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에서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청하려고만 하면 다리가 욱신욱신 쑤시고,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들어 도통 아무것도 못하고 있어요, 밤엔 이런 증세가 더욱 심해서 잠 못 이루는 날이 허다하고 이 때문에 매일 매일 피곤함을 느낍니다."
중랑구 망우동에 거주하는 김모씨(여 72세)는 벌써 6개월 동안 이런 증세를 느껴 결국 참다 못해 병원을 찾았다.
김씨처럼 주로 잠들기 전에 다리에 불편한 감각이 나타나 "벌레가 기어다닌다" "쑤신다" "욱신거린다" "저린다" "피가 안 통한다" "아프다", "당긴다" "시리다" 등의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낮보다는 밤에 잘 발생하고,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심해지고 움직이면 호전되거나 사라지는 게 특징이며, 대개 다리에 발생하지만 때때로 팔에도 나타날 수 있다.
평소 철분 섭취가 부족한 노인들은 김씨처럼 하지불안증후군을 호소하며, 주로 잠들기 전에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 다리를 자주 움직이게 되면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돼 불면증으로 이어진다.
불면증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인 하지불안증후군은 뚜렷한 원인이 없는 일차성과 철분 부족 혹은 당뇨병, 신장질환, 파킨슨병과 같은 다른 질환으로 유발되는 이차성으로 구분된다. 이 증후군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뇌 속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전달하는 체계에 이상이 생긴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되며, 철분이 부족한 경우 도파민의 생성이 억제되어 하지불안증후군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인들은 위에서의 염산분비 부족으로 인해 철 결핍이 발생하기 쉬우며, 제산제를 상시 복용하거나, 만성적 설사, 궤양, 게실, 위절제 수술 등으로 인해 더욱 쉽게 발생될 수 있다.
일단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진단된 경우 철분보충과 도파민 수용체 작용제 등 약물치료로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하지불안증후군이 다른 이차적인 원인과 관계가 없다면 생활양식의 변화를 먼저 시도한다.
남성의 경우 하루 철의 영양 권장량은 10밀리그램이고 여성의 경우에는 15밀리그램을 섭취해야 한다.
철분은 간, 심장, 붉은색 고기, 대합, 굴, 달걀 노른자, 견과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철분이 포함된 음식을 섭취할 때는 철분 흡수를 도와주는 비타민C, 엽산(비타민B9), 비타민B12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커피, 차, 우유등과 함께 섭취하는 것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
생활 습관 개선을 통해서도 증상이 완화되지 않는 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한 다음 약물요법을 함께 실시해야 한다.
서울특별시 북부노인병원 신경과 김미애 과장은 "하지불안증후군은 불면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으로 철분 결핍으로 인한 경우 철분을 공급하고,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로 증상을 치료할 수 있다"면서"혈액순환이 안 된다고 자가 판단하여, 혈액순환개선제 등을 복용하기 보다는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정확히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