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온라인 소자본 창업이 처음 활성화된 시기는 1997년 IMF금융 위기 때이다. PC통신이 절정기를 이루던 당시엔 IP(Information Provider,정보제공업)사업이 인기가 많았다. 하이텔, 천리안, 유니텔, 나우누리로 대표되는 4대 통신망을 이용한 정보제공사업이 활황기를 누리던 때이다. 금융위기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소자본 창업, 특히 온라인 창업이 붐을 이루던 시기이다.
2000년대 초부터 초고속 인터넷망이 보급되고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PC통신 IP는 발빠르게 인터넷 CP(Contents Provider)로 이어졌다. IP업체 상당수가 인터넷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때이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요즘, 당시 활약하던 IP업체는 지금 어떤 모습으로 생존해 있을까? 10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기가 쉽지않은 현실에서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곳은 과연 얼마나 될까?
1997년 처음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한 'SOHO(Small Office Home Office)'시절부터 '1인 창조기업'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현재까지 소규모 자본과 인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컨텐츠사업을 지속해오고 있는 곳을 탐방해보기로 했다. 대상은 1990년대 PC통신 IP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온라인상에서 관련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 개인과 업체이다.
온라인 취업정보 서비스업의 '강소(强小)기업'을 찾아서국내 건설관련 컨텐츠서비스분야에서 독보적인 곳이 있다. 건설분야 취업정보는 물론 건설사, 설계회사, 엔지니어링 업계에 관한 각종 컨텐츠를 제공하는 (주)컴테크컨설팅이다. 국내 건설분야 취업동향을 살펴보려면 기자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다. 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건설워커(worker.co.kr)'는 하루 평균 500여 건에 이르는 새로운 취업정보가 매일 쌓인다. 업계 인기순위나 연봉순위 등 건설업계 전반을 다룬 다양한 컨텐츠도 많다.
이 회사는 지난 1991년 건축캐드(CAD)프로그램 개발로 사업을 시작했다. 1993년 12월엔 국내 최초로 3차원(3D) 건축설계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를 상품화했다. '컴퓨터보다는 수작업이 더 빠르다'는 인식이 남아있던 당시 건축설계사무소는 2D가 기본적인 시절이었다. 기계설계용 소프트웨어를 응용해 건축설계 전문용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러나 당시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면 불법복제품이 발빠르게 퍼져나가던 시절이라 회사로선 기대하던 만큼의 수익을 올리진 못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을 병행하면서 시작한 PC통신 IP사업은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나우누리를 시작으로 천리안, 하이텔, 유니텔 등 4대 통신사에서 건설취업정보 서비스를 개설하면서부터다. 이 IP사업에서 뜻하지 않게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6개 통신사에서 발생한 월평균 매출액만 1억2000만 원 정도. 1999년도 당시 <건설 건축 인테리어 취업정보>는 주요 PC통신업체 IP매출순위 20위권에 드는 '히트 IP'이자 '천사 IP'였다. 천사 IP란 당시 월평균 1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리던 IP를 의미한다.
건축설계용 캐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면서 건설분야 취업정보를 IP사업으로 처음 제안한 사람은 이 회사 유종욱(45) 총괄이사. IMF금융위기 이후 PC통신사에 건설분야 취업정보서비스를 처음 제안했을 당시엔 PC통신사 담당자로부터 '과연 이런 정보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까?'하는 부정적인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건설분야 취업정보 IP가 개설되자 이용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현재까지 건설취업분야에서 독보적인 컨텐츠 서비스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현재는 건설워커를 기반으로 대한건설협회 해외건설협회 산업인력관리공단 경총 등에도 채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유종현(51) 사장은 "협회엔 공익적인 차원에서 채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취업이 가장 우선이다. 사업도 사업이지만 궁극적으론 취업을 많이 시키는 것이 우리에게도 좋다"는 입장이다. 컴테크는 이공계 취업희망자를 위한 '이엔지잡'과 의료계 취업희망자를 위한 '메디컬잡'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온라인 컨텐츠 서비스업으로만 15년, 그 성공비결은?1997년 이후 PC통신 IP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건설취업 시장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회사의 비결은 무엇일까. 당시 IP업은 소자본 창업분야로 인기가 많았지만 IP를 성공적으로 개설하고 사업이 안정적인 위치까지 오른 업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소자본 창업분야라고 해서 누구든 도전할 수는 있었지만 아무나 성공할 수는 없는 분야였다. 더군다나 온라인 환경이 급속히 변한 지난 15년 동안 1위 자리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는 것은 뭔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90년대는 IP(Information Provider)시대, 2000년 이후 인터넷 초창기가 CP(Contents Provider)시대였다면 이젠 KP(Knowledge Provider)시대로 볼 수 있다. 지식사업은 오래될수록 내공이 쌓인다. 또한 개인브랜드 시대이다. 주위에서 지난 IP시절부터 지금까지 생존해 오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개인브랜드를 잘 구축한 사람들이다. 특히 증권, 부동산, 창업정보 분야에서 두드러진다."유종현 사장은 건설워커의 성공비결로 '개인브랜드 구축과 지식전달자로서 능력'을 꼽는다. 지식사업은 오래될수록 내공이 쌓인다는 관점도 건설워커 사이트를 검색해 보면 금방 수긍하게 된다. 단순한 취업정보사이트를 벗어나 오랜 기간동안 축적된 컨텐츠와 상담코너 등이 활성화된 모습이다. 소셜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트위터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단순한 마케팅 측면이 아니라 지식전달자로서 기능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그의 트위터 팔로워수는 약 4만 명 수준. 트위터 영향력 순위에서 토목 건축, 취업 항목 등에서 각각 1위이다.
그렇다면 건설워커는 다른 종합취업정보사이트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IT기반과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한 종합취업정보사이트라 할지라도 건설분야 등 전문분야에선 상대적으로 약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세분화된 전문분야는 그 분야의 속성을 잘 아는 주체가 운영하는 것이 성공비결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적인 종합취업정보사이트는 대부분 IT업체에서 시작했다. 반면 건설워커는 건축설계프로그램을 개발하던 건설업체에서 시작했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 부분이 바로 건설워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건설인을 위한 건설포털 구축건설워커가 지향하는 앞으로 목표나 계획이 궁금했다. 유종현 사장은 "일자리 창출에는 한계가 있다. 이젠 일자리간 미스매칭(Mismatching,불균형)을 맞춰 주는 것이 중요하다. 모두 대기업만 바라보고 있는 구직자들의 눈높이를 조절해 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적성검사나 면접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다. 유종욱 총괄이사는 "궁극적으론 건설관련 포털사이트를 꿈꾸고 있다. 건설인들이 편하게 와서 놀 수 있는 곳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앞으로 건설워커는 단순한 취업정보사이트보다는 건설포털로 꾸준히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인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유종현 사장과 유종욱 총괄이사는 형제다. 지난 91년 건축설계용 소프트웨어 개발사업을 함께 시작한 이래 20년 동안 꾸준히 함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IP사업을 할 당시엔 '대박 IP'나 '가족 IP'로 각종 신문에 자주 소개되기도 했다. "소규모 가족회사가 비대한 기업관료제를 대체할 것이라는 엘빈 토플러의 예언을 믿는다"는 유종현 사장을 중심으로 작지만 강한 '강소(强小)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는 지난 15년 동안 이어온 국내 컨텐츠 산업의 한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