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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사를 간다. 친했던 중국인 친구를 초대해 나름 대접한답시고 잘 익은 배를 깎아 반으로 나눠줬더니 화들짝 놀란다. 자기네는 배를 먹을 때 한 사람이 통째로 배 하나를 다 먹는다는 거였다. 배를 자르는 행위(分梨:펀리)가 분열과 단절을 의미하는 분리(分離:펀리)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란다. 나 아주 멀리 간다, 인사 하나는 인상적으로 한 셈이다.

이처럼 한국, 중국, 일본은 가깝지만 서로 달라 아시아라는 지역으로 두루뭉술하게 묶어, 다를 바 없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깊이 들어가면 사소하면서도 너무 다른 문화습관의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이하에서는 20대 초반의 중국인 대학생 두 명과 일본인 대학생 두 명을 동시에 인터뷰해 현재의 중국과 일본인들이 가진 문화습관을 정리해 보았다.

[시험] 일본은 돈가스, 중국은 꽈배기, 한국은 엿

한국 수험생들에게 문제 잘 '풀라고' 두루마리 휴지를 선물하는 것, 대학 '붙으라고' 엿과 찹쌀떡을 선물하는 것과 같은 소소한 문화가 이들 나라에도 있다. 일본은 시험을 앞둔 자녀를 위해 돈가스를 요리한다. 이것은 돈가스가 이기다(勝つ:카쯔)를 뜻하는 단어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 또 '킷캣(KitKat)'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킷캣의 일본어 발음이 이긴다(きっと勝つ:킷또캇쯔)는 뜻의 동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중국 초등학생의 어머니는 자녀의 시험 날 아침 100점을 받으라는 의미로 1을 뜻하는 '요티아오(油條)'라는 길쭉한 꽈배기와 0을 뜻하는 삶은 달걀 두 개를 준비하기도 한다. 또 중요한 시험을 볼 때는 소면을 먹지 않는 법이라는데, 소면(挂面)은 '불합격하다(挂科)'라는 말과 같은 글자를 쓰기 때문이다. 고로 시험 잘 보라고 중국인을 격려하면서 국수를 삶아서는 안 되는 거다.

[선물] 일본은 화분, 중국은 시계 절대 사양

일본에서는 입원한 사람에게 화분 등의 뿌리 있는 선물을 해서는 안 된다. 뿌리(根:네)와 침대(寢:네)의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병상에 있는 사람에게 화분을 선물하는 것은 침대에 뿌리내려 일어나지 못하기를 바란다는 뜻.

중국에서는 시계를 선물하지 않는다. 특히 괘종시계나 벽걸이 시계는 어른들에게 선물해서는 안 된다. 시계(鍾:쫑)의 발음이 죽음(終:쫑)과 같아서 곧 죽으라는 소리가 된다. 상호명을(심지어는 국회의원 이름까지) 정성껏 새겨 넣은 벽시계를 선물하는 것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주의하지 않으면 안 한 만 못한 선물을 하게 된다.

[재채기] 욕이냐 아니냐 그것이 궁금하다

한국에서는 귀가 가려우면 타인이 자기 욕을 하는 것이고, 신발끈이 풀어지면 누군가 자기 생각을 하는 거라 한다(물론 지역마다 다를 때도 있다). 일본에서는 재채기를 한 번 하면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재채기를 두 번 하면 누가 자기 험담을 하고 있는 것이며, 재채기를 세 번 하면 감기에 걸린 것(!)이란다.

[위기 대처법] 접시를 깨면 "쑤에이 쑤에이 핑안"

재채기를 할 때 서양인들이 이유 없이 '블레스 유'하고 복을 빌어주는 것처럼 중국에도 재치 넘치는 대처방법이 있다. 바로 물건이 땅바닥에 떨어져 깨졌을 때 주변 사람들이 외치는 "쑤에이 쑤에이 핑안(歲歲平安)!"이라는 말인데, 이는 장수하고 평안하라는 말이다. 딱히 연관성 없어 보이지만 깨지는 것을 뜻하는 말(碎:쑤에이)과 발음이 같아 그렇게 복을 빌어준다. 얼마 전 한 중국 식당에서 신참으로 보이는 종업원 하나가 긴장을 많이 했는지 내리 찻잔을 깼다. 순간 식당에는 정적이 찾아왔고 일순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쑤에이 쑤에이 핑안!"이라는 말에 갑자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불길한 숫자] 일본인은 4와 9를 싫어해

13, 14층이 없는 중국의 어느 엘리베이터 중국은 엘리베이터에 13층, 14층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1을 '야오'라고도 읽기 때문인데 '야오쌍'은 '곧 상을 당한다'는 뜻이고 '야오쓰'는 '곧 죽는다'는 뜻이다.
13, 14층이 없는 중국의 어느 엘리베이터중국은 엘리베이터에 13층, 14층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1을 '야오'라고도 읽기 때문인데 '야오쌍'은 '곧 상을 당한다'는 뜻이고 '야오쓰'는 '곧 죽는다'는 뜻이다. ⓒ 손동호
한자문화권에서 4는 죽음과 맞닿아 있는 불길한 숫자다. 일본인은 4와 9를 싫어하는데 9(く:쿠)의 발음이 고생(苦:쿠)의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4에 대한 거리낌과 혐오는 건물의 동, 층, 호를 보면 쉽게 드러나는데, 한국과 일본은 일반적으로 4동, 4층, 4호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중국은 이에 더하여 13층, 14층이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는 1을 '야오'라고도 읽기 때문인데 '야오쌍'은 '곧 상을 당한다'는 뜻이고 '야오쓰'는 '곧 죽는다'는 뜻이다.

