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연평도 사태로 인한 일전불사 여론에 등 떠밀려 드디어 지난 20일 적의 면전에서 가슴 졸이는 포탄사격훈련을 실시하였다. 정권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 훈련을 강행하지 않을 수 없었던 상황에서 북한이 당장 응전하지 않았으니 정부는 가까스로 체면을 세운 셈이 됐다.
안개가 걷히지 않아 시정도 좋지 않았다는데 부표나 설치하고 명중을 확인했는지 모르지만 우선은 적의 경고 속에서 실제 사격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부는 자존심을 지켰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연평도 사태로 일고 있는 이 벌떼같은 일전불사 여론의 속내가 못내 궁금하다. 정전 대치상태가 60년을 이어오는 동안 크고 작은 북의 도발이 많았지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군인 집권자 시절에도 이렇게 거세지 않았던 국민의 일전불사 여론이 왜 이 정부 들어 이렇게 활개를 치고 있는가.
그동안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항상 전전긍긍하는 우리의 국방능력에 국민들이 짜증난 것일까. 전쟁오락물로 단련된 전투감각이 사람들을 성급하게 만든 것인가. 아니라면 군대를 안 간 또는 못 간 이 정권 지도부의 이력이 못 미더워서인가.
군대에 다녀오는 것이 '신성한 의무'라고 배워오고 실천해 온 국민들 눈에는 현 정권의 군미필 이력이 곱게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이런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정부의 부담감이 군사문제에 더욱 강경해지는 쪽으로 작용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일기도 한다.
또 오늘날의 IT기술은 모든 조작을 간단한 터치 하나로 손쉽게 할 수 있는 꿈같은 세상을 현실화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조급증'을 시대의 특성으로 지니게 된 것일 수도 있다. 스타크래프트 등 전쟁오락물을 직접 조작해 본 젊은이들 중 일부는 전쟁을 실감나는 게임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쟁불사론'은 단순한 말잔치일 뿐이다?지난 60년간 퍼부은 국방비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남북한 별로 누계 총액을 계산해 주었으면 좋겠다. '한국전쟁 정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우리가 지출한 국방비 총액을 이제는 국민들이 알아야 할 때가 되었다.
짐작해 보건대 우리는 북한에 비교해 엄청난 국방비를 썼을 것이다. 동안 그 많은 돈으로 첨단무기를 개발하고 사들이고 밤낮없이 치열한 훈련을 해왔음에도 왜 우리 군대가 아직도 뒷북만 치고 큰 소리만 내는지, 국민들이 당연히 분해할 만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응징 외골수나 확전불사가 우리 정부의 국방지표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온 산을 태워 잿더미로 만드는 일을 우리가 한두 번 보았는가. 피투성이가 된 싸움도 따지고 보면 아주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된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가 지나친 감정 분출을 삼가야 하는 것은 그것이 확전의 불씨가 되어 온 나라를 잿더미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보면서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요즘 떠들썩한 '전쟁 이야기'는 단순히 '말 잔치'일 뿐이라고. 소리만 요란했지 실제로는 말하는 사람 자신도 전쟁이 안 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말이라는 것.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그 이유로 우리의 증시를 거론한다. 주요 언론들이 합창하듯 보복 확전을 부추기고 국가 핵심권력이 나서서 흥분해 응징보복을 외쳐대는데도 외국자본이 떠받치고 있는 우리 증시는 계속 안정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위기를 강조하더라도 '국력 차이가 현저한 남북 간의 전쟁은 없다'는 우리 국민의 정서와 외국자본의 판단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이 떠들썩한 애국적 분노를 실소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응징 확전을 부추기는 자칭 애국자들 역시 그 기저에는 이런 정서가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일 테고. 그렇다면 전쟁불사 여론은 눈감고 아웅하는 격이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전쟁은 '이판사판 살육전'... 국방비 많은 쪽 이기는 '산술 게임' 아냐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폭약을 안고 있는 형국임이 분명하다. 국가가 일전불사를 외치고 군비증강을 계속 추구하고 있는 현실이 문제인 것. 이렇게 전운을 계속 팽창해가면 이 풍선이 언젠가는 터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또 전쟁은 제 잘난 것 으스대다가 뒤통수를 얻어맞듯 일어나는 법. 6·25를 생각해 보자. 당시 우리 군의 핵심은 한반도와 만주 중국 그리고 동남아를 모두 짓밟았던 최강 일본육군 출신의 정예장교들이었다. 그들은 항일게릴라 출신 김일성을 발가락의 때 정도로도 생각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아침은 개성,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라는 말도 군대 경험이 없는 신성모 당시 국방장관이 만들어낸 말이 아니라 우리 국군의 핵심이었던 일본군 정예장교 출신들이 항상 자부하던 말이었다 한다.
