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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간혹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전략을 사용한다. 이것은 아주 간단한 설득전략이다. 말하자면, 처음에는 상대방에게 엄청나게 무리한 부탁을 한다. 물론 이 부탁은 보기 좋게 거절당한다. 그러면 기다렸다는 듯이 처음보다는 작은, 그러나 본래 원했던 부탁을 제시한다. 그럴싸하게 양보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상대방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두 번째 요청을 들어준다. 논리적, 이성적으로 따지고 보면 부탁을 들어줄 이유는 전혀 없는데도 말이다.

 

신문-방송 겸영 2013년으로 유예했으니 받아들여라?

 

최근 정부와 여당이 이러한 '일보 후퇴, 이보 전진' 전략을 심심치 않게 사용하고 있는 것 을 볼 수 있다. 지난 24일 확정된 미디어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추천위원들은 최종보고서에서 '신문의 지상파 방송 겸영은 2013년부터'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것은 언뜻 기존에 여당이 의도했던 것에서 한 발짝 물러나고 의견 상호 절충을 꾀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제안은 2013년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신규채널을 확보할 수 없어 신문의 지상파 방송 겸영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당장 법이 통과되면 대기업과 신문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의 주식을 상당부분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원칙적으로 자본과 권력에서 독립되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언론을 오히려 지금보다 더 정파적, 상업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과연 미디어법 개정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왜 지금 이 시점에서 시행되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대운하 양보했으니 '4대강 살리기'는 추진해야겠다?

 

그제(29일) 이명박 대통령은 정례 라디오 연설에서 "임기 내에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난 해 6월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 추진 안 할 것"이라고 발표했던 것보다 한 발짝 더 물러서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대통령의 지난해 6월 성명을 통해 대운하 사업 계획은 막을 내린 것이었다.

 

대운하 사업 양보로 보이는 언급을 재차 했다고 해서 그것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받아들여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대선 공약이었던 대운하 추진을 좌절케 만들었으니 4대강 살리기는 찬성, 협조 해달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대운하와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교묘히 대조시켜 국민들로 하여금 후자를 선택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해서는 오산이다.

 

둘 중 반드시 하나를 택해야 하는 이유는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국가가 추진하는 계획이라고 해도 이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거부할 수 있는 권리와 자격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에게나 있다. 부탁을 하는 이가 양보를 했다고 해서, 부탁 받은 이도 양보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냉정하고 단호하게 따져야 할 것은 그 부탁의 취지와 목적일 것이다.  


#미디어법#4대강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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