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재무설계사들은 생애 이벤트(결혼자금 및 전세자금, 긴급예비자금, 주택마련자금, 자녀교육자금, 노후자금 등)별 수요자금을 파악하되,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출을 줄여 소비를 통제하고, 목적자금 규모 및 수요시기에 따라 적합한 상품을 택하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통장을 쪼개어 자금을 관리하라고 설명합니다.
이들의 거의 대부분은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장자산으로 종신보험을 가입해야 하고, 은퇴자금으로 연금보험을 택해야 한다고 결론 맺습니다. 1~2백만원 월소득자인 사회초년생까지도 종신보험, 연금보험 판매대상으로 가리지 않지요.
이번에는 연금보험의 효용성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 연장과 출산율 저하, 조기퇴직, 부모봉양 의식의 약화 등으로 노후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소위 은퇴설계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은퇴설계란 은퇴시기를 예측하여 노후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고, 현재의 지출을 조정하여 노후준비를 위한 저축 여력을 만들어 은퇴시점까지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절한 투자상품에 가입하는 일입니다. 은퇴설계에서 빠지지 않는 상품이 민영 연금보험이고 거대 금융자본의 광고에 세뇌된 많은 소비자들이 실제로 가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재무설계사들의 은퇴설계 수단으로 적합하다고 설명되고 판매되는 연금보험도 안전한 대안이 되지 못하므로 연금보험을 택하더라도 반드시 분산투자의 한 수단으로만 접근하되 특히 사회 초년생들은 소액으로 접근함이 옳습니다.
세상에 높은 수익과 안정성을 동시에 갖춘 상품은 없습니다. 고수익을 원하면 위험이 넘실대는 풍랑을 견디려고 각오해야 하고, 수익률이 보장된 것처럼 보이는 금융상품들도 언제든 선량한 당신의 돈을 삼킬 수도 있습니다. 삶이든 재테크든 재무관리든 목적한 바를 이루기 어려운 이유는 그 속에 숨은 함정을 피하지 못하고 대부분 발을 잘못 헛디뎌 거기에 빠지기 때문입니다.
은퇴자금 준비수단으로의 연금보험이 갖는 가장 큰 위험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그것이 안전하다는 전통형 연금보험이든 기대수익이 더 높은 변액연금보험이든 판매자들이 설명하지 않는 함정은 바로 이들 상품의 장기유지율이 낮다는 점이지요.
우리 국민은 국민연금과 퇴직금만으로는 노후자금이 부족하므로 민영 연금보험을 추가로 준비해야 하고, 연금보험은 무조건 일찍 시작해야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30대에 시작한 것과 40세에 시작한 결과는 60세 은퇴자금이 두 배나 차이 나므로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고 공포감을 조장합니다. 연금보험은 10년 이상 유지시 비과세에다 기간의 이익(복리효과)을 누릴 수 있고 평생 연금이 보장되므로 노후자금 준비수단 중 가장 유리한 상품이라고 판매합니다.
또,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재무상황과 현금흐름을 파악하여 소비를 줄이고 수입의 대부분을 저축(투자)하라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노후자금 준비수단으로 연금보험을 택한 경우 누구나 최소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의도하고 노후자금 목적을 의도하지만 현실에서는 위 통계에서 보듯 10년이 지나면 80%의 연금보험 가입자는 중도에 포기하여 해지손실을 입고 있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콩나물 값 깎고 외식비 줄이며, 금리 몇 푼 높은 금융상품 쫓아다니고, 돈 버는 기술과 테크닉을 아무리 익혔어도 연금보험을 잘못 택하여 중도에 해지하면 이들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 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재무설계를 제안받고 그대로 실천하면 행복한 노후가 보장될 것인데 무엇이 문제여서 대부분의 소비자가 알뜰살뜰 생활비 절약한 노력을 고스란히 보험사에 갖다 바쳐 보험사의 봉 노릇만 행한 결과가 되었을까요?
