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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용 선생님! 권영길 의원입니다. 선생님의 글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우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오늘날 우리교육의 붕괴와 공교육의 문제, 특히 특목고 열풍이 불러오고 있는 현장의 문제의식에 저 또한 동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전제로 제가 만난 한 일선학교 선생님과의 대화 내용을 소개할까 합니다. 경기도 한 소도시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선생님이 저에게 해준 말입니다.

"인근에 이사 오는 사람이 늘면서, 교실에 학생들이 늘어났다. 35명까지는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따로 보였는데, 40명이 넘어가니까 덩어리로 보이기 시작하더라. 절대 매를 들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했는데, 결국 매를 들고 때렸다. 매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수업을 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매로 협박해서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입을 막고 수업을 하게 된 것이다. 자괴감이 들더라."

이 선생님이 일하고 계시는 경기도의 경우 초등학교 한 교실에 33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성인 체격과 다를 바 없는 중학생, 고등학생의 경우 37명이 한 교실에서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콩나물시루 교실입니다.

교육환경 개선되면 법안도 필요 없겠지요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15명 안팎이 교실에 앉아서 공부하고 다양한 수월성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며 교사들은 수업준비와 학생상담을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이 된다면, 굳이 법을 만들지 않아도 체벌문제와 두발·복장 단속 문제는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입시라는 좁은 구멍을 만들고, 순위에 들지 못하는 학생을 포기(시스템상으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선생님들의 제자 사랑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하게 되는 교육 시스템을 바꾼다면 청소년들의 탈선 문제는 더 많이 해결되겠죠.

이런 문제들을 그대로 두고, 학교가 학생들을 규제하는 방법들을 풀어버리자는 법안을 냈으니 일선 교사 입장에선 걱정스러울 수 있다고 봅니다. 네, 선생님, 선생님 말씀도 옳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할 때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선생님도 잘 아시다시피, 두발규제의 시작은 군국주의 교육이었습니다. 일제의 잔재가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통제된 군인형 인간으로 키워내겠다는 시도의 일환으로 머리를 깎았습니다. 두발 규제가 학생들의 탈선행위를 방지하고 있다는 어떤 근거도 없지 않습니까.

맞고 때리는 폭력의 악순환을 끊을 때입니다

 맞고 때리는 폭력의 악순환을 이젠 끊어야 합니다. 사진은 영화 <친구>의 한 장면.
맞고 때리는 폭력의 악순환을 이젠 끊어야 합니다. 사진은 영화 <친구>의 한 장면. ⓒ 시네라인㈜인네트

오히려 두발·복장규제를 풀었을 때 발생하는 여러 장점들이 있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선린인터넷고등학교의 경우 지난 2004년부터 두발 및 복장 규제를 완화한 데 이어 2년 뒤에는 두발 규제를 아예 폐지했습니다.

학생들은 자신의 머리 모양을 취향대로 선택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반응 중 긍정적인 것이 더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 학교의 진학률이나 입학 경쟁률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머리가 좀 길다고 탈선학생이 아니며, 머리가 짧다고 모범생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제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발·복장 규제가 학생들의 탈선을 막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것을 푼다고 해서 탈선이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를 아끼면 자식을 망친다'는 말보다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을 좀 더 믿는 편입니다. 어려서 부모에게 맞고, 자라서 학교에서 맞고, 군대 가서 고참에게 맞고, 결혼해서 자기 아이 때리는 이 악순환 구조를 바꿔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아서 고쳐졌다면, 때려서 고치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우려하는 것은 체벌이 내면화되어 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교육현장의 문제는 제가 늘상 말해오고 있고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제시해 왔기에 일일이 반박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선생님께서 저에게 하신 말씀은 '법안 잘못됐다'는 말이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이 너무 힘들다, 공교육이 죽어가고 있다는 호소를 하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의 붕괴, 전적으로 어른 책임입니다

선생님, 아이들의 부모 소득과 성적을 비교해보십시오. 일정한 패턴이 나올 것입니다. 제가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대학들에 진학하는 학생의 소득수준을 보니 확연한 패턴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일선 학교에서 누구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있으시겠지요. 부잣집이라고 똑똑한 아이가 더 많이 태어날 리도 없는데, 현실이 그렇습니다. 아이들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를 운영하고 있는 어른들의 책임입니다.

사교육시장의 폭발적 확대와 탈선 청소년의 증가는 사실 동전의 양면입니다. 두발·복장규제, 체벌로 다잡아보겠다는 노력은 어른들의 자기 위안이 아닐까 우려됩니다. 문제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면 처방도 낡은 관행이 아닌 새로워야 한다고 봅니다.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에게 더 많은 돌봄과 사랑을 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 사회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것은, 아이들을 사회 구성원들의 한사람으로 함께 책임지는 사람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가 있기 때문인데,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어렵고 힘들겠지만, 지혜를 모아야겠죠. 선생님의 소중한 의견 잘 들었습니다. 두서없이 말이 길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만나서 우리교육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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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체벌#두발#복장#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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