그런데 그들이 자신감에 겨워 당시 유행하던 술판과 춤판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이 북한군은 소련으로부터 지원받은 낡은 무기를 앞세워 기습 침략해 왔고 그 앞에서 하늘을 찌를 것 같던 우리 군의 기개는 한 순간에 무너져 일패도지로 대구까지 밀려 버린 것이다. 그 당시 전쟁을 예측했던 국민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던가.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것은 당시 허둥대던 정부와 군, 피난행렬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 군이 북한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그동안 쏟아부은 엄청난 국방비로 무장되고 있고 그렇게 단련된 군대가 눈을 부릅뜨고 적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은 정부가 가진 자부심이다. 그러나 전쟁은 투자한 국방비를 상계해서 국방비를 더 많이 투입한 나라가 이기는 산술게임이 아니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는 것이 전쟁이다. 이 세상에 전쟁에서 지고 싶은 나라는 하나도 없다. 전쟁은 본질적으로 '이판사판의 살육전'이 될 수밖에 없는데 두 나라가 퍼부은 엄청난 국방비는 그만큼 가공할 파괴력이 되어 서로를 겨누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모 재벌신문의 정치전문 대기자는 천안함 사건 이후 '국민이 사흘만 참으면 우리가 이긴다'는 말을 전하며 강력 대응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하니 그 때부터 전쟁의 참혹성을 염려하여 확전을 만류하였던 이 70대 민초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사흘만 참아서 일방적으로 승리할 전쟁이라면 당장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그것은 곧 더 이상의 도발과 응징이 없는 압도적인 승리일 것이고 60년을 끌어온 전쟁도 종식될 테니까.
60년간 이 분단의 동토에 퍼부은 막대한 국방비를 억울해 하지 않는 국민이 누가 있겠는가. 그 돈을 복지에 썼다면 우리 한반도는 복지선진국이 되었을 것이고 문화강국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국방예산은 항상 최우선이어서 금년에도 연평도 사태 이후 2010년(29조 5627억 원)보다 6.2% 늘어난 31조 4031억 원 규모로 증액되었다. 그러므로 이제라도 종전의 길이 열린다면 우리 국민들은 모두 쌍수를 들어 환영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흘만에 끝날 전쟁도 없으려니와 막강한 위력의 현대무기가 사흘간 짓이겨 놓은 국토는 무사할 수도 없다. 또 사흘 안에 적을 굴복시킬 수 없으면 국가는 당연히 전시체제로 돌입해야 하는데 우리의 전시체제는 제대로 가동될 수 있겠는가. 이 지구상에서 예비군 민방위체제가 우리처럼 잘 되어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예비군 민방위대가 전시체제로 가동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전쟁이 일어나 국가동원령이 내려질 경우 장교로 제대한 사람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들은 장교 구실을 하게 되는가, 일반 민방위대원이 되는가. 우리나라는 묘하게도 책임있는 사람은 더 편하게 대우하는 전통이 있어 나는 장교 제대자가 전시장교로서 역할을 할 만큼 제대로 교육받는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만일 총동원령이 내려진다면 아마도 이들 장교 출신들 때문에라도 예비군이나 민방위작전은 많은 파행을 면치 못하리라. 소집 자체가 혼란을 부추기는 화근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군대 안 간 사람은 국가비상동원에 아무런 의무가 없으므로 전시에는 더욱 특권으로 빛날 것이니 그 점도 딱하다. 군대도 못간 국방위원들은 그 큰 눈을 부라리며 "전진하라, 때려부수라!" 국회에 앉아 악을 써댈 테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사병 출신들의 위화감은 극에 달하게 되리라.
