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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도는 비 피해 때문에 명절연휴가 힘들었다고 하는데, 부산은 언제 여름이 있었냐는 듯이 꽤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하늘 역시 가을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무척이나 높아져 있었습니다. 이런 날에 나들이를 가게 되니, 집을 나서는 마음도 몸도 매우 설레는 것도 당연합니다.

 

지난 25일은 부산대학교 자원활동 모임인 '비누방울(중증장애인 목욕보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회원들과 장애인분들이 함께 성지곡 유원지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한 달에 한번은 다함께 모여서 대중목욕탕에 가고, 또 한번은 야구장도 가고 영화도 보러 가기로 했는데, 이번에는 시쳇말로 코에 바람도 넣을 겸 나들이를 간 것이지요.

 

성지곡 찾아 삼만리...

 

부산에는 저상버스가 별로 없고, 서면 지하철역과 꽤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성지곡 유원지로 오는 것도 만만찮았습니다. 80여대가 운행되고 있는 교통약자 운송수단인 '두리발'을 이용하기도 하고, 지하철이 있는 서면에서 버스로 대여섯 정거장이나 떨어져 있는 초읍까지 전동휠체어를 직접 몰고 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딱 1분 늦은 사람이 가장 늦게 도착할 정도로 모인 사람들의 기대감은 높았고, 그 기대감 만큼이나 성지곡 유원지는 아주 단장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경사가 조금 있어 수동 휠체어를 미는 것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경사가 조금 있어 수동 휠체어를 미는 것은 조금 힘들었습니다. ⓒ 이민정

잘 단장된 산책로는 경사가 조금 있어 수동 휠체어를 밀게 된 사람들은 땀을 조금 흘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동휠체어도 뒤로 밀릴까봐 뒤에서 조금씩 밀어주어야 하니, 힘이 약간씩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도 간간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웃으면서 서로 번갈아 밀어봅니다.
 
 잠깐 물도 마시며 쉬어봅니다.
잠깐 물도 마시며 쉬어봅니다. ⓒ 이민정

 

"아이고 다리야..."

 

대략 500미터 정도 올라가니 비누방울 학생들은 땀이 납니다. 전동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은 그런 학생들에게 "아이고 다리야..." 하면서 농담을 건냅니다. 다른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한 쪽에 모여 물도 나눠 마시고 바람도 쐽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를 쳐다보고 지나갑니다. 비장애인들에게는 이런 공간에 장애인들이 여러명 함께 오는 것을 자주 접하지 못한 듯합니다. 그런 시선들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그들에게는 익숙치 않는 모습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르는 사람을 너무 빤히 쳐다 보는 것은 실례라는 것을 알 터인데, 다음에는 저도 그런 분들을 더욱 빤히 쳐다봐야겠다는 소심한 복수도 마음 먹어봅니다.

 

쭉쭉 뻗어 있는 나무 숲 속을 이렇게 거니니 콧노래가 나오는 것도 당연한 것이겠죠. 조금만 벗어나면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데, 장애인분들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처음 와 본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물고기와 거위구경
물고기와 거위구경 ⓒ 이민정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 비누방울 학생들은 활동보조의 임무도 잠깐 잊은 채 물고기들과 물위에 떠있는 거위와 오리들을 구경하기 바쁜 듯합니다. 다소 높은 난간 높이 때문에 물고기를 볼 수 없었던 분은 옆으로 가서 잠시 망중한을 즐겨봅니다.

 

 즐거운 한 때
즐거운 한 때 ⓒ 이민정

 

자연 속에 있어서 그런지 대화는 즐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새 단장을 한 지 꽤 되었지만, 장애인분들에게는 접근하기 쉽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자주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이 여기 저기서 들려옵니다.

 

 촌스러운 단체 인증샷
촌스러운 단체 인증샷 ⓒ 이민정

 

어딜 가면, 다녀갔다는 '인증샷'도 빠질 수 없지요. 언제나 단체로 찍는 사진의 포즈는 동일한 것 같습니다. 다음번엔 조금 새로운 포즈로 찍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 수련
기 수련 ⓒ 이민정

 

점심을 먹기 위해 이동을 한 장소에는 단체로 기수련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귓속말로 소근 소근 거리며, 킥킥거리는 웃음을 지어봅니다.

