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에는 '점화 효과' 이론이 있다. '김제동'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우리 머릿속에는 사찰, 토크 콘서트 등이 생각난다. 이렇게 점화된 생각은 김제동의 근황이나 사찰 결과 등을 찾아보게 한다. 생각에 따라서 행동이 영향을 받는 것은 '점화현상'이라 한다.
MBC는 지난해 7월,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법'을 내놨다. 스타연예인의 말이나 행동이 점화현상을 가져올 것을 의식해, 쟁점이 되는 발언을 한 연예인은 고정출연을 금지하겠다는 내용이다. 연예인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공인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국가 또는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 혹은 공직에 있는 사람. 연예인은 노래, 춤, 연기, 예능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직업의 본질을 놓고 봤을 때,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연예인이 공인 논란에 휩싸이는 이유는 공인의 범주가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았고, 그들의 발언이 파장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공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연예인의 영향력과 접근성을 그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자신의 말과 행동에 일반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인과 SNS 스타들 역시 스타연예인 만큼 영향력과 접근성이 높을 수가 있다. 그러나 그들은 공인 논란을 받지 않는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공인은 도덕률에 따라 움직이지만, 연예인은 수익률에 따라 움직이는 연예 상품이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중의 오락도 공공의 이익이므로, 연예인도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또 연예상품으로 보는 것은 폄하라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도덕률을 따르는 것조차 스타 연예인에게는 수익으로 연결된다. 연예인은 이미지로 돈을 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연예인의 도덕적 행동은 수익률에서 완전히 독립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여기까지 오면 공인의 조건은 네 가지로 구체화 된다. 접근성과 영향력을 기본으로 가지고, 도덕률에 따라 행동하며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
스타 연예인이 공인이 아니라는 건 분명해졌다. 문제는, 소셜·폴리테이너다. 국가와 나라를 위한 일에 앞장서고 그 영향력도 크기 때문에 공인의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을 공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업인이자 교수인 안철수는 높은 인지도와 큰 영향력이 있음에도 공인 논란에서 벗어난다.
지식인에게는 관대하면서 연예인에게만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은 부당하다. 이것은 과거에 연예인을 '딴따라'라고 얕잡아 부르며, 괄시하던 사람들이 '스마트'해진 요즘 연예인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만들어 낸 이중잣대일 수 있다.
"안철수는 예비 정치인이니까 괜찮고, 김제동은 비정치인이니까 안 돼!"
소셜테이너와 폴리테이너의 경계는 모호하며 교차가 자유롭다. 그럼에도 굳이 소셜테이너로 대표되는 인물을 꼽으라면 김여진을, 폴리테이너로 대표되는 인물을 꼽으라면 김제동을 들 수 있다.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를 응원했던 김여진은 우리 사회에서 대체로 환영받고 있다. 소셜테이너란 이유로 MBC 출연은 거부당했다.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와 1주기 사회를 봤던 김제동은 우리 정치에서 문제시되다 못해 사찰까지 받았다. 사회 문제는 비교적 선·악이 분명하기에 대중을 점화시켜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치는 선·악으로 구별되는 문제가 아니다. 또, 대중을 선동할 수 있기 때문에 방송계와 정치계가 과도한 경계를 하는 것이다. 공인의 범주를 엄격하고 분명하게 따지면, 정치적 발언권에 제약을 받는 공인은 공직자에 한정된다.
그럼에도 연예인을 공인으로 간주해 연예 외적 활동, 특히 정치적 발언을 막으려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사회는 다양한 유명인 중에서도 스타 연예인에게만 굳이 공인의 감투를 씌우려 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정치적 발언이 불편했던 어느 정치인이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낸 프레임일 수도 있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므로 일반인과 같은 수위의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치적 발언도 포함된다. 일반인은 자유로운 "정치적 발언권"을 가진다. 헌법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방송법은 "신념을 이유로 방송편성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에 반하는 사내 심의규정을 따로 마련해 소셜테이너의 출연을 제한하고 있는 MBC는 이 조항을 하루빨리 삭제해야 한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해서 연예인의 연예 외적 활동에 과도한 가중치를 둬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그 파급력을 간과할 수도 없다. 우리는 연예인에게 공인에 준하는 도덕성과 책임을 요구할 수 있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그들이 대중의 본보기가 돼서 그 사랑에 보답해주기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가 스타 연예인에게 바랄 수 있는 행동의 제약과 책임은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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