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킨 실을 어떻게 손으로 쳐서 풀 수 있을까' - 사마천 사기
삼국지라는 책은 유비, 조조, 손권 세 명을 필두로 하는 세력들 간의 싸움을 기록한 역사서다. 흔히 이 책을 '손자병법'과 더불어 인생의 철학과 지략이 녹아있다고 한다. 또한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활약이 책속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성경이며, 그 다음을 잇는 것이 삼국지라고 한다. 또한 책에 나오는 200여명의 인물들은 우리 모습과 닮아있다. 그래서 인물들 사이의 호불호가 갈리기 마련인데, 조조에 대해서만은 대부분의 독자들이 높게 평가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조조가 가장 큰 세력을 이루었으며 그것은 당시 난세에서 가장 성공적인 행보였다는 것이다.
사실 조조는 100전 100승의 신화적 인물은 아니었다. 많이 이겼다시피 많이 졌으며, 전투의 승률을 따지자면 70%정도에 그친다. 패주한 전투는 셀 수 없이 많고, 아버지를 암살한 도겸의 땅인 서주를 공격할 때는 감정적인 면 또한 심하게 보인다. 게다가 초기의 조조가 원소나 동탁, 원술보다 많은 인재가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그런 조조가 삼국시대의 가장 큰 세력을 이룬 주인공이 되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조조의 세력정책에 있다. 중국은 그동안 많은 나라가 있어 왔으며 삼국시대 이전에도 춘추나 전국 시대 같이 많은 세력들로 분화되었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통합되는 양식의 시대를 겪어왔다.
이런 시대를 보면 몇 가지 원칙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중원을 차지하는 세력이 중국을 통합한다는 것이다. 물론 조조를 파격적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조조의 세력은 통일의 원칙을 지켰고 제1의 세력을 만들었다. 그에 반해 다른 세력들은 그 원칙을 지키지 않았거나 몰랐고, 결과는 쇠퇴하거나 변방이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묘수가 있을 수도 있고 정공법이 있을 수도 있다. 정공법과 묘수의 차이점은 특별한 데에 있지가 않다. 정공법이 어려워질 경우 새로운 생각과 방법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묘수라면, 시대의 흐름에 살아남은 묘수는 다시 정공법이 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쉽고 빠르게 일을 진행시킬 수 있는 묘수에 흥미를 가지지만, 결국 일을 처리하는 것은 정공법이 된다. 즉 정공법이란 가장 효율적이며 가장 뛰어난 방법이며, 또한 가장 안전한 방법이다.
이번 정부에 들어 정말 여러 가지 정책이 이슈화 되고 있다. 4대강을 비롯해서 세종시 문제, 미디어 법, 아프간 파병, 독도 문제, 미국 쇠고기수입 등등 이번 정부가 내놓고 있는 정책들은 하나 같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적 저항을 소통의 문제로 판단하고, 라디오를 통한 국민과의 대화와 같은 여러 대중매체들을 통해서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노력은 국민적 저항 앞에서는 아무 힘도 쓰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정부의 지지 또한 떨어져 간다.
필자는 이러한 이유를 정공법이 없는 어떤 지켜야 할 원칙이 부재한, 한마디로 '묘수의 남발'이라고 본다. 4대강을 예로 들자면 이번 토론회에서 국민들에게 가장 웃음을 주었던 것은 로봇 물고기와 자전거 여행이다. 토론회에서 국민들이 바랐던 것은 진정으로 4대강 사업이 필요하냐는 것이었으나, 결국 대통령은 웃음을 주기로 결정하셨던 것 같다.
처음에 대운하 사업의 목적은 경제 발전, 실업 해소, 국토 균형 개발이었다. 그러나 이 대운하 사업이 반대에 부딪히게 되자, 관광이나 골재를 파는 것과 같은 다른 방식의 정책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3박4일간 터널만 보는 관광을 할 사람이 누가 있을 것이며, 강 밑바닥을 긁어 골재를 판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대통령의 것인가? 왜 처음 목적의 당위성과 시민들이 염려하는 면을 설명해 주지 않을까? 게다가 이번 4대강은 그 태생부터 묘수적인 정책이다. 대운하사업이 힘들게 되자 대운하를 포기하면서 내민 것이 4대강이기 때문이고 알려지지 않은 갑문이 포함된 것도 처음부터 대운하 사업을 구상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4대강의 가장 큰 목적은 4대강의 환경을 살리고 재해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만약 진정 목적이 그것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들 중 누구도 반대할 리가 없다. 하지만 상황은 어떤가? 대운하 사업뿐만이 아니다. 미디어법 문제나 미국 쇠고기 수입파동과 같은 사태가 일어났을 때도 정부는 비겁한 술수를 들고 나온다.
스스로 결정한 정책이 반대에 부딪혔을 때 비겁한 묘수를 들고 나오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사실은 그 정책이란 것이 이면에 다른 목적이 있어서가 아닐까? 이명박 정부는 처음 BBK사건 때부터 문제의 영상에 주어가 없다는 둥의 생뚱맞은 이야기로 위기를 피해갔고, 이제는 그러한 비겁하고 어이없음이 이명박 정부의 이미지로 굳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것은 국민에 대한 진정성밖엔 없을 것이다.
처음 조조가 세력을 일으켰을 때는 주위에는 강력한 적들이 우글거렸다. 그러나 피하지 않고 중원을 점령하였고, 그것은 대륙을 통일하는 세력의 밑받침이 되었다. 그러나 현 정부는 하나의 정책이 반대에 부딪히면 그저 피하고 숨기기에 급급하다. 강을 가두고 강 밑바닥을 긁어내면 물이 썩는 것은 자명한 이치인데 로봇 물고기를 만들어 오염원을 찾는다고 하며, 홍수가 일어나는 지류가 아닌 본류를 막으면서 홍수 방지를 하겠다고나 한다.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그 정책이 왜 필요하며, 정책을 실행하였을 때 부작용이 무엇이며, 국민들이 염려하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냐는 것이다. 소통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소통의 자세와 내용이다. 필자는 그들이 대한민국을 망치려고 이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선장격인 그들이 이렇게 묘수만을 찾는다면 목적지는 불 보듯 뻔하다. 어려운 일이라도 만약 목적이 정당하다면 정공법으로 승부하는 정부, 정책이 되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묘수를 남발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이제 그만 보고 싶다. 하나라의 리더라면 적어도 구성원들을 믿고 논리적으로 설득하여 따라오게 만들 수는 없는 걸까?
4시간밖에 안 주무시는 대통령 님께 '삼국지'를 드리면서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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