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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디학교 교사 최보경씨.
간디학교 교사 최보경씨. ⓒ 김지백

"역사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관점만이 존재합니다. 각자가 바라보는 관점, 즉 다름을 인정하되 진실을 향해 끊임없는 대화해야 합니다."

 

지난 2008년, 국가보안법(찬양·고무 등)으로 기소된 간디학교 교사 최보경(37)씨가 한 말이다. 그는 3년 동안 검찰과 법정 공방 끝에, 지난 1일 창원지법 진주지원(형사2단독 판사 박재철)의 무죄 판결로 승리를 거두었다.

 

1999년부터 간디학교에서 근무한 최보경씨는 이적표현물을 만들고 이를 학생에게 가르쳤다는 이유로 검찰에 기소되었다.

 

이적표현물이 무엇인지 그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했던 4.19마라톤 대회, 5.18 광주답사, 국가보안법 폐지 1인 시위 등을 기록한 책자를 보여주며 "이 책자가 검찰이 주장하는 이적표현물이며 북을 찬양했다"는 이유라고 기소되었다고 했다.

 

이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를 놀라게 만들었다. 최보경씨는 검찰 조사를 받는 중 "검찰들은 4.19혁명과 5.18민주항쟁도 모두 북의 폭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을 듣고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 또는 통일과 관련된 것이면 전부 다 '빨갱이' 혹은 '북한을 찬양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검찰들의 역사 인식을 꼬집었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지금이 왠지 군사독재 시절인 것 같았다. 역사교과서에서 4.19와 5.18은 민주화 운동이라고 배웠는데, 여기 관련된 일을 한 것이 국가보안법에 위반되다니….

 

최보경씨는 이런 이분법적 인식은 검찰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한 번은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반대되는 개념은 무엇이죠?"라는 질문을 했는데 십중팔구 "사회주의"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주의 반대되는 개념은 '독재'다. 나도 사회주의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현상은 남과 북이 분단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라고 했다. 둘로 갈라져있기 때문에 남이든 북이든, 자신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상대의 이념을 나쁘게 평가한다.

 

하지만 최보경씨는 "파란색의 반대 개념은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 아닌 모든 색'이다"라는 말을 했다. 즉, 분단을 통해 누군가는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관점을 만들기 때문에 통일과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최보경씨는 역사 인식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역사가 무엇인가?'라는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역사는 무엇일까? 바로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자 사람이 사는 것, 그자체가 역사라고 한다. "최보경은 '최보경'이라는 역사가 존재하듯이…." 이런 개인의 역사가 모여 우리의 역사가 되고 이것이 모여 대한민국의 역사, 민족의 역사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는 '권력과 과거에 승리를 했던 사람들에 의해 기록된 역사라고 한다. 이것을 마치 전부인 것처럼 알고 있거나, 많이 외우고 있다고 해서 역사 인식이 높은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역사의식을 높일 수 있을까? 더군다나 요즘 학생들은 역사를 지루해하고 기피학문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말이다.

 

"역사의식은 자신의 역사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자신을 사랑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자신'만' 사랑하게 되면 한계에 부딪치니까 '주변사람', 더 넓은 사회까지 그 마음을 확장시켜야 한다."

 

그의 말이다. 역사는 고정불변이 아닌 언제나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들을 사랑하면 할수록 역사는 업데이트 된다고 했다.

 

이어 최보경씨는 "역사가 외우기 어렵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흥미를 잃게 된다"며 교과서에 치중한 공부보다 사건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학습을 추천했다. 그래서 그는 역사 수업시간에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보단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수업을 주로 한다. 또 역사적 사건을 학생들이 자기가 잘하는 방법으로 표현하게 한다.

 

예를 들면, 전태일에 대한 발표를 할 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은 노래로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역사를 접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관심이 생긴다고 한다.

 

인터뷰가 마쳐갈 때쯤, 최보경씨는 나에게 검찰이 보낸 항소장을 보여주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아요?"라며 놀랬다. 하지만 그는 가볍게 웃으며 "재판과정도 최보경의 역사이다.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항소에 임할 것이고 진실이 무엇인지 알기에 검찰에 당당히 맞설 것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역사가 E.H.CARR(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작게는 내 인생의 과거에서, 넓게는 이 사회의 과거를 지금 현재에 끊임없이 대화해보자. 바로 각자의 인생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최보경#국가보안법#간디학교#역사#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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