인생이 재무설계한 그대로 살아진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2011년 4월 고용노동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 6.2년, 여성 3.6년으로 집계되었고, 특히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속연수는 남성 1.5년, 여성 1.4년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또 일부 직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여성 근로자들은 출산시 소득활동이 중단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 국토해양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가구주가 된 이후 처음으로 주택을 사는 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8.5년, 비용은 평균 2억 7천만원이라고 하는데, 내집마련시 수천만~억단위의 대출을 안게 되어 현금흐름의 큰 변화가 생기지요.
즉, 이직, 퇴직, 출산, 맞벌이에서 외벌이 전환 등으로 인한 소득감소로 현금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연금보험 적립금이 최초 의도한 노후자금으로 쓰이지 못하고 이때 대부분 깨진다는 점이 문제이지요. 미래의 현금흐름은 설계하거나 의도한 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무설계사들이 놓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상품이 아무리 그럴듯해 보여도 그것이 소비자에게 유용하게 쓰여야 제구실을 하는 것이고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노후자금 준비수단으로 연금보험을 가입한 대부분의 소비자가 손실을 입는다면 그 상품에 문제가 있거나, 판매과정에 문제가 있거나, 상품을 선택한 소비자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 문제일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보험소비자들은 '잘 모르고' 보험상품을 구입하고, 불만 속에 유지하고, 후회하며 해지하는 악순환을 계속하고 있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투자 권유, 상품 권유를 따라하다가 큰 손실을 보고도 '재수가 없어서'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재무설계 서비스의 현실이므로 '재무설계 서비스에 현혹되지 마라'고 꼬집은 글도 있습니다. (재테크의 거짓말: 홍사황 著)
그렇다고 노후자금 준비를 일찍 시작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복리효과를 누리려면 투자는 일찍 시작해야 합니다. 그러나 연금보험은 중도에 포기하면 손실이 따르므로 사회 초년생들은 노후자금 준비를 시작하되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최소한 해지손실이 없는 상품을 택하여야 합니다. 장기투자는 최소한의 경제적 안정을 갖춘 후에야 안정적으로 가능합니다.
사회초년생들은 변액연금 대신 사업비가 적은 온라인 인덱스펀드 등으로, 전통형 연금보험 대신 적금(복리적금 등)을 택함이 더 효율적입니다. 주택마련 등 거대자금 수요를 해결한 후에도 그 적립금이 남아있다면, 그리고 그때도 연금보험 니드가 있다면, 일시납 연금보험을 가입해도 늦지 않으며 더욱이 일시납 연금보험은 월납에 비해 사업비가 적으므로 소비자에게는 더 유리합니다.
혹자는 나중에 연금보험을 가입하면 경험생명표가 업그레이드되어 연금액이 줄어들 것이므로 불리하다고 반론할 것이나 확정형 연금보험을 택하면 경험생명표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국민연금이 종신지급되므로 확정형 연금지금과 분산하여도 전혀 무리없습니다. 또 경험생명표에 영향받는 종신지급형 연금이 확정형 연금 수령액보다 많아지려면 평균수명보다 훨씬 장수하는 경우에 한하므로 종신지급형 연금보험이 누구에게나 유리할 수 없습니다. 즉 평균수명을 산다고 가정하면 확정지급형이 더 유리할 것입니다.
최근 보험사는 은퇴설계를 부각시켜 연금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금보험을 구매한 소비자들의 80%가 10년 이내에 해지하여 손실을 입는다면 연금보험으로 부자되는 쪽은 보험사입니까? 소비자입니까? 다시 강조드리지만 미래의 재무상황 변화의 고려없이 상품 판매자들의 달콤한 유인에 속아 덥석 구매한 연금보험은 위 유지율 통계가 보여주듯 당신에게 독(毒)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경제적 안정을 갖추지 못한 사회초년생들이 연금보험을 택하더라도 분산투자의 한 수단으로 접근하되, 재무상황 변화로 해지하게 되더라도 재무상황에 영향받지 않을 소액으로 시작함이 옳습니다.
돈을 항아리에 묻어 놓지 않는 한 모든 금융상품은 복리로 불어나는 것입니다. 사회초년생이라면 가급적 빠른 시간에 최대한 많은 종잣돈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수요자금 목적별로 통장을 만들어 부지런히 저축하세요. 연금보험만이 노후를 책임져 주는 것이 아니라 일찍 모은 종잣돈이 당신의 인생을 바꿔줄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