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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대화의 유머, 전략과 기술이 필요하다'

입안에서 군내가 나도록 말수가 적은 남편이 받는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오해는 순전히 아내를 대하는 말투가 무뚝뚝한 한국 남편들의 가부장적 사고가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결혼과 함께 기억장치에서 아내를 위한 유머 공간마저 가장의 권위와 책임감으로 꽉 채워 버리는 우리나라 남편들의 중후한(?) 말투의 '룰'을 깨는 것만으로도 희소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편의 농담은 딱히 '유머'라고 단정하기도 애매한 일상의 연장에 가까운 것들로, 아내를 향한 방향성만으로 '툭' 쳐주기만 해도 '어' 하다가 '하하하' 웃음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그럼에도 웃게 만드는 바탕에는 대한민국 남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그들 아내와 같은 나의 실수, 즉 '한국 아줌마'의 특성이 주제라는 안전장치가 있다. 그게 뭐? 라고 생각되는 기억의 한 부분을 터치 당하면 '아! 맞아'하는 맞장구처럼 터지는 웃음이다. 아내들 또한 한 번쯤 같은 경험과 심리적인 배경 안에서 혼자만 알고 있던 실수, 그러나 살그머니 덮어 두었던 '내 모습'을 발견한 민망함과 공감이 웃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게 일반적인 개그와 부부 사이에서 통하는 유머가 주는 차이가 아닐까. 방송 개그나 코미디가 요란한 액션과 소품, 연기로 강력하게 '빵' 터지는 폭발력을 가졌다면, 부부 사이의 유머는 '느낌'만으로도 가능한 소박한 불꽃이다. 잔잔한 불꽃이 터진 다음 하얀 꼬리 연기가 여운으로 남는 추억속의 막대 폭죽을 닮았다. 일상의 순간 순간의 에피소드가 연발로 터지는 막대 폭죽을 양 손 가득 쥐고 있는 것 처럼 굳이 소재를 개발하지 않아도 즐길 마음만 열려 있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흔히 부부 사이 유머에는 어떤 전략이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두 사람만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재미와 화술을 개발하는 것도 업무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처럼, 뚜렷한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사실. 이 전략은 또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실마리를 감춘 뜻밖의 가면을 쓰고 부부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부부 사이의 유머, 타고난 기질보다 '툭' 치면 '어'하고 받아주는 장단

부부가 함께 작은 일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중반의 지인 가운데, 요즘 유행하는 걸 그룹의 노래와 춤, 유명인들의 성대모사까지 만능 엔터테이너 기질을 가진 분이 있다. 술 한모금 동원하지 않아도 사람 마음을 흡입하듯 빨아들이는 달변가이기도 해서 그 분이 참석한 모임은 간혹 1박2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폭발하는 예능감으로 인기 최고인 분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에 동호회 회원들과 병문안을 갔다. '딸도 대학졸업반인데 조기 은퇴해서 여행다니며 취미나 즐기시라'고 했더니,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셨다. 환자가 움직이지 않도록 허리를 굽혀 그 분의 얼굴 가까이에 귀를 바싹 대고 대답을 기다리는 내게 "돈 좀 주면서 그만 하라고 해. 전부 돈도 안 주고 그만 하라고만 하네"라고 웃게 했다.

열이 펄펄 끓는 그 와중에도 사그라 들지 않는 유머감을 자랑하는 그 분이, 뜻밖에도 치열한 부부싸움을 한다는 말이 들렸다. 세상 어떤 부부가 부부싸움 하지 않고 살까만, 그 분이라면 아내의 화를 바로 제압할 강력한 무기, 유머와 화술, 연기력이 있는데... 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그냥 싸움 정도가 아니라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한 것이 벌써 몇 번째라고 했다.

부부 사이는 두 사람만 아는 일이긴 하다. 그러나 너무나 예상밖의 소문에 어쩌면 금슬 좋은 부부를 시샘하는 모략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나는 부부를 만나 보았다. 내가 찾아 간 그날 오후에도 부부는 줄 지어선 손님 사이에서 눈빛만 보고도 손발이 척척 맞는 듯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다.

