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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국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는 모든 사람들의 관심사다. 3자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박근혜 후보측이야 '단일화' 없이 현재 구도로 고착되기를 바랄 것이지만, 문재인 후보측은 안철수 후보가 대선판을 '흥행 모드'로 달궈 놓은 후 '통 큰 결단'을 통해 양보해 주거나, 혹은 같은 결과를 얻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은 최소한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가 매듭지어지기 전까지는 '안철수 후보'가 관심과 논란의 중심인 것은 분명하다. 처음으로 박근혜 대세론을 꺾은 안철수가 주장하는 '새로운 변화'에 대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으로 보아, 그간의 지지율이 '거품'이었다거나, 본격적이고 혹독한 검증을 견뎌내기 어려우리라는 세간의 평가와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이 와중에서 특이한 점은, 검증을 빙자한 수많은 '폭로'와 '혐의'가 온통 안철수 후보에게만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언론환경이 박근혜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조중동 등의 '수구 언론'과 공중파 방송사들이 박근혜후보의 유력한, 또 하나의 경쟁자로 간주되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약속이나 한 듯,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을까?

안철수가 내건 '민주당 변화'의 의미는?

아무튼, '야권후보 단일화'와 관련하여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 후보측은 단일화 조건과 관련하여, 일관되게 '국민이 납득할 만한 민주당의 변화'를 전제로 한다고 답해 오다가, 최근 그 한 가지 예로 든 것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라는 것이었다. 민주당으로서는 당황스러울 것이다. 왜냐하면 촉박한 대선일정내에 그 요구를 실천해보일 수 있는 특정한 선거일정이 잡혀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그렇다고 안철수 후보측에서 요구한다고 해서 마음에도 없는 약속을 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나는 안철수 후보 측이 언급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라!'는 말의 이면에는 지난 4.11총선을 구태의연하게 치뤄낸 민주당에 대한 강력한 질타와 비판의식이 내재해 있다고 판단한다. 민주당은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총선에서 패배했다. 아니, 냉정하게 표현하면 패배를 자초했다. 그런데 그것은 민주당만의 패배가 아니다.

당시의 상황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권 심판론'을 기저에 깔고 '10.26서울시장 보궐선거 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문', '민간인 사찰 파문'등으로 결국 한나라당은 당명을 바꾸는 것도 모자라 '빨강'으로 '변신'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로 몰렸으며 이미 '박근혜 대세론'은 추락을 거듭하던 시기였다.

4.11총선을 코앞에 두고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이 결합되어 탄생한 '민주통합당'의 공천결과는 민주당에 희망을 걸었던 국민의 뜻과 상관없는 것이었다. '경제민주화'라는 새로 제정된 당 강령 제1조는 졸지에 '레토릭'으로 전락되었고 행동으로는 참여정부시절 국회의원을 대거 공천하여 민심과 상관없는 '제 식구 챙기기 공천'으로 귀결되었던 결과가 민주당의 패배였다.

총선 패배를 자청한 민주당의 '과거회귀 공천'

만일 민주당이 '경제민주화'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공천을 통해 국민의 뜻을 받들어 승리했다면 다음의 세 가지는 얻었을 것이다. 우선 '박근혜 대세론'을 확실히 주저 앉힐 수 있었다는 점, 그에 따라 자당의 대통령 후보가 자연스럽게 부각될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지금의 안철수라는 '장외인사'가 대선을 결심할 여지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반대의 결과가 지금의 현실이다. 4.11총선을 통해 '선거의 여왕'으로 다시 부활한 '박근혜 대세론'이 견고해진 것과, 민주당이 대선후보로 문재인씨를 결정했으나 박근혜는 고사하고 안철수를 넘기에도 벅찬 상황, 결국엔 출마을 결심해서 박근혜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의 부상이다.

사실상 안철수씨가 대통령 후보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환경을 조성해온 것은 다름아닌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거대 양당이며, 특히 총선이라는 눈앞의 선거에서의 작은 이익 때문에 불과 몇 달 후의 더 중요한 선거를 '미리 망친' 책임은 다름아닌 민주당에, 특히 당시 선거를 지휘했던 지도부에 있는 것이다.