모든 것이 마비된 전쟁 상황... 사람들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전쟁의 실제상황에 생각이 이르면 사태는 더욱 암담해진다. 우리 수도권은 수백문의 적 장사포 사정거리 안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적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정조준이 가능한 정밀 미사일까지 갖추고 있다.
이런 적의 포화를 계산에 넣고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만일 적의 반격이 시작된다면 우리 주변의 호화스런 고층 아파트는 어떻게 되겠는가. 같은 파괴력이라 하더라도 우리의 피해가 더 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적의 포탄이 아파트단지 그 어디에 명중하더라도 사상자는 일선의 전투피해를 능가하는 대참사 수준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반도 전쟁 시뮬레이션은 개전 하루 만에 260만 명이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지 않은가.
그뿐이 아니다. 적에게는 직접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고도 극도의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는 길이 얼마든지 있다. 우선 그들이 우리 발전소나 송전시설을 폭파한다면 우리 주변에 즐비한 고층 아파트의 모든 기능은 당장에 올스톱 된다. 엘리베이터는 당연히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냉난방 시설과 냉장고는 물론 화장실마저 제대로 쓸 수 없게 된다.
지금 국가는 뒤늦게 국민들에게 대피시설을 홍보하느라고 부산이지만 그러나 막상 전쟁이 터졌을 때 그것들이 대피소 구실을 할 수 있겠는가. 일단 전쟁이 나면 너나 없이 아파트를 빠져 나와 지금 국가가 홍보하고 있는 대피소에 잠시 들를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곧바로 피난길에 나설 것이고 처음에는 자동차를 이용하겠지만 곧 자동차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며 이내 6·25 당시의 피난 행렬처럼 될 것이다.
수도권 인구의 10%만 피난 행렬에 동참한다 해도 200만 명은 휠씬 넘을 텐데 그 많은 입들이 휩쓸고 간 도시나 농촌은 어떻게 되겠는가. 모두 초토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것은 사람들이 악해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몰염치가 그들이 지나간 자리를 재앙의 땅으로 만들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피난민들이 휩쓸고 간 국토와 그 피난민들이 머무는 땅은 어디가 되든 아비규환을 면치 못하리라.
그렇다면 피난 가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든 유통체계가 마비된 전쟁 중에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부양할 수 있을까.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이긴다 하더라도 전 국토가 '초토화'되는 의미 없는 전쟁엄청난 국방비를 퍼부어 키워 온 군대이니 국가는 국민들에게 언제나 우리가 이긴다는 승리의 믿음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승리 홍보에 현혹되어 일부 국민들은 보복 응징 확전을 요구하는 등 북한 군사력을 웃읍게 보는 경향이 있으니 딱하다. 북한이 군사력의 열세를 핵무기 개발로 보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
그런데 대신문사의 대기자라는 자가 사흘만 참으면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전하고 있으니 그렇다면 그 시간 동안 핵폭탄도 제거해 도발의 싹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적이 그것을 사용하기 전에 모두 현장에서 폭파해 버리겠다는 것인가. 실제로 우리 군은 북한의 핵폭탄 저장소에 미사일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끔찍한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핵폭탄이 적지에서 폭발한다 하더라도 그 피해가 적지에 국한되리라고 믿고 있다면 그런 자는 정신병자다. 한반도 어디서 터지든 한반도는 모두 핵낙진에 의해 참혹한 불모의 땅이 되고 말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고 더구나 그 위치가 휴전선 부근이라면 서울이 직접 포격 당한 거나 같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확전을 부추기는 사람들은 북한군을 밸이 없는 나약한 협심증 환자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구축함 조지 워싱턴 호의 막강한 위력을 보게 되면 북한은 등골이 오싹해서 납작 엎드려 빌 것이라는 착각과 환상, 그리고 이 구축함을 불러 위용을 과시하기 위해 다 정해 놓은 한미FTA를 재협상하고 대폭 양보하였다는 여론도 있으니 우리가 꼭 이렇게 국익을 내팽개치고 미국의 등에 업혀 호가호위하며 으스댈 필요가 있겠는가.
