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몸도 마음도 아픈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교폭력으로 상처받는 아이들, 스마트폰에 중독된 유아들, 아토피, 비염, 천식 등 알러지를 앓는 아이들, 과체중과 비만인 아이들, 백혈병과 같이 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 이유도 증상도 다양하게 아픈 아이들은 늘어나고 있다.

환경오염과 화학물질 과다로 인한 면역성 결핍이 주요 원인이라 이야기되고 있는 환경성 질환 아토피성 피부염은 어린이들의 20% 이상이 앓고 있다. 비염 유병률은 43.6%에 이르고, 대기오염과 연관성이 깊은 천식도 어린이의 10.3%가 앓고 있다(2011, 질병관리본부).

 어린이·청소년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 추이(1995-2010)
어린이·청소년 알레르기 질환 유병률(%) 추이(1995-2010) ⓒ 질병관리본부

어린이 비만도 계속 증가 추세다. 2011년 조사에서는 초등학교 남자 아이들의 15.84%가 비만이라고 보도됐다. 아이들의 폭력성을 증가시키고, 시력 장애를 일으키는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인터넷 이용도 초등학생 10.7%가 하루 2시간 이상 접속하고 있다. 과잉행동장애도 1학년 미만 아이들의 9%가량이 증상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2011, 교과부)

 최근 5년간 표준 체중에 대한 상대체중 비만도 현황(단위 : 5)
최근 5년간 표준 체중에 대한 상대체중 비만도 현황(단위 : 5) ⓒ 교육과학기술부

'어린이'의 특징 이해하지 못하는 관계부처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의 마음이 오히려 과도해서 해가 되는 요즘, 또 정부 각계에서 정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왜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건강하지 않은 것일까? 아니 건강이 악화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이는 '어린이'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어린이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 간의 유기적 협력과 소통의 어려움 때문으로 파악되고 있다.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체중당 호흡량과 식품섭취량은 2배에 이른다. 반면, 독성물질 대사능력은 불완전한하다. 식품첨가물이나 어린이 제품의 환경호르몬 관련 논란 등은 바로 이 지점에서 주요하게 논의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화학물질 관리 제도의 독성평가나 첨가물 기준이 건강한 성인으로 맞추어져 있다.

교과부는 올해부터 '건강증진모델학교' 100교 선정,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지난 2006년 환경보건 10개년 계획을 수립하며 어린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환경보건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아토피 없는 지역구를 만들기 위해 아토피 안심학교 등을 지정하고 있다. 보건소는 아토피 교육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인터넷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과부의 엄정대처 정책도 나왔다.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다.

이는 한 명의 어린이를 건강하게 키워내기 위해서는 공기, 물, 먹을거리, 공산품, 화학물질, 게임, 일상 생활습관, 교육 등 모든 것을 유기적으로 연관지어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 중심으로 보지 못하고 각 매체별·부처별로 정책을 수립하기 때문에 이는 쉽지 않다. 영국의 어린이법(The children Act) 제정, EU의 어린이 환경 및 보건실행계획을 수립, 싱가포르의 학교 다이어트 프로그램 등은 '어린이'를 중심에 두고 사고해 얻은 대표적인 결과물들이다.

우리는 촘촘한 사회적 그물망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적 수준, 가족 구성원 등 아이들의 현황을 고려한 맞춤형 돌봄이 가능하기에는 아직 우리나라 복지수준이 떨어진다. 사회적 그물망의 한 예로 환경재단은 민간차원에서 처음으로 지난 2003년부터 저소득 가정의 아토피 어린이들의 돌봄 사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일정정도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환경재단은 지난 2011년 롯데백화점과 함께 "프리프리 아토피(Free Free Atopy)"란 저소득 가정의 아토피 아이들의 치료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작년 8월 저소득 가정의 아토피 어린이(만 12세 이하) 75명을 선발해 5개월 간 아토피 치료지원을 시행했다. 또 치료지원이 끝난 후에는 치료지원에 함께 참여한 함소아 한의원과 서울의료원 아토피천식센터를 통해 치료결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했다.

결과부터 보면 우선 참여한 가족들의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아토피 환아들의 부모는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 보호자의 관심과 애정 ▲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치료 ▲ 식습관 관리 ▲ 저소득층의 의료서비스 제공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프로그램이 그에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이들 부모는 이전에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프로그램의 부재'를 꼽았다. 또한 부모들은 프로그램의 보완점으로 ▲ 기간 연장 ▲ 정기적인 질료 및 치료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아토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치료 못 받는다

아토피는 단기간에 나을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생활습관 전반에 걸쳐 세심한 돌봄이 필요하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아이들은 아토피가 있어도 제대로 된 치료와 돌봄을 받지 못한다. 즉,  경제적인 어려움이 치료를 받지 못하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 아토피에 걸린 아이가 있는 경우 가족들의 삶의 질도 떨어졌는데, 돌보는 사람의 수면 시간 부족, 다른 가족들의 돌봄 시간 제약, 음식 선택의 어려움 등이 대표적으로 꼽혔다.

'프리프리 아토피'란 프로그램을 통해 일부 부모들은 자신의 삶의 질이 개선됐다고 답했다. 아이들을 재우는 것도 수월해져 수면시간이 늘어났으며, 아이들에게 신경쓰느라 부족했던 여가 생활을 할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부모들은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힘들었는데 아이의 상태가 호전되며 이러한 마음의 짐도 개선됐다고 의견을 전했다.

환경재단의 아토피 치료 지원 사업은 어린이 건강 문제 중 아토피에 대해 정부가 지역 보건소, 대학병원 등과 함께 아토피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일례이며, 정책이 확대되기 전에 다양한 사회기관들이 그물망을 좀 더 촘촘히 엮어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다.

선거철을 맞아 반값 등록금, 노인 복지, 아동 복지, 육아비 지원 등 "국민들이 원하는" "생활 정치" 공약들이 주목받고 있다. "퍼주기"다 혹은 "포퓰리즘이다"라는 논쟁 전에 아직도 그리고 여전히 돌봄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새겼으면 한다. 아이는 미래의 일부가 아닌 전부다. 그들이 신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성장하지 않는 한 우리 미래는 건강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지현 환경재단 어린이환경센터 사무국장 입니다.



#아토피#어린이 #환경재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