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0개월인 민호가(오마이뉴스 2011년 8월 20일기사) 지난 2월 19일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입원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호는 태어난지 백 일도 안되어 지난해 8월 선청성 백내장으로 인해 양눈 수술을 받고 거기다 선천성 장애를 가졌다라는 의사의 청천벽력같은 소릴 들었다. 태어난지 5개월이 넘도록 고개를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앞으로 자꾸 고꾸라지는 민호를 세우려 팔과 다리를 잡고 온 몸을 부추기지만 그만 맥없이 쓰러지기만 한다. 그 작은 몸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말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던 차에 '희망 2012 사랑을 나눠요'라는 KBS 모금 방송을 통해 민호의 사연이 지난 12월 1일 방영이 되었다. 그후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민호는 의사 선생님께서 좀 빠른 일내로 MRI이나 근육조직검사 등을 검사해봐야 한다고 했다.
12월이 다 지날 때쯤 사회공동모금회에서 연락이와 민호에 대한 자료를 서식에 맞춰서 보내야 의료비를 후원받을 수 있다고 했다. 마음이 급해 서류를 갖추느라고 남도의 땅 끝 강진에서 정신없이 향후 진료계획을 받기위해 서울대 어린이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검사를 해보면서 추가로 들어갈 수 있는 검사도 있고 한데..."라고 말씀하셔서 공동모금회의 행정절차상 서류를 갖춰야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정황을 말씀드리고 최대한 할 수 있는 검사항목을 적어 달라고 부탁했다.
행정과에 내려와 가격을 산출해 달라고 하니 의사 선생님의 오더가 없다라며 거절했다. MRI 종류도 다양해서 어떤 검사인지, 유전자 검사 또한 마찬가지로 다양해 가격을 산출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 간신히 사회사업실에 연락하여 최대한 검사비 가격을 예상해서 적어왔다. 당시에는 검사전이라 어떤 병명인지 알 수도 없었다.
여러 번 공동모금회에 연락하고 재촉했는데 ARS모금이라 한국통신과 정산이 끝나기까지는 2개월이 소요된다며 민호가 병원에 가는 일이 차일피일 미뤄지기만 했다. 마음이 조급하고 초조하기만 한데 자꾸 미뤄지니 답답하기만 했다.
먼저 2월 8일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민호가 검사를 해야하는데 13일에 입원할 수 있냐는 것었다. 민호는 모금회에서 입금이 되기 전 퇴원을 하게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모금회 입금을 먼저 확인해야 했다. 차후 계산법도 있겠지만 민호같은 경우는 안과 병원과 근육질환 병원이 달라서 안된다는 것이다.
공동모금회에 문의를 하니 2월 17일에 입금이 된다는 대답을 듣고 2월 19일에 민호는 입원하겠다고 병원측과 예약을 하고 입원을 하게 되었다. 어린 민호는 근육조직 검사, 유전자 검사, MRI, 초음파 등을 받았고 근육병이지만 정확한 병명은 4월 6일날 나올 것이라고 했다. 퇴원을 하기 위해 공동모금회에 입금확인을 여러 번이나 하고 빨리 부탁한다는 정황과 사정을 하니 22일 오전에 결재를 맡고 오후쯤에 입금할 것이라고 했다.
오전부터 전후사정을 말하고 여러 번 통화하고나서 2시가 되자 전화를 하니 아직 미입금 상태다. 9시반부터 퇴원수속을 밟아놓고 입금이 안되니 퇴원하지도 못하고, 퇴원비를 계산 안 하니 민호 발등에 꽂아놓은 주사바늘을 병원에서 빼주지도 않아 아파서 칭얼대는 민호를 안고 안절부절했다.
또 다시 전화를 하여 사정을 하다 안되어 언성이 높아졌다. "결재하는 행정절차도 중요하겠지만 후원금 좀 받다가 정말 급한 사람은 숨 넘어가게 생겼다."라고 말했더니 지금 숨 넘어가는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는 답변이다. 여러 번 언쟁 끝에 3시 30분쯤에야 퇴원을 할 수가 있었다.
아니 수혜자 입장에서 처리해주면 안 되는 것인가? 민호는 이렇게 어렵사리 검사비는 후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정말 확진된 희귀성 난치병인 근육병에 대한 후원을 받을수 없는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치료이다. 하지만 진료비, 검사비, 수술비 외에 입원비나 실경비 수혜를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사실 입원비와 보호자 식대, 치료를 위해 교통비 등 비용이 오히려 많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어야하는 부분은 의료비도 중요하지만 실 경비비가 지원이 되어야 어려움없이 치료를 받으러 다닐 수 있다.
이렇게라도 수혜자가 된 것에 감사함으로 받아 들이기에는 썩 만족스럽지 못한 서비스이다. 어려운 처지에서 불만도 말할 수 없다. 불합리한 행정절차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민호는 이제부터 난치병과 싸워야 한다. 꼭 일어설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사회복지 공동모금회가 정부 산하 기관으로 전락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일처리 방식이 너무 관료적이고 행정적이 아닌지 한 번 되짚어볼 일이다. 기왕 도움을 주는 것이라면 제도의 합리적 운영으로 어려움에 처해있는 많은 이들이 적기에 치료가 이뤄지는 시스템 작동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