결혼한 지 25년, 하루 12시간씩 함께 일을 한 기간만도 10년인 부부에게는 말이 필요 없어 보였다. 더우기 그 남편은 자타가공인하는 재치와 유머, 관중을 흡입하는 예능감으로 어디서나 주목 받는 분위기 메이커가 아닌가. 이런 부부에게 대화가 부족하거나 필요하다는 생각을 이전까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넘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듯하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면 우리 남편이 유머답지 않은 몇 마디로 '재미있는 사람' 명부에 이름이 올려진 오해처럼, 진짜 폭발하는 '끼'를 가진 사람을 향한 유사한 '착시'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24시간 함께 있는 것과 소통은 별개의 문제

우선, 부부가 지내는 일상을 듣고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하루종일 일에 시달린 피곤함이 한꺼번에 몰려와  만사가 귀찮아져 무언(無言)의 자유를 즐기던 것이,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여러가지 단절을 가져 온 듯했다. 일하며 나누는 말들이 대화이며 오랜 시간 함께 지내는 것이 또 반드시 소통을 의미하지 않지만 부부는 그것을 대화이며 소통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다.

저녁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달라졌다. 2층 침실 방에서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내, 1층 거실 소파에 누워 스포츠와 낚시 등의 레저 방송을 시청하는 남편은 각자 편한 장소에서 좋아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침대와 소파에서 각각 잠드는 날이 많았다. 부부는 이것을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 서로의 행방에 촉각을 곤두세울 피곤함도 없고 집 밖에서 음주나 사람들과 어울려 시간을 소비하는 것보다 훨씬 건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부부싸움 원인 중 하나인 자녀들의 문제도 따지고 보면 부모의 이런 휴식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았다. 양쪽을 오가며 같은 말을 반복하기 어려운 자녀들도 언젠가부터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부모와 소통하기 시작했기때문이다. 아이들은 엄마에게 하는 말은 곧 아버지에게로 전달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엄마는 함께 일하게 될 다음날로 미루었다. 문제는 다음날 갑자기 손님이 많아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거나, 짬이 나도 깜빡 잊어 버릴 때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딸 아이가 오늘 두 달간 배낭여행을 떠났다', '부모님이 백내장수술을 하신다고 전화가 왔었다', '아들의 이번 학기 성적이 좋지 않아서 한 학기를 더 다니게 되었다'는 등, 남편 입장에서 무척 중요하게 생각되는 일들이 모두 과거형 시제로 전달될 때 남편은 화를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심기가 상한 남편은 이후 말투부터 불룩불룩해질 수밖에 없고 '고운 말 하기가 어렵다'고 했지만 '하고 싶지 않다'는 게 더 정확한 대답인 듯하다.

이렇게 시작된 다툼이 큰 싸움으로 발전하고 그로 인해 파생된 가장 안타까운 손실은, 남편의 그 뛰어난 유머와 화술이 미처 아내를 위해 사용될 기회를 박탈해 버리는 것이었다. 직원들 앞에서도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됐어. 해, 안돼. 가, 이리 줘'하는 남편의 짧고 굵은 말투에 아내는 마치 '명령하고 복종해야 하는' 하인 같은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여기에 또 남편에게는 아내와 직접 상관없는 또 하나의 '홧꺼리'가 있었다.

아내를 향한 고성도 폭력인 캐나다...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악화

우리나라에서는 싸움에서 실제로 물리적인 폭력이 행사되지 않으면 그냥 싸움이다. 특히 부부싸움은 병원에 입원할 정도가 아니면 이웃이 경찰에 고발하는 사람도 없을 뿐 아니라 '가정사'로 묵인하는 게 일반적이다. 여기에 남편의 폭행에 아내는 외상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크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가부장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중년의 한국 남편들은, 부부 싸움하며 고함치는 것을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남자가 여자에게 고성을 지르면 폭력으로 처벌을 받는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를 받아들이지 못한 우리나라 이민자들이 부부싸움을 하며 아내에게 폭언을 하다가 이웃에 의해 고발되어 경찰서에 구금되는 사례를 종종 본다. 경찰은 '아내가 동물이냐, 왜 소리를 지르냐'고 묻는 걸 본 적이 있다. 가정내 폭력을 중범죄로 취급하는 캐내디언들은 '저리 비켜달라'며 아내를 밀치는 지인을 어쩌면 살인미수로 신고했을 지도 모른다.

경찰이 출동하면 현장에서 수갑을 채워 남편을 연행하고, 그마저 두 번 이상 반복되면 '접근금지'명령이 떨어진다. 준법정신 투철한 캐내디언들은 평소 타인에게 무관심한 척, 창문을 굳게 닫고 살지만 버티컬 사이로 이웃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다가, 3일 이상 개를 운동시키지 않는 일로도 동물학대라며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들이다. 한국에서처럼 소리 한 번 변변하게 지르지도 못했는데 두 번이나 수갑을 차고 연행되었다가 접근금지를 당한 적도 있으니, 부부싸움을 할 때마다 터지는 속내를 아내를 향해 터뜨리는 경향도 있었다. 

