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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자'는 시민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국민이 어떤 질병에 걸려도 병원비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뜻이다. 이들은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 손을 벌리기에 앞서 국민 스스로 보험료 부담을 조금 더 늘리자고 제안하고있다. 지금보다 건강보험료를 1인당 월평균 1만1000원 올려서 모든 사람이 필요한 혜택을 받을수 있도록 한다는 것. <오마이뉴스>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의료복지혁명을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심도있게 고민해본다. 두번째는 오건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의 글이다. <편집자말>

1만 1천원만 더 내면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이 해결해 줄 수 있다고 말하자, 내 친구가 금세 반문한다. "정말, 그게 가능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아마 생각보다 금액이 적기 때문이고, 문제투성이인 우리나라 의료제도에서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그는 '건강보험 하나로' 발기인 참여를 동료들에게 권하는 열성 활동가로 변신해 있다. 지금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우린 월급명세서에서 건강보험료가 빠져나가는 걸 볼 때마다 아깝다고 생각한다. 건강보험료 인상 소리를 듣기만 하면 열이 오른다. 난 말했다. 잠시 모든 걸 백지로 놓자. 그리고 곰곰이 살펴보자.

 

여기 두 가지 의료보험이 있다. 하나는 민간의료보험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건강보험이다. 민간의료보험의 재정은 모두 가입자의 보험료로 조성된다. 10조원을 내면 민간보험회사 운영비, 이윤 등을 공제하고 상품에 따라 6~8조원 정도가 급여로 돌아온다. 보험료 대비 급여를 가리키는 급여배율이 0.6~0.8배에 불과하다.

 

이에 반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현행법에 의해 가입자 보험료, 사용자 책임 몫, 정부 지원금으로 구성된다. 만약 직장가입자들이 10조원을 내면 사용자가 10조원을 더하고 전체 총액의 20%인 4조원을 국가가 지원해 24조원이 조성된다. 직장가입자의 본인 납부 보험료 대비 급여 비중이 2.4배이다(자신이 보험료를 모두 내는 지역가입자를 포함하면 급여배율은 다소 낮아져 평균 1.9배).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 해결... 무상의료는 OECD 국가에서 이미 진행중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는 6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족식을 진행했고, 7월 14일 시민발기인들과 함께 본조직 출범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는 6월 9일 기자회견을 통해 발족식을 진행했고, 7월 14일 시민발기인들과 함께 본조직 출범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 보건의료노조

게다가 국민건강보험료는 소득에 따라 정률로 모아지고, 급여는 낸 금액과 무관하게 아픈 만큼 지급된다. '능력대로 내고 필요만큼 받는' 사회연대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최근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최하위계층 5%의 보험료 대비 급여혜택은 7배에 이르지만, 최상위계층 5%의 경우는 0.7배이다. 비싼 보험상품에 가입한 부자에게는 많은 혜택을 주지만 싼 보험상품에 든 서민에겐 일부 급여만 제공하는 민간의료보험과는 족보가 다르다.

 

지금 가구의 80% 이상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있다. 이로 인한 가계비 부담이 크지만 병원비 불안에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지난번 '안기종' 대표의 글에서 보았듯이, 중증질환의 경우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했더라도 보장 급여에 제한이 많아 막대한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할까? 본인부담금을 없애자. 소득격차를 그대로 반영하는 민간의료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자. 이것이 무상의료다. 무상의료는 공짜의료가 아니라 국민이 함께 재정을 조성해서 사회연대적으로 급여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OECD 국가 대부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이다.

 

귀가 솔깃한 듯했다. "정말 그래?" 그가 다시 질문을 던진다. 내 이야기에 동의하기 힘든 표정을 짓던 첫 질문과 달리 이번엔 확신을 갖기 위한 확인 작업으로 보인다. "어떻게 1만 1천원이 계산된 것인데?"

 

어떻게 1만 1천원이 나왔을까?  

 

 제116주년 세계 노동절 기념대회에 참석한 보건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무상의료 실현"을 요구하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제116주년 세계 노동절 기념대회에 참석한 보건노조 소속 노동자들이 "무상의료 실현"을 요구하는 선전물을 들고 있다. ⓒ 최윤석

올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약 36조원으로 예상된다. 이 금액으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할 수 없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최소한 동네병원은 80%, 입원진료를 받은 대학병원은 90%까지 올리려면 약 12조원이 더 필요하다. 이 12조원 중 가입자 몫을 국민 1인으로 나누니 1만 1천원이 나온다. 현재 1인당 본인납부 국민건강보험료 평균 3~4만원에 1만 1천원을 더 내자는 것이다.

