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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분 토론 400회 특집 100분토론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 논객대결이 대조적인 토론을 벌였다.
MBC 100분 토론400회 특집 100분토론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 논객대결이 대조적인 토론을 벌였다. ⓒ MBC

18일 밤 <100분 토론>이 심상치 않았다. 제목부터가 '400회특집 토론쇼'였다. 세상에, 진중해야 할 시사프로그램의 제목에 '쇼'라니….

 

오랜만에 <100분토론>을 '현장'에서 참관한 이유는 패널들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기라성 같은 패널들. 출연 예정이었던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긴박한 국회 사정으로 출연을 취소한 점이 아쉽긴 했지만, 여전히 진용은 '드림팀'이었다. 그리고 실제 내용 역시 '드림팀' 진용에 결코 손색없는 것이었다. 오고간 논의의 내용이 훌륭했음은 물론이고,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의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토론이었기 때문이었다.

 

캐주얼을 입은 진보와 정장을 입은 보수

 

방송이 시작하고 사회자 손석희 교수의 한마디.

 

"복장부터가 양쪽이 상당히 다르시네요"(시민논객들 웃음).

 

정말이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보수측'은 모두 깔끔한 정장을, '진보측'은 전병현 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간편한 평상복(신해철은 화려한 무대의상(?))을 차려입고 나왔다.

선택하는 단어 및 표현들 역시, 보수 패널들은 '점잖고 정제된 언어'를, 진보 패널들은 '직설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차이를 보였다.

 

그들의 논리

 

1부에서 논의된 올해 주요 이슈와 2부에서 논의된 이명박 정부 1년 평가, 양자에서 모두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잘 정리되어 있다.

 

신해철 "동방신기�비 아닌 국회가 19금" 진중권 "MB 두뇌 속엔 삽 한 자루뿐이다" 출처-오마이뉴스

 

이런 차이를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

 

양자 모두 변화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진보는 아래로부터의 변화에, 보수는 위로부터의 변화에 중점을 둔다. 양자 모두 질서의 필요성을 말하지만, 진보는 자율적 질서에, 보수는 규제적 질서에 중점을 둔다. 사실 양자의 가치는 모두 의미있는 것들이다. 일방적인 선악의 문제라기보다는 선택과 타협의 문제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타협하기 어려운 면들이 발견된다. 촛불을 보자. 진보가 참여민주주의의 가능성으로 평가할 때, 보수는 법질서 교란행위가 있었다고 비판한다.

 

유시민: "자주적으로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전원책: "폭력 불법시위로 확산된 덴 일부 불순세력, 주도 세력이 부추긴 점은 확실해 보인다."

 

이것은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양측 시각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촛불 당시, 어떤 보수적 인사가 "그렇다면 직접민주주의 하자는 말인가?"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보수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진보가 참여민주주의를 대의제와 직접민주주의의 장단점을 보완하며 현재 한국 민주주의의 정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본다면, 보수는 참여민주주의 하면 포퓰리즘적인 직접민주주의를 심지어 폭민정치를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시각은 규제되지 않는 대중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에서의 시각 차이로 연결된다. 인터넷에서의 모욕 행위에 대하여, 진보가 공론장에서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하고 자율적으로 정화해야 한다고 본다면, 보수는 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승환: "기존 형법만으로는 제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구속 요건에 대해서는 약간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새로운 형식의 법률로써 폭력을 제어할 필요는 있다."

김제동: "자율 정화에 맡기셔도 충분히 우리 네티즌들이 그 정도 문화는 소화할 능력은 갖고 있다."

 

진보는 참여대중의 집단이성과 시행착오를 통한 창발적 발전을 기대한다. 그에 비해 혹시 보수는 대중을 국가 및 엘리트의 규제가 필요한 미숙한 존재로 보는 것은 아닐까?

