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근태가 서거했다.

온전한 민주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 평생을 온몸으로 부딛쳐 싸워온 우리 님은 떠났다.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 모인 많은 추모객들과 민주 시민들은 지금 가슴으로 깊이 오열하고 있다.

 

김근태와의 삶과 역사와 시대를 뒤적이면서 회한에 젖는다.

김근태에게 우리가 진 빚은 무엇인가?

김근태가 이루고자 했던 사람 살기 좋은 민주 세상은, 왜 이렇게 더디게 다가오는 것인가?

 

김근태는 남아공의 만델라, 브라질의 룰라 같은 사람이다.

만델라나 룰라는 집권했고, 정책 집행을 통해서 민주사회를 이루어갔지만, 김근태는 집권하지 못했고, 이렇게 서거했다.

김근태가 집권하지 못한 것은 역사의 순리에 어긋나며, 한국 민주주의의 비극이다.

 

김근태는 김대중과 노무현을 지지하면서도 비판적인 정치활동을 해왔다.

김대중의 '독선'을 비판했고, 노무현의 '치기'에 불안해 했다.

김근태가 집권하지 못한 것에 대해, 그의 정치적 우유부단함이나 리더십 부족을 지적하는 것은 일리 있는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정으로 김근태를 괴롭히며 옥조인 것은, 김대중의 'DJP 연합'이나 노무현의 '정몽준과의 단일화' 같은 방식이 아니면, 그나마 집권이 불가능했다는 정치 현실이었을 것이다.

온전한 민주주의를 추구해온 김근태식의 집권은 불가능하다는 정치 현실, 한국 민주주의의 험로와 비극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국인 한반도가 미국 등 강대국들에 의해서 남북분단 국가로 찢겨졌고, 한반도 전쟁 - 민족상쟁,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가 반세기를 이어져 왔다.

친일파-친미파 등 사대주의자, 기회주의자, 출세주의자, 천민 자본주의자 등등 만민주적이며 반민족적인 부류들이 득세해온 반세기 세월이었던 것이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는 소수 정권이었다.

집권 과정도 그랬고, 집권 기간에도 그랬다.

그런데, 참으로 개탄할 일은 우리 민주-진보 진영 내부에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분들 중에도, 상당수가 이러한 엄중한 정치 현실을 망각하고 지내왔다는 점이다.

그 구체적인 사례는 부지기수다. 

 

특히,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 직접 몸담았던 나 같은 사람들은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일상 생활을 해나가야 할 것이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잘못한 일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게 고백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김근태가 민주진영의 '내부 성찰'을 줄곧 주문해온 이유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지금도 소수파라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SNS로 소통 속도가 빨라져서 민주 진영에게 유리한 정치지형이 형성되었다는 점은 맞지만, 우리가 다수파라고 주장할 근거는 없다.

 

소수파가 다수파가 되려면, (진부한 이야기지만 국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은 하고, 싫어하는 것은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고통을 헤아리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해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김근태가 말하는 '비전과 대안 제시'에 올 인해야 할 것이다.

 

김근태 정권이 탄생하지 않는 한, 한국 민주주의는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김근태 정권 탄생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이제는 김근태의 유지만 남아있을 뿐이다.

 

'2012년을 점령하라'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블로그- '네가 대통령'에 올린 글입니다.


태그:#김대중, #노무현, #김근태, #2012년, #김용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