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지난 16일로 개시 일 주일 만에 판매가 중단됐다. 치킨 한 마리에 5000원이란 파격적인 가격으로 '역마진'이 아니냐는 논란 끝에 '영세상인 보호'라는 명목으로 모습을 감추게 된 것이다. 소위 '치킨계의 체 게바라', '칰통령(치킨 대통령의 합성어)'이라 불리던 대단한 녀석들이 세상을 등지는(?) 과정에서 '닭뼈' 말고 남긴 것은 무엇일까?
지금도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보면 통큰치킨을 기리는 듯한(?) UCC나 합성 패러디물을 볼 수 있다. 다소 우스꽝스런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그동안 크게 문제되지 않던 프랜차이즈 치킨의 폭리와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등 누리꾼과 언론의 진중한 접근도 눈에 띈다.
정치풍자도 빼놓을 수 없다. '계사오적(통큰치킨을 죽인 5명의 적을 을사오적에 비유)'이란 신조어가 태어났다.
롯데마트가 치킨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결정적 계기는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트위터를 통해 제기한 '미끼상품 의혹' 때문인 듯하다. 정 수석이 "롯데마트가 매일 600만 원씩 손해 보면서 하루에 닭 5000마리를 팔려고 한다"는 견해를 트위터에 올린 지 얼마 안 돼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의 판매 중단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트위터를 통한 정치외압이 통큰치킨 판매중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하는 말들이 오가기도 한다.
결국 하나의 '통큰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어도, 통큰치킨 논란에서 트위터는 논란을 더욱 뜨겁게 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판매 개시 당일 트위터리안(트위터 이용자)들은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치킨 대기자의 수를 발 빠르게 전달했고 시식후기를 올렸다.
뿐만 아니라 1만8000원에서 2만 원대에 판매되는 프랜차이즈 치킨을 비꼬는 패러디영상물이 봇물처럼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노회찬 진보신당 전 대표,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같은 정치 트위터리안들의 비판이 이어지며 결국 판매중단에 이르게 되었다.
'트위터로 시작해 트위터로 끝났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통큰치킨의 판매 개시에서부터 중단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가 하나의 공론 장으로서 우리사회에 연착륙했음을 알리는 증거다.
하지만 일각에선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같은 소셜 미디어의 정착을 기술 진보에 따른 의사소통구조의 변화라는 탈산업사회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비추어 봤을 때, 결국 정치도구로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입장을 내놓기도 한다.
통큰치킨의 사례에서 트위터를 통해 입장을 펼쳤던 몇몇 정치인들이 '계사오적'이라 불리며 여론의 눈총을 받았던 이유도 이들이 트위터를 통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에서였다.
정치인들의 SNS 사용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SNS를 사용하는 일반 대중에 비해 파급효과가 남다르다는 '당연한 결과' 때문이다. 트위터를 하는 정치인들은 '폴리터(Political+twitter)'로 불리기도 한다.
정치인 스스로는 해야 할 말을 거리낌 없이 함으로써 가감 없는 소통을 하고 있다고 자부할 수도 있겠지만, 정치인의 소통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소통이 아니라 하나의 '강요'로 받아들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논란 자체의 옳고 그름에서 한발 비켜나, 통큰치킨의 판매 중단 배경이 트위터를 통한 '정치외압'으로 비춰진 이유에 대한 성찰도 있어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사용해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진 트위터가 드디어 소통의 중요성에 눈을 뜬 우리 정치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지 어느덧 1년차. 하지만 '일대다(一對多)' 채널에서 이뤄지는 일방향 소통이란 SNS서비스의 태생적 한계에, 아직은 그저 '높으신 분'들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치인들이 트위터와 같이 간편한 SNS를 통해 간단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자신의 '말'이 지니는 파급효과와 영향력을 스스로 인정하는 정치인이라면 연단에서 할 말과 온라인에서 해도 좋은 말을 구분하는 책임 있는 자세도 견지해야 한다.
또한 일부 정치인들이 정치적 공론장으로서 소셜 미디어를 소통과 공감을 이끌어내는 게 아니라,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유용한 '정치도구'로 변질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정치인 스스로 고민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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