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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3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 TV를 켜니 주말 아침 프로그램이 나온다. 뭐 하나 특별한 거는 없는 주말 아침이었다. 지금은 한창 농사철이 시작되어 지난 몇 주간은 주말마다 고향 부모님 농사를 거들고, 지난주는 비를 맞으며 모내기까지 마쳐 모처럼 느긋한 늦잠을 즐긴 주말 아침이었다.

 

언뜻 프로그램 자막에 노무현 대통령, 경찰 이런 자막이 흘러 가고 있었다. 순간 노무현 대통령 관련 일을 보던 경찰이 자살했나? 하고 무심결에 흘려 보내고 좀 더 정신 차리고 보니 노무현 대통령이 스스로 바위에서 떨어지셨다는 게 아닌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옆에 있던 조카에게 그 사람 정말 의지가 굳은 사람인데 설마 아니겠지 이야기 하고 좀 지나자 본격적으로 노무현 대통령 서거 관련 기사들이 흘러 나온다.

 

지금도 그렇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토요일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지만 나도 5공 청문회를 통해서 였다.

 

국회의원 노무현이 거침 없는 질문으로 5공 관계자를 몰아붙이는 모습은 보고 이제 우리나라도 정말 하고 싶은 말을 거침 없이 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것인가? 국민들은 속 시원해 하며 대리만족을 했다. 그렇게 당당하게 국민들 스스로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심어 주었던 그 대통령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이 당선 후 지금은 들어가 보지도 않는 청와대 홈페지에 글도 종종 올리고 퇴임 후 만드신 "사람 사는 세상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글을 남기곤 했다. 일개 국민인 내가 대통령의 홈페지에 자유롭게 글을 올릴 정도로 나에게 "표현의 자유"가 무엇인지 깨우쳐 주신 분이 그렇게 허망하게 가신 것이다.

 

벌써 나도 40대 중반으로 접어 들었다. 불혹이라고 하는 나이지만 스스로 "불혹"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면 아니다! 이다. 아직도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마음 한켠에 남아 있는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의 강압과 억압에 순종하는 찌꺼기가 남아 있어 일상생활에서 불의를 보더라도 스스로 떨치고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조문을 보더라도 옛날부터 순종하고 지내온 대기업 총수들이나 고관대작들은 분위기 봐서 정당한 시점에서 조문을 한다. 혹시라도 먼저 나서면 살아 있는 권력이 어떻게 볼지 아무래도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지난 며칠간 노무현 대통령님 관련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찾아 보고 또 들어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오늘 아침 대한문 앞에 마련된 시민분향소를 들러 조문을 했다. 마지막으로 노무현 대통령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생각과 행동 수준만큼 발전한다!"

 

국민 모두가 스스로의 양심에 따라 거침없이 행동하고 표현하는 세상은 아직 멀었는가? 나는 조문하고 찬찬히 덕수궁 담벼락에 붙여놓은 수많은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하는 말들을 읽으면서 노무현 대통령님에게 이런 말을 해 주고 싶었다.

 

"당신이 뿌린 민주주의 씨앗이 이만큼 커가고 있습니다. 저도 동참합니다."

 

덧붙이는 글 | 아고라에도 올릴 겁니다.


태그:#노무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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