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키에 큰 몸을 가진 전 77사이즈 20대 여성입니다. 5년 전엔 55사이즈를 입을 수 있었던 10대 소녀였지만 말입니다.
평소에 입지 않았던 정장류의 옷이 필요하게 되어 사전조사도 할겸 인터넷으로 백화점 브랜드를 검색하게 되었습니다. 20대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의 쇼핑몰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걱정이 생겼습니다.
85, 90으로 대표되는 44 같은 55사이즈와 55같은 66사이즈만이 가득하더군요. 결국 전 77사이즈가 나오는 매장을 검색하는데 시간을 소비했고 20대 여성 그리고 '교생'이 입을 만한 조건을 만족하는 브랜드로 다섯 개를 꼽았습니다. 줄어든 브랜드 수 만큼이나 자신감도 반으로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옷이라는 것이 첫인상과 직결되고 또한 필요성 또한 큰데 제가 입을 수 있는 옷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에 마음 한켠이 찌릿했습니다.
사실 전 살이 찌기 전엔 다이어트로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모두 의지박약이라고 단정지었고 생각의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77사이즈 여성이 되어보니 정말 왜 자살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매장에 쉽게 발을 들여놓을 수 없을 뿐더러 매장 직원의 "저희 매장에 큰 옷은 안 나와요", "20대 브랜드라 큰 옷은 없어요"란 말을 듣게 되니 눈물이 나더군요. 예전에는 제가 짐을 무거워하면 선뜻 나서주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제 덩치값도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연예인들이 살인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는 것, 다이어트 약이 부작용이 있음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것, 영양불균형과 폐경의 위험을 알고도 무리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 극단적인 자살을 선택하는 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고 해결방법을 찾는 것에 앞서 사회 전반의 가치관의 변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 55사이즈 여성이 많아서 55사이즈 옷이 많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사회가 55사이즈의 여성이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대중매체와 패션쇼 등은 언제나 마른 여자들을 보여주며 감탄을 연발하게 됩니다.
나도 저렇게 입고 다녀야겠다라는 욕구가 생기면 살과의 전쟁은 필수과정이 되어버립니다.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서 옷도 마음껏 입을 수 있는 그런 사회는 아직 아닌가 봅니다.
몸에 맞는 옷이 아니라 옷에 맞는 몸이 되어야 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빅사이즈 여성분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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