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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포 연쇄살인사건을 계기로 사형 집행론 그리고 강력 범죄자에 대한 얼굴 공개의 문제가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수년전 한 영화를 계기로 생겨난 사형집행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호순 사건의 영향으로 긍정적 기류로 변화하고 있는 모양세이다.

 

이 문제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국민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큰 지지를 얻고 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군포 연쇄살인사건 피의자의 사형 집행을 건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논리가 “사형제도가 사실상 사라진 지금 강력범죄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논리로 이를 뒷받침하려는 모습이며 이는 참으로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강력범죄의 증가 원인을 개인의 폭력성과 정신적 원인으로 찾는 것은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정치인이 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모습이지 이 것이 정당한 논리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일반 국민들이 말하는 흉악범에게 인권은 없다라는 설명이 차라리 합리적으로 들릴 정도이다.  

 

국민들 또한 이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인 찬성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람을 죽이는 사람에게 인권이 무슨 소용이냐.” “범죄 예방을 위해서 얼굴 공개와 사형집행은 필수다.”라는 이유에서다. 유영철 사건에 이어 강력범죄가 심상치 않게 일어나는 요즘 국민들이 가지는 불안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사형 집행론과 강력 범죄자에 대한 얼굴공개가 과연 이를 주장하는 논리적 근거에 얼마나 합당하냐는 물음엔 이성적인 답변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먼저 사형 집행으로 범죄를 예방한다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밖에 없다. 헌법상 무죄추청의 원칙을 떠나서라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형 집행과 범죄 예방에는 큰 상관관계가 없다. 범죄의 증가 원인은 사회구조적, 개인정신적, 구성원간의 갈등의 문제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서 나타난 것이지 한 개인의 정신적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는 많은 연구조사를 토대로 나타난 결과이며 강력 범죄자에 대한 사형집행은 단순 보복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인간 존엄의 근본 토대인 생명권은 국가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심각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피의자라 할지라도 마땅히 인간으로서의 존엄와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형벌제도의 목적은 재사회화이지 결코 보복 조치가 아니다. ‘합법’을 가장한 또 다른 살인, 사형제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피해자 유가족에 대한 인간적 도리라면 쉽게 목숨을 뺏는 것보다 절대적 종신형이 더 무거운 벌일 수 있다. 그리고 사형 집행을 위한 ‘반인륜적인 흉악범죄’의 범위가 너무나 추상적이다. 사람 몇 명을 죽이면 사형이고 그렇지 않으면 형량이 작아지고 이렇게 산술적으로 그 범위를 산정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리고 강력 범죄자에 대한 얼굴 공개 또한 많은 생각을 통해 결정해야 할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얼굴 공개를 통한 범죄 예방은 너무나 진부하게 들린다. 이미 검거된 피의자의 얼굴 공개가 어떻게 범죄 예방으로 귀결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차라리 여론재판을 하자고 호도하는 편이 더욱 진실된 답변 아닌가?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얼굴이 공개될까 두려워 범행을 포기한다라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피해자의 유가족에 대한 알권리라면 비공개로 진행해야 할 사항이지 많은 언론에서 앞 다퉈 공개할 사항은 아니다. 다수의 언론들이 범죄자의 얼굴을 공개하여 얻을 수 있는 공익적 측면과 사회적 비용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의 범죄자의 얼굴 공개는 그 파장이 너무 크다. 그리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파악되지 않았다.

 

또한 범죄자의 얼굴 공개로 받을 수 밖에 없는 그 가족들의 고통은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강호순에게는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들이 있다고 한다. 그 아들은 과연 무슨 죄로 주위의 따가운 시선과 평생 가지고 가야할 큰 짐을 짊어져야 하는가. 수 백년 전 부모의 잘못으로 대대손손 고통 받던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고 분풀이 여론재판을 하자는 것도 아니라 믿고 싶다. 범죄자의 가족이라 할지라도 우리 사회가 그들의 삶에 주홍글씨를 새겨 넣을 자격은 없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의원 151명의 서명으로 제출된 사형제폐지특별법은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에 머물러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오는 6월쯤 사형제 위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공개변론을 개최하고 사형제 위헌여부를 판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형 집행론과 강력 범죄자 얼굴 공개, 국민 모두 크게 심호흡하고 감성적 대응이 아닌 이성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나눔뉴스'에도 송고되었습니다.


태그:#사형집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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