내가 이들 부부를 정말 안타까워 하는 건, 평소 남편의 그 출중한 화술과 유머가 아내를 위해 조금만 사용되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그들은 누구보다 행복할 수 있는 필요충분 조건이 있는데, 어마어마한 황금바를 가진 사람이 많은 황금을 지하 창고에 넣어 두고 굶어 죽은 것 같은 기분 때문이다.

'왜 이제서야 말해! 엄마가 그 모양이니까 애가 아빠한테 허락도 안받고 여행을 가지'하는 식의 비난하는 말은 아내를 반성하게 만들기보다 방어 본능만 자극한다. 본질을 떠나 감정이 상하는 말투 때문이다. 이럴 때 부부 사이의 화기를 낮춰주는 적당한 말을 찾기 어렵다면 목소리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만인을 쥐락펴락하는 무한가능 유머가 가능한 그 남편이라면 타인에게 하는 배려 그 절반만 아내에게 사용되었더라면 하는 것이다.

지인의 사례를 보면서 부부는 대화는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라는 방법도 중요하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것과 반드시 표현할 때 알아지는 언어가 따로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때 생긴 일들에 관해서만 의사소통이 필요한 게 아니라 긴 시간 함께 지내는 부부도 대화에 전략이 필요하고, 그 전략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짧게 주고 받는 '농담' 혹은 '유머'는 필수항목이라는 생각이다. 

유머 사용에 인색하고 아내에게 보수적인 남편, 닮지 말고 끌어 주자

이렇게 뛰어난 화술과 유머로 분위기를 주도하고 업무적으로도 커뮤니케이션에 능숙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부부 두 사람만이 교감할 수 있는 전략과 노력이 없다면 애정이 바람처럼 소리없이 새어 나간다. 집에만 들어 오면 입을 닫는 남편, 그가 입을 열어 하는 말이라곤 생존에 필요한 단어뿐이라면 여자는 엄마로서도 아내로서도 그 어느 자리에서도 행복하기가 어렵다. 부부사이에도 인풋(Input)이 없으면 아웃풋(Output)은 없다.   

부부가 나누는 대화 속 유머를 겉절이에 비유한다면, 부드러운 표정이나 코믹한 제스추어는 새콤달콤한 설탕과 식초, 목소리에 힘을 뺀 부드러운 '말투'는 참기름이라 해도 좋겠다. 고소한 향은 직접 맛을 보지 않아도 미뢰(味蕾)를 자극하며 입안에 침이 고여들게 만드는 것 처럼, 남편의 따뜻한 말투에서 아내는 남편에 대한 어렴풋한 사랑과 존경을 갖게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 남편들의 말투는 마치 아내를 대할 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고 교과서에서 배우기라도 한 것처럼 투박한 '보수(保守)'를 움켜쥐고 사는지 안타깝다. 말을 하는 본새, 즉 말투는 상대의 감정에 직접 침투해서 마음을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반듯하고 부드러운 말투는 누군가를 설득해서 목적을 이뤄야 할 때 신뢰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듯 부부사이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말이다.

물론, 남편의 살갑지  못한  말투의 책임을 전적으로 남편에게 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사회 구성원으로 가장으로 무한책임을 요구하는 수많은 이유들이 남편들을 짓누르고 있는 현실에서, 아내를 향한 유머를 생각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아내들 또한 육아와 교육, 가족관계, 살림 등에 치어, 남편의 살가움을 소망하면서도 정작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죽자고 덤비는' 모순을 저지르고 후회할 때가 많다.

그래서 나는 늘 자성적 예언을 한다. 남편의 공연에서 나의 역할은 '지나가는 행인 1'이 아니라 이야기 속 주인공이며, 로얄석 평생 회원권을 가진 VIP 관객이라고. 서툰연기에도 기립박수를 보내며 그의 웃음 소리, 호흡의 높낮이 만으로도 실시간 감정을 읽어 낼 수 있는 열성팬이길 자청한다.

부부란 '도토리 깍지에 간장을 담아먹어도 마음만 맞으면 행복하다'는 말처럼, 부부 사이의 유머는 주제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아야 할 필요도, 또 반드시 웃겨야 하는 부담도 없다. 서로에게 확실한 '사생팬(좋아하는 연예인의 행적을 쫒는 열성팬)'이기 때문이다. 연기를 할 마음과 받아 줄 마음만 열어두면, 매일 하던 말에 평소와 다른 목소리, 눈짓 하나의 애드립만으로 충분하다. 

