있어 피해의 심각도를 더한층 느끼게 한다.

한강대교에서 반포대교까지 생태계를 살피면서 반포대교에 이르렀을 즈음 나는 또 한 번 놀랐다. 저것이 무엇일까? 생김새로는 농약병 같아 풀밭에 가까이 다가가니 정말 농약병이었다. 회수가 돼야 했을 농약병이 왜 이곳에 방치되어 있을까.

버려진 농약병에는 ‘OOO 제초제’라고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누군가 외래종 위해식물들을 제거하려고 제초제를 살포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제초제에 의해 다른 야생화까지 죽어 없어지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씁쓸한 추정을 해본다.

 한강변에 무방비 상태로 버려진 농약병과 풀밭에 버려진 쓰레기들
한강변에 무방비 상태로 버려진 농약병과 풀밭에 버려진 쓰레기들 ⓒ 정길현

건강한 한강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는 시와 환경단체들의 지속적인 퇴치 작업도 중요하지만, 한강 이용 시민과 지역주민들도 함께 외래식물 제거를 위해 보는 즉시 관계기관에 통보해야 한다. 또 시민이 직접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뿌리째 제거해 버려 한강의 생태환경을 우리 스스로 지켜나는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다면, 시민들도 평소에 관심을 두고 생태계 교란 위해식물 식별법을 익혀 우리 스스로 퇴치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또 한강의 생태계 및 수질 보호를 위해 한강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보이지 않는 길섶에 쓰레기 무단 투척하는 일을 삼가고 쓰레기를 거둬가는 공중의식을 한층 높여야 할 것이다. 시에서도 한강 자연보호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한강을 찾는 시민 스스로 한강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앞장섰으면 한다.

참고사항: 환경부에서 지정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위해식물 식별법

1. 환삼덩굴 식별법
환삼덩굴은 삼 과에 속하는 덩굴성 한해살이 잡초로 식물 전체에 밑을 향해 난 가시가 있고, 잎은 마주나며 양면에 거친 털이 있다. 이 환삼덩굴은 암수딴그루이며, 봄에서 여름에 걸쳐 꽃이 핀다. 환삼덩굴은 번식력이 매우 강해서 한번 자라기 시작하면 대단히 빠른 속도로 번져나가며 다른 식물을 가시가 있는 줄기로 감아 올라가 자생 식물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되며 환삼덩굴이 자라는 그 밑에는 다른 식물도 자랄 수 없게 하여 심각한 생태계의 교란과 훼손을 가져온다.

 환삼덩굴: 쌍떡잎식물 쐐기풀 목 삼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
환삼덩굴: 쌍떡잎식물 쐐기풀 목 삼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 ⓒ 정길현

2. 가시 박 식별법
잎은 어긋나고 잎차례이며, 잎자루는 길이 3-12㎝ 정도 입니다.  줄기는 4-8m에 이르며, 3-4개로 갈라진 덩굴손으로 다른 물체를 감으며 기어오릅니다. 각이 졌으며,  6-9월에 꽃이 핍니다. 꽃은 자웅동주이며 수꽃은 총상을 이루며, 길이 약 10㎝ 정도로 길게 된 꽃자루 끝에 달립니다. 박, 호박과 잎이 흡사하나 잎이 적고 부드러우며 꽃과 열매는 현저히 다르므로 쉽게 식별이 됩니다.

 가시 박 : 쌍떡잎식물 박목 박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 , 북아메리카 원산
가시 박 : 쌍떡잎식물 박목 박과의 덩굴성 한해살이풀 , 북아메리카 원산 ⓒ 정길현

3. 단풍잎 돼지풀과 돼지풀 식별법
단풍잎 돼지풀:  잎은 단풍잎처럼 3-5개로 깊게 갈라지고 길이와 폭이 각각 20~30cm로서 열 편은 타 원상 피침형으로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습니다. 높이는 1m 이상, 지름은 2~4mm에 이르며 거친 털이 많이 있습니다. 꽃은 7-9월에 피며 총상 꽃차례에 달리고 암꽃은 1개 내지 여러 개가 두상으로 뭉쳐서 밑부분에 달리며 위에서 많은 수꽃이 핍니다. 잎이 단풍잎과 흡사하여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돼지풀: 줄기 하부에서 마주나거나 어긋나고 2∼3회 깃 꼴로 갈라지며, 잎 앞면은 짙은 녹색, 뒷면은 잿빛이며 연한 털이 있습니다. 꽃은 8-9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이삭 모양으로 달립니다. 쑥과 잎이 비슷하나 키가 크고 잎이 가늘고 길게 갈라져 쉽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6·25 전쟁 때 들어와 귀화 된 식물로  전국에서 야생상태로 자라고 있습니다.

 돼지풀, 단풍잎 돼지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북미 원산
돼지풀, 단풍잎 돼지풀: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북미 원산 ⓒ 정길현

4. 도깨비가지 식별법
꽃은 6~10월에 백색 또는 연한 자색으로 피고 줄기의 도중에서 굵은 꽃차례 축이 나와 그 끝에 6~10개씩 달립니다. 꽃받침은 5개로 깊게 갈라지고 열 편은 끝이 뾰족하며 화관은 지름이 약 1.8cm이고 5열입니다. 과실은 장과로 구형이며 황색으로 익으며 잎은 뒷면 주맥 위에 기부가 넓고 예리한 가시가 있으며 잎자루가 있습니다. 꽃과 잎이 가지와 흡사 하지만 자세히 보면 줄기에 가시가 있습니다. 열매도 가지와는 확연히 달라 쉽게 식별이 가능합니다.

 도깨비가지: 가지과 여러해살이풀, 북미원산
도깨비가지: 가지과 여러해살이풀, 북미원산 ⓒ 정길현


#한강의 생태계가 변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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