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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왔다. 봄이 꽃망울을 터뜨리는가 했더니 캠퍼스에는 녹음이 우거졌다. 기자가 다니고 있는 부산대는 지난 주 종강을 했지만 여름계절학기 수업이 한창이다. 방학을 잊은 학생들은 수업에 늦지 않으려고 종종 걸음을 친다.

여기에 학생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니는 스쿠터들도 눈에 띈다. 최근 경제적 이유로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또 강의실 이동의 수고를 덜기 위해 스쿠터를 이용하는 학생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교내 스쿠터 이용이 늘어남에 따라 학생들 사이에서 교내 원동기 이용이 유발하는 안전 문제, 소음 문제, 과속 문제 등이 문제시 되고 있다.

캠퍼스 내 도로에서 보행자 사이를 누비는 스쿠터에 대한 불만을 듣기란 어렵지 않다. 한 스쿠터에 세 명이 함께 탄 채 곡예운전을 하는가 하면, 보행자 앞으로 갑자기 튀어나와 위험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부산대 전자과의 A씨는 건물 사이를 누비는 스쿠터의 소음이 수업을 방해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소음뿐만 아니라 사고위험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첫째, 상당수의 학생들이 무면허로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 스쿠터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50cc 미만 급 원동기는 면허 없이도 운전할 수 있다. 50cc 이상 125cc 미만 급은 원동기 면허 또는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보통면허가 있으면 운전할 수 있다. 배기량이 125cc 이상인 원동기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보통 운전면허와는 구분된 별도의 자격(1종 소형운전면허증)이 요구되고 일반적으로 스쿠터가 아닌 오토바이로 취급한다.

캠퍼스 내 스쿠터 대부분은 50cc에서 125cc급의 원동기이지만, 배기량이125cc급 이상인 오토바이도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보통 면허만을 소지한 채 125cc 이상 배기량의 원동기를 운전하거나, 무면허 상태로 50cc에서 125cc 급의 원동기를 이용하고 있다.

캠퍼스 밖에서는 경찰의 단속에 적발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무면허 원동기 운행을 꺼린다. 하지만 캠퍼스에서는 경찰의 통제가 없어 무면허 운전도 상관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부산대 경영학과 이진우(가명·22)씨는 얼마 전 수업 간 이동에 이용할 생각으로 50cc급 중고 스쿠터를 구입했다. 이런 중고 스쿠터는 학교 자유게시판 내 '중고물품 거래란'에서 약 40만 원을 주면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런데 이씨와 판매자는 모두 면허가 없다. '사고만 안 나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생각과 '남들도 하는데'라는 안일한 생각이 불법 행위를 낳고 있다.

캠퍼스 내에서도 무면허 운전은 엄연한 불법일 뿐 아니라 사고가 났을 경우 손해배상의 어려움도 따른다. 가해자로부터 배상을 받아야 할 피해자는 무면허 운전이기 때문에 보험 수혜자에서 제외되며 캠퍼스 보험의 해택도 받을 수 없다. 캠퍼스 내 무면허 원동기 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무고한 불특정 피해자를 위험에 방치하는 행위이다. 

두 번째로 대부분의 학생들이 캠퍼스 내에서 스쿠터 운전 시 헬멧을 쓰지 않는다. 작년 9월 법학과 김인후(가명·25)씨는 캠퍼스 내리막을 내려오다가 스쿠터가 미끄러지면서 넘어져 큰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일주일간 혼수상태에 빠졌으며 뇌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10년의 오토바이 운행 경력을 가진 안일수(가명·29)씨는 헬멧만 썼어도 큰 부상은 면했을 것이라며, 많은 학생들이 불편함을 이유로 캠퍼스 내에서는 헬멧을 쓰지 않고 캠퍼스 밖을 운행할 때에만 헬멧을 착용하는데 이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캠퍼스 밖이 사고의 위험이 더 큰 것은 사실이지만, 사고란 캠퍼스 안 밖을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동기 사고가 빈번하자 서울대, 고려대, 국민대 등 몇몇 대학에서는 헬멧 미착용, 무면허, 과속 등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학생회 자율 단속뿐만 아니라 청원경찰 고용 등을 통해 부적절한 원동기 이용을 적발하여 벌점을 부과하여 바람직한 이용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부산대 역시 2003년부터 녹색캠퍼스 정책의 일환으로 교내 차량 운행을 제한해왔고 지난해부터는 학생 자치회가 단속을 시작했다. 하지만 가시적인 효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원동기#캠퍼스#스쿠터#헬멧#미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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