 

점심 먹는 장소가 놀이동산과 가까이 있어 그런지 비명소리들이 계속 들려옵니다. 덩달아 빨리 저곳에 가고 싶다는 욕구들이 솟아오르는 건 안 봐도 당연한 것이겠죠?

 

아주 어렸을 적 와보았던 놀이동산인데, 세월의 흔적만큼 많이 낡아있었습니다. '이 정도 밖에 안 되었나?' 싶을 정도로 규모도 작아 보였습니다.

 

 장애인과 관련한 안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장애인과 관련한 안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 이민정

 

매표소로 가서 탈 만한 것이 있는가를 살펴보았습니다. 이동을 거들어서 착석을 하면 탈 수 있을 만한 것들이 있었는데, 매표소에는 장애인과 관련한 그 어떠한 안내도 없었습니다. 웬만한 놀이동산에는 입장료를 할인해 주던가 하는데, 여기 분들에게는 세상에 사는 사람들은 어른, 어린이, 단체 뿐인가 봅니다.

 

입장하는 곳이 죄다 계단으로 되어있어, 조금 걸을 수 있는 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켜볼 수밖에 없었지요.

 

 탈 수 있습니다.
탈 수 있습니다. ⓒ 이민정

 롤러코스터도 탈 수 있어요
롤러코스터도 탈 수 있어요 ⓒ 이민정

 

타고 싶었던 놀이기구 중 하나는 안전상의 이유로 입장이 안 되었고, 회전그네와 롤러코스터와 바이킹을 탔습니다. 규모가 작다고 우습게 보았는데, 롤러코스터는 생각보다 무서웠습니다.

 

놀이기구를 좋아하는한 분은 부산 근처에 있는 놀이동산인 통도 환타지아에 다녀온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가는데 4시간 오는데 4시간 걸려서 정작 도착해서는 겨우 3개 밖에 못탔다고 하지만요. 양산보단 가까운 곳에 이렇게 놀이 시설이 있으니, 다음에는 좀 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비누방울
비누방울 ⓒ 이민정
 

탈 수 있는 것도 별로 없고 돈도 없고 해서 짧게 놀이동산에 있다가 입구로 나오니, 어린아이들이 비누방울을 불고 있었습니다. 가을 햇살을 맞아 그런지 유난히 비누방울이 예뻐보입니다. 원래 놀이 동산에 가면 조금은 유치하게 노는 것이 맛인데, 다음 번에는 머리띠도 하고 비누방울로 하나씩 들고 와야겠습니다.

 

2학기 들어 처음 장애인분들을 만나고 활동을 하게된 학생들은 장애인들 대한다는 것 자체가 낯설고 뻘쭘하기도 했습니다. 휠체어 사용법도 간단하게 배우고, 직접 밀어보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조그마한 것을 새롭게 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턱'이었습니다.

 

 저 낮은 턱을 넘기에는 저 바퀴가 너무 작습니다.
저 낮은 턱을 넘기에는 저 바퀴가 너무 작습니다. ⓒ 이민정

그냥 돌아다닐때는 몰랐는데, 비장애인들을 보호하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턱'은 참으로 불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함께 밥을 먹기 위해 한 곳으로 모이려고 해도 '턱' 때문에 돌아서 이동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낮아서 그 존재감을 몰랐던 그 수많은 '턱'들이 이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나와 함께 목욕을 가고, 놀러를 다니는 분들이 매 순간 순간 부딪치는 것은 비장애인들의 낯선 시선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하긴 사람을 등급을 매겨 분류하는 세상이니, 저 조그만 턱은 그저 비장애인들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겠지요.

 

장애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일진데, 어쩌면 저도 아주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애인분들과 함께 했던 가을의 어느 날은 높아진 하늘 만큼이나 우리의 시야도 넓혀주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특별한 나들이를 마쳤습니다.


#장애인#비누방울#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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