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달토끼, 산타클로스, 요정, 공주 등 유아들에겐 다양한 판타지가 있다. 그 중에서 밤하늘에 관한 판타지들은 유아들의 상상력은 무한히 넓혀준다.
가로등 불빛 너머로 아스라이 보이는 별들, 책에서 본 그림들, 엄마에게 들은 이야기, 노랫말 등 유아들에게 우주를 전해주는 매체는 다양하다. 밤마다 창밖을 내다본다고 많은 별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유아들의 머릿속엔 드넓은 우주가 들어 있다. 유아들에게 검정 색지와 금색, 은색의 별스티커를 줘보라. 그들은 거침없이 밤하늘을 창조해낸다. 별들이 물결 모양으로 흘러가기도 하고 다닥다닥 붙어 성단을 이루기도 한다.
밤하늘과 우주에 관한 판타지는 '자기중심적 사고' 단계에 있는 유아들이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달님은 나만의 달님이기도 하지만,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달님일 수도 있고, 나 아닌 먼나라의 친구들도 보살펴주는 달님일 수도 있다. 달토끼들의 나라일 수도 있고, 내가 강아지와 함께 우주선을 타고 찾아가볼 달님이기도 하다.
한창 우주에 관한 판타지를 품고 있는 유아들에게 영어로 된 우주 이야기책이나 영어동요를 읽히고 가르치면 영어의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 유아들은 그림 위주로 책을 보기 때문에 주제와 그림만 마음에 들면 영어책이라는 이유로 거부하진 않는다. 하늘의 달과 별, 은하수를 사랑하는 유아들에게 읽힐 만한 영어책 몇 권을 소개하기로 한다.
<1. Papa, please get the moon for me>
유명한 에릭칼 동화다. 달을 따달라는 딸의 부탁에 긴 사다리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아빠의 모습이 인상적인 그림책이다.
아빠는 딸에게 달을 따다주지만 달은 딸아이의 품에서 오래 머물지 않는다. 차츰 작아지고 얇아지다가 마침내 사라지고 만다. 그믐달이 지고 '삭일'이 된 걸 모르는 아이는 달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밤하늘에 달이 다시 나타나더니 나날이 차올라 마침내 보름달이 된다.
<2. I want to be an astronaut>
우주에 가려면 사다리가 아니라 우주선과 우주복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기 시작한 유아들에게 권할 만한 책이다. 우주선을 안다고 해서 우주에 관한 유아들의 판타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유아들은 여전히 자기가 맘만 먹으면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책은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은 어린이가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는 이야기다. 모든 문장이 "I want to.."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유아의 희망사항 혹은 판타지를 실감나게 그려낸다.
<3. Anansi the spider>아프리카 가나의 아샨티 지방의 신화다. 이야기는 밤하늘의 달이 어떻게 해서 그 자리에 떠 있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여행을 떠났다가 위험에 처한 아난시를 구해낸 그의 여섯 아들들. 어느날 아난시는 둥글고 밝고 빛나는 빛덩어리를 발견하고 그걸 아들 중 한 명에게 선물로 주려 한다. 그러나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아난시는 당분간 그 빛덩어리를 냐임 신에게 맡기는데...
냐임 신은 그 빛덩어리를 하늘에 던져올려서 모두가 볼 수 있게 한다. 이야기가 끝나도록 그 빛덩어리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 장을 읽은 후 유아에게 물어보라.
"Can you guess what is this?" 유아들은 아마도 그 답이 달님이란 걸 알고 있을 것이다.
<4. Clifford's night-light>유아들에게 인기 만점이 빨간 강아지 클리포드 읽기 시리즈 중 하나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캠핑이라는, 유아들이 좋아하는 주제가 한 데 묶여 있다.
텐트 안에서 밤을 보내는 에밀리가 깜깜한 게 무섭다고 하자 클리포드는 텐트를 걷어낸다. 그러자 밤하늘이 열리고, 무수히 많은 별들이 환히 빛나고 있다.
영어를 하나의 독립된 과목으로 가르치면 유아들은 거부감을 느낀다. 아이들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이야기들을 그려낸 책들을 선택하여 함께 읽고 놀면 엄마에게도 유아에게도 영어가 숙제가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좋아하는 주제를 우리말책으로도 읽고 영어책으로도 읽으며 자라는 유아들이 늘어나길 바란다. 그러면 영어 때문에 쩔쩔매는 인구비율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지 않을까. 영어를 잘한다는 게 더이상 벼슬이 아닌 세상을, 우리의 유아들이 장차 열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