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시민사회 운동을 해왔던 박원순씨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되었다. 기존정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여당(與黨)의 유명 정치인과 경쟁하여 큰 차이로 당당히 이겼다. 얼마 전만 해도 감히 생각할 수 없는 파격이다. 우리 한국사회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서서히 몰려오고 있다. 그 중심에 소위 '2040'세대가 자리한다. 이들은 미국 대통령 선거때 민주당 오바마 후보가 공화당 존 메케인 후보를 이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앞세워 금번 서울시장 선거의 판도를 주도하였다.
지금껏 그들은 우리 사회의 주류가 아니었다. 반값등록금과 일자리를 걱정하고, 오로지 내집 마련의 꿈을 꾸면서 고단한 하루를 보내던 소시민이란 점에서 비주류가 맞다. 하지만 요즘 새롭게 한국사회를 변혁의 길로 이끌 주류로 등장하고 있다. 이젠 더 이상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에 침묵하는 다수가 아니다. 향후에 금번 서울시장 선거처럼 다가올 총선과 대선에서 태풍의 눈이 될 게 분명하다. 상위 몇 %가 아닌 너나 할 것없이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이루기 위한 행보는 거침이 없으리라. 그 여정의 깊고 넓은 발걸음은 시작된 것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여당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헤아리지 못하고 안하무인격으로 역주행(力走行)을 계속하다간 큰일 난다. 그동안 두텁게 쌓아온 불통산성을 허물어라. 똥인지 오줌인지도 구분해라. 기껏 SNS규제 조례를 제정하거나, 젊은 유명 연예인을 끌어들여 현상황만 모면하려니 말이 되는가. 모든 걸 탁상공론으로 해결하려 들지 말자. 더 이상 획일화된 정책과 행정이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소통과 신뢰로 진정성을 갖고 다가서야 한다. 제발 좀 국민이 무서운 줄 알아라.
나아가 이 고장 제주도를 너무 외면하지 말라. 대통령께서 임기말이 다돼 가도 공식적으로 찾아오지 않았다. 고작 국제회의 관계로 왔다간 것 뿐이다. 또한 이미 제정된 4.3특별법에 기초한 개념정의를 여기저기서 왜곡하도록 놔두고 예산과 사업마저 지지부진하여 유가족들은 물론 제주도민의 원성을 사고 있다. 더구나 해군기지만 해도 강정주민의 갈등과 상처, 제주도민의 혼란과 분열의 단초를 제공해놓고선 5년여에 걸쳐 속시원한 해명 한번 없이 권한없는 투명인간들을 내세워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도세1%라고 무시하는가본데 판단착오다. 이런 식으로 하다가 부메랑이 되어 큰코 닥치게 될 것이리라.
똑똑히 기억하자. 이 모두가 2040세대를 들고 일어서게 이유임을. 그들은 기존의 행정편의주의, 특정계층 위주의 정책과 이해관계, 무분별한 개발독재를 단호히 거부한다. 도시미관을 헤친다고 무작정 판자촌을 철거하고 갈 곳 없는 노숙인들을 내쫓거나, 소시민의 살권리를 담보로 한 무분별한 발전을 용납할 수 없다는 거다. 반면 그들은 비록 더디가도 민주적 절차와 결정, 소시민 위주의 정책과 추진, 자연과 생명이 공존하는 살맛나는 사회를 이루길 갈망한다. 한 이름없는 노숙인이 죽자 그 시신이 안치된 곳을 찾아 애도하거나, 주민들 안에 깊숙이 들어가 개발현안을 듣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사람냄새나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자는 거다. 이는 머지않아 기존의 판을 깨는 거대한 물결이 되어 우리 사회를 휘감아 칠 것이다. 자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그 해답을 정부와 여당이 찾아나서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 고병수 기자는 천주교제주교구 복음화실장입니다.
* 이 기사는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