단일화를 압박하는 민주당 지도부, 염치 없다

안철수 후보가 정치권에 등장한 이후, 줄기차게 그를 압박하는 내용으로 언론을 장식한 민주당 측의 한 인사가 있다. 바로 이해찬 민주당 당대표이다. 이해찬 대표는 몇 달 전 각종 인터뷰 등을 통해 민주당의 대통령후보 경선일정을 근거로 기한까지 정하여 안철수 후보가 입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바 있고, 최근에는 무소속으로 대통령이 되면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안철수후보를 직접적으로 압박했다.

그런데 이해찬씨가 누구인가? 지난 4.11총선 공천과정에서 '친재벌 성향'으로 거론되며, 당시 화두였던 '경제민주화'의 가치와 상반되는 공천이라는 비판의 중심에 섰던 김진표의원을 '개혁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구원했던 것으로 알려진 당사자 아닌가? 경제민주화를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당강령으로 못박았던 민주통합당은, 결국 이와 같은 '말따로 몸따로 공천'으로 스스로 민심으로부터 멀어졌고 패했다. 과연 어떤 국민이 실천하지도 않는, 말만 요란한 당에 신뢰를 주고 자신의 미래를 맡기겠는가?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이후 일련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결국 안철수 당시 교수로 하여금 정치를 결심하게끔 자극한 최초의 동기가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오세훈씨의 서울시장직 사퇴였다면(새누리당), 이후 총선패배를 야기한 민주당의 '민심이반 공천'이 결국은 그를 대통령선거라는 링에 오르게 한 직접적 동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책 <안철수의 생각> 서문에 나오는 민주당 실패에 따른 출마동기에 대한 언급이, 그의 사욕으로 인한 거짓말이라고 믿지는 않는 것 같다.)

민주당, 변화할 의지가 있는 걸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글에서 밝히려고 했던 것이 이미 많은 사람들의 판단 안에 있고, 그리고 정작 중요하게는 안철수 후보가 이 글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일련의 흐름 속에서 출마를 결심한 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섣불리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애초에 정치라는 험난한 전쟁터에, 안철수씨라고 처음부터 혼쾌히 나서고 싶었겠는가?

대한민국에서 '정당 정치'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대정치 제도에서 '대의민주주의'라는 말 중의 '대의(代議)'가 현실에서 민심을 외면하는 정당, 정치에 대한 회의와 환멸을 야기하는 정당을 통해 그 본래의 의미가 퇴색되어 있다면, 그 정당은 극복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이 글이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일방적 비판과 안철수 후보를 두둔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민주당은 해방전후사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가 있고 군부독재를 물리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선두에 서 있었던 정당이다. 그런데 많은 시간이 흘러간 지금, 시대는 바뀌었고 '형식적 민주주의'하에서 민생은 도탄에 빠져있다. 97년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으로 상징되는 '민주화 세력'은 사회적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에 대해 책임을 다하지 못했고 모두가 함께 가야할 길을 한동안 잃었던 것이다.

최근 광주를 중심으로 하는 호남 민심이 안철수 후보를 향해 있는 것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과연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물산이 풍부하여 유난히 피해와 갈등이 많았던 호남은 이미 시대의 변화를 남다른 감각으로 간파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호남이 지역감정의 가장 큰 피해자이었기에 역설적으로 그 '아픔'을 전제로 해왔던 정치세력보다, 이를 극복할 것처럼 보이는 '한 사람'에게 더 희망을 거는 것은 아닐지 되새겨 볼 때가 아닌가 한다.

민주당의 뼈를 깎는 반성과 결단이 이번 대선을 모두의 '해피엔딩'으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 민주당은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버릴 때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지난 4.11총선이 좋은 기회였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는 그 진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집권과 생존을 위해 '빨강'으로도 갈아입는 '수모'를 감수한 새누리당의 결심과 노력이 민주당에게 타산지석이 되기를 바란다.


#국민공천권#안철수 요구#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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