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문턱에서 찬바람이 창문을 세차게 두드린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왔노라고 알리는 듯하다. 가을이면 어떻고 겨울이면 어떠랴. 힘차게 제 철이면 돌아오는 계절의 변화는 늘 상 있는 일이고. 그때그때 계절에 맞게 처신하면 그만 아닌가.
주말(12월4일)을 맞아 남편과 함께 충남 논산으로 겨울여행을 떠났다. 여행길에서 만나게 될 풍경과 세상사는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 설레는 가슴으로 공주를 지나 논산으로 향했다. 먼저 생각나는 것이 신문에서 본 양촌 곶감축제다.
논산 양촌곶감축제는 다음 주(12월 11~12일)에 양촌면에서 열린다. 하지만 다음 주에는 시간을 낼 수 없어 이번 주말에 미리 찾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양촌리 근처로 차를 몰았다. 가다보니 곶감마을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무작정 따라가다 보니 중산2리 마을이라는 안내판이 서 있다. 구불구불 길을 따라 들어서자 커다란 막사에 곶감이 주렁주렁 구술처럼 매달려 있다. 저 많은 곶감을 켜서 널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수고가 뒤따랐을까 생각하니 저절로 농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이 든다.
구경하며 천천히 마을을 돌고 있는데 반가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아주 어렸을 때 보았던 탈곡의 모습이다. 탈곡기에 밭에서 걷어낸 콩줄기를 통째로 넣어 콩을 터는 가족을 만났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아주 보기 드문 풍경이다. 그래서 더 반갑고 기쁘다.
탈곡하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내친김에 곶감 건조장에서 주렁주렁 매달린 곶감까지 촬영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처 수확하지 못한 감들이 감나무에 그대로 매달려 홍시가 되어버렸다. 빨갛게 잘 익은 감들이 투명하게 빛나고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중산리 마을을 지나 도로를 달리는데 김장하는 모습이 보인다. 차를 세우고 그곳으로가 인사부터 드렸다. 정겨운 고향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날개 단 천사처럼 행복이 가슴속에서 힘차게 날아오른다. 흔쾌히 사진을 찍도록 허락하며 김치 맛을 보라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넉넉한 고향의 맛과 멋이 느껴진다.
논산시 양촌면 강청2구에서 만난 서기중씨 댁 김장하는 모습은 30여 년 전 고향에서 볼 수 있었던 정감어린 모습이다. 가족은 물론 이웃들과 정담을 나누며 김장김치를 담그는 모습이 매우 정겹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서기중 어르신의 손녀딸은 부모님을 따라 체험학습을 왔다며 어른들의 바쁜 일손을 돕고 있다.
오순도순 나누는 정담과 가족사랑, 이웃사랑이 양념과 함께 버물어져 아삭아삭 단맛 나는 배추와 만난다. 완성된 김장김치는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만큼 맛이 있다. 손으로 쭉 찢어서 한 잎에 넣고 먹다보면 "음~이맛이야"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논산 여행길에서 만난 정겨운 고향풍경으로 행복하다.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돈다. 두고두고 잊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