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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을 두고 트위터 등에 의한 'SNS대첩'이라고 한다. 하지만 오히려 'SNS봉기'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나마 우리나라는 '우리는 99%다 - 월가를 점령하라'같은 '거리봉기'로 이어지진 않았다. 과거 한국사회는 위기 때마다 무서운 응집력을 보여줬다. 동학혁명과 3.1운동, 4.19혁명과 5.18항쟁, 그리고 6.10항쟁이 그랬다. 그리고 근래에 이르러 촛불시민들의 뜨거운 외침 역시 그렇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없었다면 '10.26 거리봉기'가 이미 현실화됐을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가 'SNS'강국이 아니었다면 1980년대와 같이 최루탄과 돌팔매질의 충돌이 수백 번도 더 일어났을 것이다. 중동, 유럽과 미국을 휩쓸고 있는 '독재정권퇴진 거리봉기'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훈 전 시장과 이명박 대통령은 무상급식 거부와 복지축소를 통해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자초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정권퇴진 투쟁을 'SNS봉기'로 축소(?)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만이 잘 사는 나라... 바로 한국이다

 15일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 서울역 등 도심 곳곳에서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99%행동준비회의> 주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Occupy 서울)'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집회가 경찰 봉쇄로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이 광장 부근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15일 오후 서울 금융위원회, 서울역 등 도심 곳곳에서 3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99%행동준비회의> 주최 '1%에 맞서는 99%, 분노하는 99% 광장을 점령하다(Occupy 서울)' 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기로 한 집회가 경찰 봉쇄로 불가능해지자 참가자들이 광장 부근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한국은 지금 총체적으로 누란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국사회를 떠받치고 있던 중산층이 급속도로 해체되고 있다. 한국의 중산층은 고용불안에 시달리며 하우스 푸어로 전락해 '이자 갚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자녀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과 높은 대학 등록금으로 노후 대비는 꿈에도 상상할 수 없다. 만약 뜻하지 않은 해고나 질병, 사고라도 만나게 되면 언제 빈민으로 추락할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6백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 평균 130만 원의 급여로 삶을 연명하기조차 힘겹다. 영세상인은 대기업의 자본에 밀려 문을 닫거나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간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미래에 대한 꿈을 접은 채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가 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통계에 잡힌 청년 잠재실업률만 21%가 넘고 현실 체감 실업률은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대기업은 매년 수조 원씩 이익을 내지만 대기업 하청업체로 전락한 중소기업은 임금을 체불할 정도로 어려운 경영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현실이 이럼에도 이명박 정부는 감세정책을 고집해 대기업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무리한 개발 사업으로 토건업자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 한국은 '상위 1%의 나라', '그들만이 잘 사는 나라'로 전락하고 있다.

상식적 국민평균생활의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따라서 언제라도 'SNS봉기'가 다시 '거리봉기'로 돌변할 수 있다.

"20대는 앞날이 불안하고, 30대는 좌절했고, 40대는 분노했고, 불안, 분노, 좌절, 그것 때문에 민심이 다 돌아섰다."(한나라당 홍사덕 의원, <뷰스앤뉴스> 인터뷰 중)

부끄럽게도 여·야, 진보정당을 비롯한 기성 정치인 모두 이 말을 경청해야 한다. 시민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마을기업', '공동체기업' 등 '사회적 경제'를 지향하는 희망제작소의 비전이 우리 사회의 향후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시민들 지지와 공감을 받아 압승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된 것은 불안·분노·좌절의 세대에게서 오는 민심의 명령 때문이었다. 그 명령의 핵심은 '흰소리 닥치고 잘 살게 해줘!'였다.

진정 위기와 분노의 시대다. 젊은 세대들의 위기와 분노를 누그러뜨리고자 한다면, 사회 전분야에 걸쳐 '상식적 평균 생활'의 나라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차이는 있을지언정 차별은 없는 상식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육아·교육·질병·의식주·노동·노후·여가 등의 분야들에서 '국민기초생활수급제, 최저빈곤탈출'이 아닌, '상식적 국민평균생활'을 보장하는 정책들이 입안돼야 한다.

물론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상식적 국민평균생활이 보장되는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하려면 중앙권한의 지방이양, 자치사법, 자치경찰, 교육개혁, 노동개혁, 시장개혁, 복지목표의 정립, 조세개혁, 생태, 주거복지, 남북문제, 농업구조혁신 등 전분야에 걸쳐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무상보육·무상교육·무상의료·반값등록금이라는 '3무 1반'만으로는 부족하다.

민주당의 패배는 자명하다, 이대로 머물 것인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민주당 지도부는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은 곧 민주당의 승리'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필자에게 쫓아와 소매를 부여잡고 "민주당, 왜 서울시장 후보를 안 냈소!"라며 울부짖으며 항의하던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냈다면 능히 승리할 수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는 이들에게 과연 뭐라 할 것인가? 그야말로 참담했다. 민주당은 철저하게 패배한 것이다. 아니, 지도부가 패배를 자초한 것이다.

전국의 당원들은 '선거대행업자'로 전락한 민주당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국민들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도 내지 않은 불임의 정당은 정당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한 것이다. 정당의 목적은 정권창출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마저 민주당 후보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대신 지지하는 다른 후보가 당선되면, 그때 가서도 민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처럼 승리했다고 주장할 것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기 짝이 없다.

지난 10.26 재보선에서 민주당 패배를 자초한 지도부로는 안 된다. 민주당은 내년 대선 1년을 앞두고 치르는 전당대회를 통해 이번 패배에 대한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대한민국 위기를 타개할 '상식적 국민평균생활'의 비전을 담보해낼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총선·대선에 승리해 수권정당의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민주당은 정체성과 역사와 철학에 바탕을 두고 강한 리더십을 구축한 다음, 다른 세력들과도 과감한 복지민주연합 야당통합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정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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