부부는 서로의 '사생팬'

만약 나에게 대한민국 평균인 남편들에게 부탁할 기회가 생긴다면, 비록 아내 단 한 명의 관객올 위한 공연(유머)일지라도 '흥행을 의심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다. 목소리에 힘을 뺀 부드로운 남편의 말투, 한 마디 농담과 유머에 아내는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해도 억울하지 않을 힘을 얻는다. 사람들의 시선과 오랜 고정관념, 체면에 저당 잡혀 있는 부부만의 유머를 되찾아 오는 열쇠는, 아내와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농담과 유머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남편의 용기와 배려, 그것들이 주는 따뜻함이라고 감히 단정짓고 싶다.

또 나와 같은 대한민국 보통의 아내들에게도 같은 말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남편의 유머가 비록 어색하고 서툴더라도 환한 웃음으로 열광하는 최고의 관객이 되어 주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 남편의 어눌한 유머 속에서 진심을 헤아리는 마음, 그 마음으로 남편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하는 아내가 되는 방법은 이렇게 간단하다.

어쩌면 부부 둘 만의 즐거움보다 자녀를 포함한 가족 공통의 관심사와 즐거움이 더 중요하며, 생활 속에서 웃을 일보다 싸울 일이 더 많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다. 길지는 않지만 남편과 아웅다웅하며 살아온 지난 15년의 시간을 돌아보면, 부부 사이의 즐거움은 누가 뭐라고 해도 남편과 나, 둘만 공감할 수 있으면 충분히 재미있고 훌륭한 놀이였던 듯하다.

누구나 한 때, 볼이 미어지도록 밥알을 입에 물고 뽀뽀를 해도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고, 이 남자 죽으면 따라 죽어 버리고 싶다는 순애보의 주인공을 그려 본 적도 있을 것이다. 이 다음에 다시 태어나서 그의 부인이 아니라면 그의 애견으로라도 인연이 닿길 간절히 바라기도 한다. 그러나 사소한 자존심에 목숨 걸고 치열한 싸움 벌이는 게 또 부부다. 그렇게 사랑과 상처와 행복을 교대로 주고 받으며 사는 게 부부란 걸 알면서도, 꼭 내 남편만 그렇지 않은 것 처럼 보이는 건, 남의 떡은 먹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떡인지 쉰 떡인지 겉만 보고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믿어버리면 된다. 

이왕 살아야 한다면 폼나게 살아보자

세상 어느 부부도 미친 듯 중독된 사랑으로 평생 살아지진 않는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 자신도 365일 알콩달콩 살아지는 건 아니다. 짜네 싱겁네 타박하는 남편과 식탁에 앉아 토닥거리기도 하고, 침대 위에서 인터넷 하지 말라는 남편과 몇 년째 접전을 벌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하고 있고, 귀가하면 열쇠는 열쇠고리에 걸고 주머니 동전은 작은 바구니에 담으라고 해도 남편 또한 여전히 열쇠를 팽개쳤다가 외출할 때마다 찾아 헤매는 일을 반복하는 중이고, 바지 주머니에서 빠져 나온 동전이 드럼 세탁기 통을 돌아다니며 내 신경을 건드린다. 

다만 내가 기울이는 노력은 한 가지다. 남편의 유머가 불필요한 체면과 자존심에 차압 당하지 않도록, 서툰 한 마디 농담에도 화들짝 웃으며 크게 공감해 주는 것으로 화답하는 것. 나의 웃음 크기만큼 그의 농담과 유머도 진화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밑져야 본전'인 셈 치는 것이다. 그 결과가 비록 보잘것 없더라도 사소한 부딪침을 조금 줄이는 것, 애정이 휘발되는 시간을 조금 더 지체시키며 산다는 것에 나는 만족한다. 이것은 이혼하지 않고 이왕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사는 날까지 폼나게 살고 싶은 아줌마, 나의 발버둥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말많고 흥분 잘하는 내가 남편에게 늘 지는 이유'에 이은 글입니다.



태그:#부부 대화법, #행복한 부부, #아내를 위한 말투, #행복한 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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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그리고 춘천을 오가며 서식하고 있습니다. 호기심과 열정을 뿜어내는 에너지 넘치는 삶의 이야기로 읽는 이들 모두가 더 가까워지고 모두가 행복한 이야기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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