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에 학교밖청소년들의 새 보금자리가 생겼어요. 지난 3일 도시형 대안학교 '바람개비스쿨'에 8명의 청소년들이 입학을 했지요. 지난 6월부터 3차례의 학교설명회와 학부모 상담을 진행하면서 만난 학생들입니다.
"집에만 있기 답답했어요. 친구도 만들고 싶고요. 공부 내용이 자유로워서 좋아요." 입학생 최고령자 태훈(18)이의 입학소감입니다. 지난 6월 고등학교 1년 반 생활을 접고 몇 달 쉬어 외로웠다고 말하지만, 입학동기 중엔 이미 2년째 홈스쿨링을 해 온 혜윤(16·여)같은 학교밖 선배도 있습니다.
바람개비스쿨은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 둥지를 틀었는데 멀리 광주시, 수원시, 안양시에서 온 청소년들이 더 많습니다. 안양시에서 다니는 하은(15·여)이는 집에서 학교까지 1시간 40분이 걸리는 거리인데도 씩씩하게 다니는군요.
매년 전국적으로 학교밖청소년들이 7만여 명 배출된다는 통계가 아니더라도, 정규학교를 벗어나면 마땅히 배움을 이어갈 곳이 없는 현실이 '바람개비스쿨'에도 투영되어 있지요.
기자는 지역에서 청소년지도사로 활동한 지 십수년입니다. 다양한 청소년 활동을 하면서도 살갑게 살피지 못한 건 '학교밖청소년'입니다. 서울에 있는 대안학교를 소개하는 차원에서 제 의무를 다했다고 위로하곤 했지요.
성장통 딛고 새출발하는 교육공간 지난해부터 지역의 뜻있는 분들과 유스바람개비(
www.youthw.net)라는 교육 사회적기업을 만들면서 학교밖청소년 대안학교를 준비했어요. 사회적기업이라는 수단을 활용해 10대카페라는 청소년들의 자유로운 활동공간을 만들고, 학교밖청소년들이 자립과 학습을 도움받는 사업모델을 꿈꿨는데, 이제야 '바람개비스쿨'로 탄생한 것이죠.
지난 8월 말 입학을 앞두고 강화도 오마이스쿨 시민기자학교로 학생들이 1박2일 예비캠프를 다녀왔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애니어그램으로 알아본 '나와 우리', 그림으로 말하는 나, 명상 테크닉 훈련, 레나마리아 다큐 감상, 우리들의 약속만들기, 편지쓰기 등 친교과 함께 바람개비스쿨 수업을 미리 익히는 시간이었죠.
입학식에서는 제윤(17)이가 사회를 봤어요. 첫날부터 학생자치를 실천한 셈이지요. 입학생과 가족, 교사진만이 참석한 오붓한 시간, 부모님과 학생간 전하는 편지낭송 시간은 눈물이 흐르는 애틋한 시간이 됐어요.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결정을 믿고 지지해 준 엄마와 딸의 포옹, 바람개비가 돌듯이 힘차게 달려가라는 딸에게 주는 아빠의 당부, 병치레로 힘들어도 학교생활을 씩씩하게 준비하는 아들에 대한 믿음 등등. 학교를 그만둔 후 온 가족이 겪었던 성장통을 있는 드러내는 과정이었지요.
마음교육 강조하는 인성체험활동 지향 입학식과 함께 자연스레 첫 가을학기가 시작됐지요. 바람개비스쿨은 1년 4학기 체제로 돌아갑니다. 현재 8명이지만 학생정원은 15명으로 추가 선발할 예정입니다. 특히 사회적배려 청소년은 장학금제도도 있습니다.
교육과정은 인성체험활동 중심입니다. 기자를 포함한 길잡이교사 3명과 10명의 자원교사가 교과를 담당합니다. 인지교과 중심의 검정고시나 입시준비 과목은 없습니다.
제 발로 학교를 나온 청소년들이 우선 필요로 하는 건 정서적인 지지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청소년세대로 누려야 할 많은 활동이 기다립니다. 입시패턴의 학교교육을 반복할 겨를이 없습니다.
수업시간은 전일제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됩니다. 매일 30분 명상수업으로 시작하는 마음교육을 강조합니다. 그 마음으로 삶을 스스로 디자인하고, 사회적 공존역량도 키우자는 지향을 갖고 있지요.
오전시간은 기본 교과로 내면을 찾는 글쓰기, 삶의 의미를 담는 인문학, 세상과 대화하는 외국어, 소통능력을 키우는 디베이트, 생명을 배우는 노작활동이 운영됩니다. 오후시간은 선택교과로 무예, 예술, 목공, 연극, 산천유람 등등, 시기별로 진로특강, 리더십, 여행, 봉사, 프로젝트수업 등이 진행됩니다. 동아리활동과 시기별 과목은 타 청소년도 참여할 수 있지요.
개교 나흘째 되는 지난 6일, 한 여학생이 조퇴를 신청했습니다. 새로운 교육공간에서 친구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했던 마음의 짐이 컸나 봅니다. 또래 친구들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았어요. 바람개비스쿨도 사춘기 청소년들의 삶이 실재하는 공간입니다. 언젠가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고, 드러내고, 부딪히면서, 제 자리를 잡아나갈 겁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