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똑똑한 금융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K씨. KB카드를 쓰고 있던 K씨는 며칠 전 신용카드 명세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예상하고 있던 청구 금액과 너무나도 많은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다시 꼼꼼하게 청구서를 살펴보고 나서야 결제일별 카드사용 기간이 앞당겨진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매월 1일이 결제일이면, 예전에는 8월 15일에 사용한 금액이 10월 1일에 청구 되지만, 사용기간이 변경되어 9월 1일에 청구되는 것이다.
가계부도 잘 정리하며, 소지한 카드별 사용일자에 맞추어 현금 및 신용카드를 적재적소에 맞추어 사용하던 K씨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10월 1일에 청구될 줄로 알고 미리 부모님의 명절 선물을 샀기 때문이다. 올해는 9월에 나올 상여금을 믿고 미리 구입한 것이다. 게다가 항상 자금을 빡빡하게 관리하던 K씨는 여유자금은 모두 펀드와 적금에 넣어 놓은 뒤라 결제대금을 융통할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월급날마다 카드 결제 대금이 대부분으로 빠져나가고,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제일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M씨도 마찬가지이다. 미리 한 달 먼저 쓰고 다음 달 월급으로 신용카드 대금을 결제하는 M씨는 갑자기 바뀐 이용일 때문에 현금서비스라도 받아야 할 판이다.
이들은 왜 신용카드 이용기간이 줄어든 것을 몰랐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이메일을 통해 청구서를 받는 것이다. 기자가 확인해본 결과 주위에 KB카드를 사용하고 있으며, 청구서를 이메일로만 받는 사람들의 경우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용기간이 변경된 것을 몰랐다.
기자도 마찬가지이다. 어제까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나름 자금관리를 잘한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K씨도, 바람직한 경제생활은 아니지만 신용카드 결제금액 때문에 결제일에 굉장히 민감한 M씨도, 이메일 청구서를 받으며 KB카드를쓰고 있는 기자도, 모두가 몰랐다. 각종 이벤트, 신용카드 사용을 촉구하는 안내 메일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송하면서, 이용기간이 바뀐다는 안내메일은 공통적으로 못 봤다고 한다.
KB카드 측에 확인 한 결과, 안내메일을 발송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간이 촉박한 탓인지, 1회밖에 발송하지 않아 유실되거나 스팸메일함으로 넘어가는 문제점 등으로 인해 안내메일을 못받은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참고로 기자는 직업상 모든 데이터를 백업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 메일함 또한 여러군데 중복 백업이 되어 있다. 메일 프로그램을 따로 쓰기 때문에 웹메일의 메일함의 내용은 받아오더라도 지워지지 않도록 설정하여 지워질 일은 없다. 그냥 못 보고 지나쳤나 해서 몇 번을 검색하고 뒤져 보았지만 안내메일은 없었다. 카드사 측에 확인하여 보낸 날짜와 시간까지 확인하고 다시 검색해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중간에 어떠한 이유로 유실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기간을 길게 잡고 안내메일의 횟수를 늘렸다면 좋지 않았을까? 이용기간과 결제일의 격차를 줄여 카드사의 수익을 늘리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최소한 이런 중대한 사안의 경우에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알려야 한다.
이번에는 청구서에 그런 내용이 있는지 찾아 보았다. 청구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자도 빼먹지 않고 읽기를 몇 번. 2시간 만에 이용기간 변경 안내를 찾을 수 있었다. 다음 이미지는 KB측에서 처음으로 공지된 달이라고 말하는 7월에 실제로 발행 된 KB카드 청구서이다.
이 긴 청구서에 작은 글씨로도 이용기간 변경에 대한 안내는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금 캡처된 저 화면의 청구내역만 보기 때문에, 청구서 파일을 열자마자 보이는 저 페이지에 안내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정작 필요한 이용기간 안내는 없고, 현금서비스를 사용하라고 부추기는 광고는 대문짝만 하게 나와 있다.
똑똑한 경제생활을 한다고 자부하는 K씨도 결제금액과 가계부의 예상 카드결제금액이 동일하지 않을 경우, 결제상세내역 페이지는 확인하지만, 그 외의 페이지는 보지 않는다고 한다. 기자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2시간이나 훑어보다가 '이벤트&안내말씀' 페이지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곳에 아주 깨알 같은 글씨로 안내되어 있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보이는가? 현금서비스 특별금리가 8%이니 마구 빚을 내라고 독촉하는 광고와 대비되는 안내말씀 구석에 적혀 있는 안내문구, 자세히 보지 않으면 찾을 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7월에 공지를 시작하고, 8월 14일 부로 변경하는 것은 기간도 충분하지 않다. 한시라도 빨리 이용기간을 줄이면 카드사 입장에서는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로 인한 고객들의 피해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이런 내용에 대해 KB 국민카드 관계자는 "이용 대금 명세서, 이메일 명세서, 이메일 안내장, 영업점 객장 포스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변경내용을 안내하고 있고, 특히 이메일 명세서 수령 고객들의 경우는 별도의 이메일 안내장('신용카드 이용기간 및 할부수수료 계산방법 변경안내')을 발송하여 안내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공지 후 실행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약관상으로는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고, 정확한 고지를 위해 직원들이 백방으로 힘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지하지 못한 고객이 계시다면 카드이용기간 변경에 따라 다음달 청구 대상 금액이 조기 청구되었을 경우 해당금액을 다음 달로 변경 청구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고지를 받지 못하거나 모르고 계셨던 고객들은 상담원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근래에 카드사들의 신용공여기간 단축이 늘었다. 신한, 롯데, 하나 등의 카드사들이 하나 같이 신용공여기간을 줄이고 있다. 가계부채 900조, 위기라고 연신 떠들어 대며 개인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금융권들은 수수료 싸움에, 공여기간 줄이기 등 자기 배 불리기에만 급급한 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물론 카드사 입장에서는 신용불량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리스크도 커지니 좋을 리는 없다. 그러나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일각에서는 카드사들의 신용불량자 양산전략이 아닌가 하는 볼멘소리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