세계최강 미군만 붙들어 두면 전쟁은 이긴 거나 다름없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보복 응징 확전의 큰소리를 내고 있다면 이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다. 우리가 미국을 전쟁을 막는 안전판이라고 믿고 있는 것은 일종의 환상이다. 미국이 우리와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은 분명하지만 북한과는 언제든지 전쟁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의 피해는 고스란히 남북한이 입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의 전쟁확대를 염려하고 있다면 그것은 현재 수행중인 전쟁들 때문에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20세기 들어 지구상에서 일어난 전쟁의 대부분은 미국에 의해 촉발되고 있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갖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가 미국이 무시할 수 없는 우방이 된 것이 6·25 때의 혈맹이기 때문이라 믿는 것도 순진한 생각이다. 우리는 아직도 미군의 6·25 참전을 은혜와 의리로 생각하고 있으나 미국은 세상 모든 일을 국익과 실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미국무기를 가장 많이 사주는 나라이고 동남아 경략에 필요한 전략미군을 막대한 주둔비까지 물어가며 모시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미국이 우방대우를 해주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이 모두가 한반도의 분단으로 비롯된 비극적인 운명인 것. 우리의 이런 비극적 상황을 외국들은 자기들 국익에 맞게 다양하게 즐기고 있는데 우리는 무한정 군비경쟁을 하면서 그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으니 딱하다. 전쟁은 우리 민족간 이판사판의 살육전이 될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도 우리는 전쟁을 하겠다고 나대야 하는가.
전쟁의 상처는 짧은 시기에 간단히 마무리 되는 것이 아니다. 설사 전쟁을 이긴다 하더라도 우리의 국토는 폐허가 될 것이 분명하고 이를 복구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할 텐데 더 약 오르는 일이 있다. 이렇게 우리 국민이 수많은 긴 세월을 고통 속에서 지내야 할 때 어떤 나라는 우방이라고 복구사업에 나서면서 돈을 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찌 이런 일들이 우리가 적을 응징하지 않고 입은 자존심의 상처보다 적은 것이겠는가.
감정적으로 '보복' 외치는 건 내 집에 불 지르는 것
우리가 자랑하는 경제성장의 동력은 우리 국민의 노력도 노력이지만 반세기 동안 전쟁 없이 국가가 안정되어 있었다는 점과 이와 같은 우리의 안정을 신뢰한 외국자본이 투자를 활발히 한 결과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 번 떠난 외국자본들이 발길을 다시 되돌리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성장은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전쟁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무언가 큰 변화를 갖고자 하는 자들은 전쟁을 기회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전쟁은 미국무기산업의 특수만 가져올 뿐이다.
그러므로 눈앞의 감정만 생각하고 보복을 외치는 것은 감정을 이기지 못하여 자기 집에 불 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자존심을 지키는 국가방위는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나는 국방전문가는 아니어서 소박한 서민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전력증강에 혈안이 되기보다는 외교력을 키우고 강화하기를 권한다. 현대는 외교력이 국력이다. 우리 국군이 아무리 전투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리고 그 우수한 전투력을 상품에 끼워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우리 군의 전투력에 대한 국제신망이 높다 하더라도 그것을 믿고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
어떤 경우라도 자존심을 내세워 도발의 빌미를 주지 않고 가능한 한 분쟁은 줄여 군비축소 평화선언의 길로 가기를 권한다. 인구 대비로 우리처럼 엄청난 군비를 지출한 나라가 지구상에 더 있는가. 60년 동안 퍼부은 군비의 총계를 알면 국민도, 세계도 놀랄 것이다. 이런 일이 지구상에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고 이러고도 앞으로 더욱 군사비를 증액해야 할 우리의 운명에 탄식만 나올 뿐이다. 우리 같은 군비증강이 국가의 영광은 아니기 때문이다.
부디 정부는 우리의 우월한 군장비와 군사력을 앞세워 북한을 너무 압박하지 않기 바란다.
궁지에 몰리면 쥐새끼도 고양이를 문다지 않은가. 협량한 사람들이 궁지에 몰리면 이판사판으로 나올 수밖에 없고 그런 압박이 한반도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국력으로도 북한보다 우월한 입장에 있으므로 우리가 대인의 금도를 보이는 것이 옳다. 국력이 월등하게 우세한 우리가 금도(襟度)를 보이는 것은 우월감이지 결코 비굴은 아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우선은 현상을 유지하면서 피차 쓸데없는 군비경쟁에 몰두하지 않도록 외교력으로 풀어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당국자 간의 통 큰 접촉도 국가의 위기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말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