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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소스 멀티유스 one source multi-use (OSMU)

 

 한 동안 자주 들렸던 용어입니다. 장르 간 크로스오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스토리'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화두가 되었던 마케팅 전략이죠. 영화가 드라마로 각색되며 큰 인기를 얻기도 하고, 해리포터와 둘리 같은 이야깃거리 많은 캐릭터를 활용해 OST, 모바일 게임, 캐릭터 상품 발매 등을 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문화 상품으로서 재가공되므로 투자하는 것에 비해 경제적으로 창출가능한 부가가치가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이미 성공한 안전한 콘텐츠를 다시 쓰는 것이니 초기기획 비용도 줄어들 뿐더러 성공도 어느정도 보장되기에 당연히 시도도 많아졌습니다.

 

이전에는 하나의 콘텐츠에서 문화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자연히 다른 분야에서도 이를 활용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방면으로 활용될 것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기획한다고 합니다.

 

최근 해외진출을 계획하며 만들어지는 <뽀롱뽀롱 뽀로로>와 같은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한국적이기보다는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성향을 띠는 것에서 알 수 있습니다.

 

 공연예술 분야에서도 물론 적용됩니다. 흥행성 있는 탄탄하고 안전한 원작을 각색한 것만으로도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살인의 추억> <클로져>처럼 공연의 성공이 다른 장르로의 변환을 가져오기도 하구요.

 

원 소스 멀티유스를 활용한 공연은 대세를 이루는 만큼 범위도 넓고 그 소재와 원전도 무궁무진합니다. 이 기사에서는 공연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이야기의 뿌리인 문학작품에서부터 찾아가 보겠습니다. 어떤 작품들이 지면에서 무대 위로 끌어올려졌는지 알아볼까요.

 

빅토르위고의 고전명작인 <레 미제라블> <노틀담의 꼽추>는 영화는 물론이고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무겁고 진지한 주제의 소설을 웅장한 음악과 무대연출을 통해 풀어내어 성공적인 크로스오버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작의 장점을 살리고,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각색했기 때문이겠죠.

 

특히 <노틀담의 꼽추>는 월트디즈니표 애니메이션에서는 원작의 비극에서 오는 감동을 안겨주는 대신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기도 했습니다.

 

 

연극 <나생문> 과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See What I Wanna See>는 하나의 원작에서 출발했습니다.

 

근대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아쿠다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집에 수록된 소설에는 하나의 상황을 등장인물들이 각각 다르게 증언하고 이를 다중시점묘사로 표현하는 등 영화화가 어울리는 요소가 제법 많습니다.

 

<라쇼몽> <덤불 속> 등 21세기에도 호소력있는 단편을 묶어서 만들어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 은 50년이 넘은 지금에 봐도 수작입니다. 영화 <라쇼몽>은 비정하리만큼 강렬한 원작소설의 무거운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 희극적인 요소를 가미해 일본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찬사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개별적 원작소설을 연극화하기보다 단편 여럿을 묶어서,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며 호응을 얻었던 영화를 연극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무대에 올려진 <나생문>이 바로 원작 소설과 이를 각색한 영화 모두에게서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경우입니다.

 

뮤지컬 <씨왓아이워너씨>는 미국에서 극화되었습니다. 배경은 원전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중세 일본과 뉴욕 센트럴파크를 가로지릅니다. 9.11테러라는 소재를 원작 소설의 주제의식과 어긋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사용하기도 하며 관객에게 공감을 주는 각색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T.S엘리엇의 우화시집, '노련한 고양이에 관한 늙은 주머니쥐의 책'이 뮤지컬 <캣츠>의 원작인 것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또한 연극<39계단> 역시 히치콕의 영화<39계단>과 원작소설인 존 버컨의 <39계단>에서 출발했습니다.

 

방대한 분량의 문학 작품을 무대 상황에 맞게 적절히 추리고 각색하는 일이 쉽지많은 않아보입니다. 한정된 시간 안에 표현해야하는 무대 위에서 원작 속 모든 인물과 모든 에피소드를 극화할 수는 없으니까요.

 

안타깝게도 제가 최근 관람한 몇몇 작품은 검증받은 원작만을 믿고 급하게 극화한 것처럼 중요한 부분이 지나치게 생략되있거나 결말로만 단조롭게 달려가는 힘 없는 이야기로 오히려 관객을 질리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나의 장르에서 출발하여 다양하게 적용되어도 그 만의 고유한 이야기의 힘을 유지하는 작품이 진정 21세기의 모두가 동의하는 현대의 고전이 되지 않을까요. 문학작품을 먼저 접한 독자에게도 충분히 만족을 줄 수 있고, 공연을 먼저 잡한 관객은 관람 후 원작을 찾게 될 만큼 더욱 좋은 공연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태그:#원소스멀티유스, #소설에서 무대로, #문화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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