[젓가락 사용법] 젓가락 제발 씹지 마세요

인터뷰에 응했던 일본인 하나가 무엇보다도 자기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있다며 열을 올린다. 한국인, 중국인이 젓가락을 손에 쥐고 접시나 탁자에 '탁' 하고 젓가락의 장단(長短)을 동일화하는 작업을 하는 그 순간 일본인은 흠칫 놀라거나 은근히 불쾌해진단다. 비록 순식간에 지나가는 동작이지만 한 번 식사를 할 때 적게는 네댓 번 많으면 열두 번도 반복되는 이 행동은 일본인의 눈에 교양 없어 보인다.

일본인들은 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은 일단 공용 젓가락을 사용해 개인접시에 덜어 먹는다. 다같이 먹는 음식에는 자신이 입을 댔던 젓가락을 함부로 대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친밀함의 정도에 따라 젓가락의 침공 범위가 천차만별이다. 특히 부침개를 먹을 때 서너 사람이 '합공'하듯 젓가락으로 찢는 것은 대단히 일상적인 광경이며, 상대방이 애써서 찢고 있는 부침개를 잠깐 지긋이 눌러주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친밀함의 발로다. 혹자는 나서서 양 손에 젓가락을 하나씩 들고 전반적인 해체작업을 시행한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광경에 경악한다.

또 그가 재연까지 해 보이며 지적하는 것은 아이처럼 살짝 젓가락을 끝을 깨무는 행동이었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애교가 넘치는 동작인데 말이다. 젓가락을 입술에 고는 행동은 일본인에게 이상해 보이는 모양이다.

한국, 중국은 젓가락을 접시의 오른쪽에 세로로 놓는다. 그러나 일본은 접시 위에 가로로 놓는다. 한국의 경우 식사가 끝나면 젓가락은 깔끔하게만 놓아두면 아무래도 괜찮다. 어떤 이는 다 먹은 국그릇에 밥그릇을 겹쳐놓는 등 접시를 층층이 포갠다. 일본에서는 접시를 쌓아 올리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며 식사가 끝나면 젓가락도 처음처럼 가로로 놓아 둔다.

[선물] 중국 연인들은 머그컵을 사랑해

한국의 경우 헤어질 때는 받은 선물을 돌려주거나 눈감고 쓰거나 버린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헤어진 연인이 준 선물을 재활용품 시장에 모조리 내놓고 파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연인에게 머그컵을 선물하기도 하는데 그 뜻은 컵을 뜻하는 중국어(一杯子:이뻬이즈)가 일평생(一輩子:이뻬이즈)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연인에게 신발을 선물하면 상대방이 그 신발을 신고 떠나 버린다는 괴담(?)이 있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에서 연인에게 선물하기에 부적합한 물건은 특별히 없다.

[삼국 공통] 불장난하면 오줌 싼다

불장난하면 오줌 싼다는 전설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 다섯 명이 처음으로 완전한 일치를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이웃] 오래 친구하고 싶으면 소바 선물

우리 나라는 이사를 가면 이웃들에게 팥떡을 돌린다. 일본에서는 마을에 이사를 온 사람이 조촐한 파티를 열고 이웃을 초대한다. 그러면 이웃들은 소바(메밀국수)나 수건을 선물로 가지고 오는데 이는 모두 길게 이웃하자는 의미다.

[배] 일본 결혼식상에 절대 오를 수 없는 과일

시작에서 언급한 바 있지만 중국에서 배는 나눠 먹을 수 없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결혼식과 같은 기쁜 날 잔칫상에 배를 놓을 수 없다. 왜냐 하면 배를 뜻하는 '나시(梨)'라는 말이 '없다(無し)'라는 뜻을 가진 말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영구차] 절대 멈추면 안 돼

중국에서는 영구차가 매장지를 향할 때 어떤 경우에도 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는 그 전에 속도를 줄여서 천천히 몰다가 녹색불로 바뀌면 다시 속력을 낸다. 상습적으로 밀리는 베이징 시내에서 빨간불이나 정체를 피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주로 전문적으로 영구차를 모는 사람을 고용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영구차를 보면 상서롭다고 한다. 중국 역시 관을 보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관(棺材:꽌차이)의 발음이 벼슬과 돈(升官發財:셩꽌파차이)을 뜻하는 단어와 같기 때문이다.

취재원들을 소개하며 같고도 다른 한중일의 이야기를 끝낸다.

한중일 문화습관 비교를 도와준 취재원 북경 조양구에 있는 북경제2외국어대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중국인 장해흥(22), 일본인 크스니 쇼헤이(21), 일본인 하야시 토미히로(24), 중국인 문문정(22).
한중일 문화습관 비교를 도와준 취재원북경 조양구에 있는 북경제2외국어대학교 학생들. 왼쪽부터 중국인 장해흥(22), 일본인 크스니 쇼헤이(21), 일본인 하야시 토미히로(24), 중국인 문문정(22). ⓒ 손동호


#한중일 문화#한중일 습관#한중일 선물#수험생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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