 

비약일까?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교과서 논란에서 드러난다. '보수적인' 현 정권은 일제시대와 독재정권을 미화하고 4·19 등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뉴라이트의 <대안교과서>를 사회적 합의 없이 채택을 밀어붙이고 있다. 거기에 금성출판사 역사교과서에 수정을 요구함으로써 스스로 민주주의의 다원성 원리를 부정하고 있다. 대중을 비롯한 사회와의 합의를 통하여가 아니라 일방적인 명령적 요구로 자신들의 가치관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중을, 교육을 통하여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수동적 존재로 보는 시각에 입각해 있다는 '의혹'을 불어일으킬 수밖에 없다.

 

나경원 : "(합당한) 절차에 따라서 했다. 수정 권고를 교과부가 출판사에 했다."

진중권 : "그 교과부엔 역사학자가 없다. 학자와 저자가 토론을 통해 그 결과를 반영하면 된다. (대안교과서를 만들고 학교에서 역사 강의를 하는) 뉴라이트의 역사관은 일제시대를 찬양하는 등 문제가 많다."

 

전반적으로 진보 논객들은 현 정권의 다원성의 원리, 언론의 자유 등 과거 회귀를 비판하면서, 참여민주주의 등 새로운 정치문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보수 논객들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원리를 인정하면서도, 구체적 사안에서는 상황 논리를 적용하며 권위주의적 질서를 옹호하는 모순적인 시각이 보인 점은 무척 아쉬운 점이다. 그나마 전원책 패널이 일관적으로 극보수적인 논리를 폄으로써 비교적 논리의 일관성을 보인 점이 오히려 돋보였다.

 

사회적 합의은 불가능한가?

 

황당할 정도로 우편향되어 있는 한국의 정치지형에서 (유럽의 극우에 가까운) 보수와 (유럽의 좌파에서 보수우파까지 스펙트럼이 너무나 드넓은) 진보가 타협 및 화합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혹자는 양자의 차이가 성향의 차이라기보다는 비상식과 상식의 차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이니까.

 

하지만 현실이 암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18일 <100분토론>에 나온 보수 패널들은 (현 정권과는 달리) 비교적 합리적이고 타협 가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좌'가 악으로 규정되는 시대는 이미 아니다"지 않느냐는 발언은 (이는 좌파의 존재 인정을 전제로 하거나 적어도 그것을 용인하는 발언이었는데) 이런 발언이 공중파 방송에서 보수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는 것은 보수에도 시대의 변화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보수 패널들 역시 현 정권의 실정은 일정 부분 인식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이 보이는 모순적 논리는 부분적으로 이러한 현 정권을 방어하는 논리를 펴다보니 논리의 일관성이 흐트러지는 점도 있어 보였다.

 

보수 패널들 역시, 좌파까지 포함하는 넓은 정치 스펙트럼의 필요성에서부터 촛불에서 대중참여의 의의와 소통의 중요성, 대안교과서의 모순 등을 부분적으로는 인정한다. 이는 보수가 좀더 합리화-유연화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이끌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시민, 진중권, 신해철, 김제동 등 '진보'논객들이 오늘 보여주었듯이,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일반 대중 및 보수와의 대화를 가지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보수 역시 그러한 과정을 통하여 합리화-유연화의 과정을 겪는다면.

 

나경원 : "지난 10년간 얼마나 변화했느냐, 이 점에 대하여 가벼이 여기고 국정을 펼려고 했던 것 아닌가 반성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아달라."

유시민 : "나의원님, 여당을 대표해서 나오셨으니 어려울 것이다.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좋은 의도를 갖고 해도 국민들이 항상 알아주는 것도 아닌 것 안다. 대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에 어려움이 있음도 이해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3대위기, 안보 위기, 경제 위기, 민주주의 위기에 있다. 지난 정부의 일들 중 잘한 것은 이어가야 한다. 위기가 왔을 때 온가족이 힘을 모아야 하는 것은 맞는데, 대통령이 독단적이어서는 마음이 안 모인다."

나경원 : "(대못을 뽑겠다는 것은) 전 정부가 하겠다는 것을 전부 부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저희 국정 철학과 나라의 기본에 어긋난다고 생각되는 것을 고치다보니 혼란이 왔다. 유 전 장관의 조언, 겸허히 받아들인다."

 

전원책 : 민주주의의 반대는 전체주의이다.

유시민 : 그렇다. 극우도 극좌도 모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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