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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추운 날엔 노숙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1일 영하 8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 노숙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다는 서울역 앞에 나가 보았다. 서울역 앞 벤치에는 노숙자들이 많이 모여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노숙자들에게 다가가면 행패를 부린다느니, 욕을 마구 한다드니 여러 가지 노숙자들의 안 좋은 모습을 신문, 뉴스를 통해 접했기에 막상 그들에게 말을 걸기가 쉽지 않았다. 한 10분이 지난 뒤,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신문지를 접고 자리를 뜨시길래 다가가서 여쭤보았다.

"집에 있으면 누가 밥을 주나, 할 일도 없고... 여기 있으면 사람들도 많고, 밥도 한 끼 때울 수 있어 좋아."

할아버지는 엄밀히 말하면 노숙자는 아니다. 집에서 매일 같이 서울역에 나오신 지 서너 달 되셨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도 서울역에서 식사를 했다고 하셨다. 일요일에는 서울역 앞에서 천막을 치고 교회에서 목사님이 나와 예배를 보고, 예배가 끝나면 빵과 우유, 밥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예배를 보러간다고 하셨다.

또한 추운 겨울이라고 봉사활동하시는 분들이 와서 겨울옷, 신발, 장갑, 목도리 등을 다 가져다 주시기 때문에 최소한 여기 있는 사람들이 옷이 없어서 얼어 죽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이렇듯 노숙자들을 위한 봉사, 무료 급식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계셨다.

그 옆 노숙자들과 교회에서 전도하러 나오신 분과 실랑이가 벌어져서 가만히 보고 있다가 왜 싸우시는 거냐고 말을 조심스럽게 걸었다. 그러자 이유는 "쟤 사이비거든" 갑자기 옆에 있는 사람들이 "너도 사이비야, 얘도 사이비야"라고 말하면서 서로를 사이비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 뒤 노숙 13~14년차라는 한 분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나도 예전엔 교회를 다니다가, 지금은 성공회를 믿어요."

필자를 마치 종교단체에서 나온 사람인 줄 아시면서 종교 얘기를 꺼내셨다. 왜 그런지 여쭤봤더니, 성공회 사람들이 김치가 없으면 김치를 갖다주고 필요한 것 있으면 다 가져다 주는 등 잘 도와주시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소주2병만 사줄 수 없냐고 해서 소주 2병을 사드렸더니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던 또 한 분이 필자를 불러서 이야기를 하셨다.

 서울역에서 이야기를 마치시고 어디론가 떠나시는 할아버지
서울역에서 이야기를 마치시고 어디론가 떠나시는 할아버지 ⓒ 문수진
서울역에서 오랫동안 노숙을 하시다가 지금은 다른 곳에 계신다는 영희 아버지(가명). "여기 있는 노숙자들이 불쌍해 보이고, 딱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뭐 사주면 안돼요"라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는 영희 아버지. 대학생이라서 숙제 때문에 왔다고 필자는 말했으나 믿지 않으시는 분위기였다.

이어서 종교 단체에서 나오셔서 좋은 일 많이 하시는 거 알지만 오히려 그렇게 동정심으로 대하는 것이 이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는데 해가 된다고, 자꾸 주면 더 바라게 된다고 하시면서 또 교회 얘기를 꺼내셨다.

"나도 예전에 세례도 받고 교회도 열심히 다녔는데 사는 게 힘들다 보니까 교회를 이제 안 다녀요"라고 하시면서 교회에 대한 아픈 기억을 얘기하셨다. "집세를 못 내서 아는 집사님이 다니는 교회에 가서 목사님한테 갔더니, 처음엔 잘 해주시다가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한 뒤로는 찾지도 않으시고 모른척 하시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교회에 안 가요." 그러니 이런데 와서 괜한 고생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점심 때가 한참 지나고 계속 소주를 드시고 계시는 분들 중 또 한 분께 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무료급식이 있다고 하던데, 점심식사는 하셨어요"라고 여쭤보았다. 그러자 다짜고짜 하시는 한 마디.

"너도 사이비야."

이 분 역시 필자와 같이 선교 다니는 사람 많이 봤다며, 필자를 종교단체에서 나온 사람으로 몰아가셨다. "난 그 밥 안 먹어. 그건 거지가 먹는 거야." 그럼 개인이 와서 급식봉사를 할 경우 밥을 드시냐고 했더니, 개인이 오는 경우는 많이 힘들다고 하시면서 급식을 먹고 설거지까지 다 도맡아 하신다고 하셨다.

왜 종교단체가 싫으시냐고 여쭸더니, "나도 한때는 교회에 열심히 다녔는데, 교회에서 받은 게 많아서 다른 사람에게 받은 걸 돌려주려고 하니까, 목사님이 막 욕을 하시면서 안 좋은 소리를 하시더라고..." 어떤 이야기인지 자꾸 여쭤보니까 그 얘기는 할 수 없다며 그래서 그런지 종교단체에서 온 밥은 먹기 싫다고 하셨다.

 노숙자들이 잠자는 곳으로 사용하는 서울역 옆 지하도
노숙자들이 잠자는 곳으로 사용하는 서울역 옆 지하도 ⓒ 문수진

우리는 흔히 노숙자들을 위한 각종 봉사들이 모든 노숙자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록 반나절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서울역에서 이루어지는 무료급식을 비롯한 각종 봉사(특히 종교단체 주관)에 대한 반감도 존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각각의 종교단체는 봉사를 단순히 신도들을 늘리기 위한 미끼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또한 자신들의 이중성(노숙자들을 위한 봉사를 하면서 막상 그 단체에 가면 소외당하는 것)에 대해 한 번쯤 되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서울역#노숙자#무료급식#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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