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또 저주의 사설을 썼다. 사설이 아니라 무상급식에 대한 저주다. 어쩌면 이렇게 동일한 날 동일한 사설 면을 통하여 날조된 동일한 내용의 사설을 쓸 수 있는지 자못 궁금하다.
사설은 무상급식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정조준하고 있다. '무상급식이라는 나쁜 전염병'을 퍼트리는 주범으로 말이다.
사설은 김 교육감이 2014년까지 초중등 무상급식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며, 이를 6월 교육감선거를 겨냥한 선거공약인 듯하다고 비판한다. 이 문제가 심각한 것은 6월 지방선거에 광역시장·지사로 출마하는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무상급식 아이디어에 맞장구를 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경기도 교육청 예산 8조2천억 원 중 교직원 월급등 경직성예산을 빼고 나면 교육정책에 투입할 수 있는 돈은 1조에 불과해 수천억대의 무상급식을 하고 나면 도서구입, 노후시설교체등 교육환경개선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사설은 결론적으로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무상급식을 공약화하는 것은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이며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국론을 분열시켜 아르헨티나와 같은 국가부도사태로 이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급하기는 어지간히 급했는지 사설의 마무리는 현명한 유권자 운운하며 사실상의 낙선운동을 부추기고 있다.
지방교육재정 위기,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무리한 4대강 사업에서 비롯
사설은 김상곤 교육감은 경기도의 예산현실을 무시한 올 6월 선거를 겨냥한 수천억대 무상급식추진으로 인하여 다른 교육사업이 큰 차질이 생기고 결국은 도교육재정의 파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2010년도 경기도교육청 예산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사설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회피하고 있다. 교육청의 예산의 70% 이상이 내국세의 20%와 교육세로 이루어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인데,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와 4대강 사업으로 이명박 정부 임기동안 15조 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2010년도 경기교육청의 경우 중앙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경기도의 이전수입의 합계가 6조8천억 수준으로 2009년도의 7조5천억보다 14%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 경기교육청은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이전수입의 축소로 부족한 6900억 원을 지방교육채를 발행하여 매꾸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로 인한 세입부족이 낳은 사태의 본질이다.
참여정부의 교육예산이 연간 8%씩 늘어난 것에 비하여 2010년도 이명박 정부의 교육분야예산은 2% 정도 상승하였는데, 이는 물가상승률 2.5%에도 못 미치는 것이며 또한 유아·초등·중·고등학교에 투자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년 전 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런 열약한 예산환경 속에서 물가상승으로 인한 학교현장의 고정지출비용증가, 인건비 채무상환 등 경직성 경비가 증가하여 일반사업비의 가용재원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경기교육청의 경우 일반사업비의 가용재원이 전년도 대비 960억이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경기교육청은 제로베이스차원에서 세출예산을 검토하여 불요불급한 사업과 전시성행사의 과감한 폐지와 축소를 통하여 예산을 절감하고 공교육정상화와 학생과 교육현장에 대한 지원은 전년수준이상으로 유지하고 장애인 유아 저소득층은 지원예산은 증액 편성하였다. 무상급식예산 등 교육감의 특정공약사업 때문에 교수·학습활동지원예산이 감액되었다는 것은 2010년도 경기교육청의 예산을 한 번도 살펴보지 않고 하는 얼빠진 소리에 불과 한 것이다.
무상급식예산은 자원배분의 왜곡이나 국가부도 일으키는 규모의 예산 아니다
무상급식예산은 교육청 단독예산이 아니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저소득층 자녀무상급식예산, 교육청예산, 경기도와 도내 31개 시군의 협력, 대응지원예산으로 이루어진다.
경기교육청보도자료에 의하면 2010년도 2학기서부터 초등학생 5, 6학년에게 무상급식을 시작하는 데 드는 예산이 1640억이다. 1640억 중 660억 원은 경기교육청 자체예산이며, 459억 원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저소득층 자녀 무상급식예산이며, 나머지 520억 원은 자치단체 대응지원예산이다.
2009년도 경기도 및 31시·군, 교육청예산을 합치면 43조억 원이며, 재정자립도는 전국 1위이다. 경기도와 31시군의 협조가 있다면 예산상에 큰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학교급식경비의 지방자치단체분담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재정자립도가 최하위인 전라남도이다. 문제는 무상급식에 대한 의지인 것이다.
또한 경기교육청은 지금 당장 초등, 중등학생을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2010년에 초등학교 5, 6학년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가는 단계적 접근을 취하고 있어 중앙정부의 교육예산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한다면 특별히 문제가 될 것이 없다.
부자감세로 인하여 세수가 감소하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부족하다면 중앙정부는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율을 20%에서 2~3%만 올려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방선거야 이 바보야
위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무상급식은 자원배분을 왜곡시킬 만한 규모의 예산도 아니며 헌법31조에 의무교육의 무상성원칙에도 부합되며 보편적 교육복지라는 차원에서 시민들의 광범한 지지가 있음을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올 지방선거에 출마를 예정한 후보들이 앞 다투어 공약으로 발표하여 무상급식실시에 대한 대세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돌연 <조선일보>과 <동아일보>에서 한날한시의 사설을 통하여 포문을 연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세종시 원안수정논란으로 한 지붕 두 가족이 된 한나라당 사태에 <조선>, <동아> 등 보수언론은 이대로 가다가는 지방선거에 패배하고 정국주도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며 무상급식이라는 휘발성이 큰 이슈를 만든 김상곤 교육감에 대한 저주이다.
나는 진실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요청하고 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나라당을 부추겨 대세를 인정하고 무상급식을 당론화하라고 사설을 쓰라고.
사실과 진실을 말하지 않고 하고 싶은 주의와 주장만이 난무하는 언론을 세간에서는 찌라시라고 한다. 그런데 왜곡된 주의와 주장을 넘어 신문지면에 '분노의 낙서'를 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정세에 망령난 히스테리를 부리는 저 신문은 '똥종이'라고 부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