 

이때 1만 1천원이 평균 금액이라는 점도 잊지 말자. 실제 인상액은 계층별로 달라, 저소득계층은 3천원, 최상위계층은 3만원이다. 이러면 MRI, 초음파, 선택진료비, 간병비, 틀니 등의 비용을 건강보험이 책임지고, 어떤 경우든 환자 1인당 본인부담 연간 총액이 1백만원을 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지금보다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하니 가계부담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절약되는 돈이 있다. 지금 1인당 평균 10만원 넘게 내고 있는 민간의료보험료에 가입할 이유가 없어진다. 병원을 나설 때 직접 내야 하는 본인부담금에서도 거의 해방될 수 있다. 1만 1천원을 더 내지만 실제 가계 부담은 오히려 대폭 줄어든다. 물론 저소득계층일수록 혜택이 더 크다.

 

놀라는 눈치다. 끈질기게 묻는다. "뜻은 좋아 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더 내도 건강보험료가 의사들의 호주머니로 새 버리지 않을까?"

 

의사들의 호주머니로 새 버리지 않을까?

 

사람들이 자주 갖는 의문이다. 우리나라 의료체제는 과잉진료라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과 과잉진료 문제는 구분해 보아야 한다.

 

지금 건강보험 재정이 취약한 상황에서도 의사들은 충분히 과잉진료를 행하고 있다.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진료를 하고 있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체계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사실 병원비가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든, 환자 본인부담금이나 민간의료보험에서 충당되든 의사들에겐 주요 관심 거리가 아닐 것이다.

 

우리 운동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게 아니다. 향후 이 과제에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모든 것을 수술할 수는 없다. 서민의 병원비 부담이 너무 크니, 우선, 지금 청구된 병원비를 계산할 때, 국민건강보험 몫을 늘리고, 개인의 본인부담금을 없애 나가자는 것이 이번 운동의 목표이다.

 

혹 전체 진료비에서 환자 본인부담금이 줄어드니 일부에서 과잉진료 동기가 커질 수도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 하나로'가 성사되면 의사들의 진료행위에 대한 견제가 강화되는 면도 있다.

 

특히 과잉진료의 온상이지만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비급여 진료가 급여로 전환되면서 진료비 심사 대상이 되는 건 주목할 만한 변화이다. 향후 진료내역 심사제도를 엄격히 운영한다면 우리의 소중한 1만 1천원이 새는 일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 친구가 묻고 나도 인정했듯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료시설의 90%가 민간소유이다.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진료비구조(행위별 수가제도)도 존재한다. 정부의 의료영리화 공세도 만만치 않다.

 

무상급식의 폭발력을 뛰어넘을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

 

이 모든 것을 풀어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시민의 힘이다. 어디서 시작할까? 무상급식을 보자. 무상급식이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이 관심을 지닌 무상의제를 시작으로 보편적 교육복지가 공론화되고 있지 않은가?

 

'건강보험 하나로'도 병원비의 사회적 연대를 시발점으로 공공의료를 구축해 가는 길을 개척하려 한다. <조선일보>가 우려하듯이,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의 폭발력은 무상급식을 훨씬 넘을 것이다. 병원비에서 느끼는 서민의 공포가 너무 크고 이를 벗어나려는 꿈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이제 거의 내 이야기에 동의하는 눈치다.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정말 가능할까? 기업, 정부가 이에 호응할까?"

 

그래서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현행 건강보험료 결정제도에서 가입자의 보험료가 정해지는 순간 자동으로 기업 책임 몫, 정부지원금이 늘어난다. 기업과 정부는 우리의 보험료 인상을 필사적으로 막으려 할 것이다.

 

풀뿔리 시민의 힘을 모아야 한다. 지금까지 해왔던 관성적인 요구, 단체중심의 상층 활동을 넘어서자. 전국 방방곡곡에서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우리도 더 낼 테니 너희도 책임을 다해 '사회적 연대제도'를 만들어 보자고, 그래서 병원비 공포에서 벗어나자는 들불이 일어야 한다. 우린 그 첫 문을 열려는 것이다.

 

드디어 성공! 그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나도 참여하련다. 무엇을 할까?" 오는 7월 14일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출범한다. 발기인으로 참여할 것을 권했다. 블로그(blog.daum.net/healthhanaro)에 오면 참여란이 있고 관련자료도 많다. 어제도 그는 나에게 전화를 했다. "발기인이 많이 늘었니?"라고. 그는 끊임없이 나에게 물으며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 푹 빠져 있다. 그가 믿음직스럽다. 파이팅!


#1만1000원#무상의료#건강보험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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