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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관악을 경선 문제가 심각하다. 이번 일로 혹자는 대한민국 정치환경에서 유독 이정희 대표에게만 가혹한 잣대를 대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지만, 기실 그 안을 촘촘히 들여다보면 이정희라는 정치인의 미래를 가늠해 볼 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에둘러 갈 것 없다. 지금 이정희 대표에겐 '쿨한' 정치 일정이 더 필요하다. 과감하고 미련없이 사퇴하는 것이 더 이정희답다. 그것이 이정희 대표가 사는 길이요, 그에게 기대하는 정치 수요자들에게도 더 이익이다.

 

누가 모르랴, 이정희 대표는 역시 다음 국회에서도 '일당백'의 전사적 정치일정을 보여줄 멋진 정치인임을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의 정치적 미래와 대한민국의 정치적 자산을 생각할 때 지금의 태도는 분명 아니다. '죄송하지만 끝까지 가겠다'는 자세는 그 자신을 죽일 뿐만 아니라 자칫 재기 불능에 빠지거나 설령 19대 국회에 진입하더라도 식물 정치인이 될 가능성마저 함의하고 있다.

 

이정희가 누군가. 피를 토하듯 행동으로 나서주는, 가장 민중의 시각에 근접한 정치인 아닌가. 그는 늘 경직성으로 인해 대중의 관심밖에서 허덕거리던 민주노동당을 호불호를 떠나 유시민과 국민참여당이라는 자유주의자들과의 연합을 통해서 비로소 대중의 관심 안으로 적극 끌어들이지 않았는가.

 

이 점이 중요한 것은 소위 이념과 계급성으로 무장하여 대단히 경화되어 있던, 그래서 그 누구도 감히 달기 어려웠던 민주노동당의 그 경화성에 고양이 방울을 달았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부러워하는 복지국가의 전형으로써 북유럽을 중심으로 양차 대전 이후 제도권 안으로 자리 잡은 좌파 권력과 사회민주주의는, 과거 개량주의자로서 매도받으면서도 심지어 마르크시즘과의 단절마저 감안하면서까지 수정사회주의를 주장했던 베른슈타인의 정치력과 미래를 투시하는 능력이 근원적인 요인이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래서 거기에 비견해 오늘의 우리 정치환경에서 민주노동당을 통합진보당으로 이끌어낸 이정희는 대단한 정치인이요, 여장부라 칭송을 거듭해도 아깝지가 않을 정치인이다.

 

이런 이정희 대표가 안타깝지만 이런 형국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것은 전혀 이정희답지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40대의 젊은 정치인이다. 정치인에겐 '일도창해 하면 다시 오기 어려우리'라는 것은 없다. 특히나 정치인에겐 오히려 재충전의 기회가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다. 그래서 그를 지지하는 수요자들도 지금 그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해야 하고, 또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조건은 '쿨한 사퇴'를 기준으로 말이다.

 

누가 알겠는가. '통일이 국시'란 말을 했다가 빵간에 가던 시절이 엊그제였다. 그런데 오늘 우리는 통일의 담론을 넘어 실체적으로 북쪽에 공단마저 가동하고 있다. 물론 일시적으로 반동이 작동하고는 있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 이런 정치적 진화가 거듭되고 있다면 20~30년 후에 우리도 좌파 여성 대통령을 갖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잘 생각해야 한다. 정치소비자의 입장에서도 이 순간 판단의 오류로 국회의원 이정희는 유지하되 미래의 지도자를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는지 말이다.

 

또한 이번 일은 오히려 이정희라는 정치인이 보다 정치력을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반전시킬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전략적 행보가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안타깝지만 어쩌랴. 한 4년 우리는 이정희를 놓아주고, 이정희는 재충전과 심호흡을 통해 거듭난 정치인이 되면 되지 않겠는가. 정치인 이정희를 잃지 않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숨고르기를 해야 하고, 이정희 대표는 지금이야말로 '정치인 이정희'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정희#야권연대#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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