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방송3사와 수구보수신문들의 '친박근혜' 보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야권 흠집내기 및 갈등 조장에 적극 나서는 등 노골적인 편파·왜곡보도가 행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시민사회가 나서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다.
29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2012 대선보도 민언련 모니터단(이하 민언련 모니터단)이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한 언론, 이대론 안 된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 자리에서 나온 결과이다.
이날 방송3사 보도 발제를 맡은 민언련 모니터단 윤지선 방송담당 활동가는 10월 29일부터 야권후보가 결정된 11월 23일까지 방송3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방송3사는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 조차 무시하고 분량·화면구성·내용 모두 '친박근혜' 편향적 보도를 내놨다"고 분석했다. 이어 "특히, 단일화 회동 이후 편파보도 수위가 더 높아졌으며, 새누리당의 방송3사에 대한 공개압박 이후에는 보도 불균형이 더 심각해졌다"고 지적했다.
윤 활동가는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지역방문, 정책행보 등 직접적인 행보를 언급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도분량을 비교한 결과 "박근혜 후보는 46.6%가 보도된 반면, 문 후보는 26.14%, 안 후보는 27.26%에 그쳤"다고 지적한 뒤, "내용적으로 '박근혜 띄우기'도 문제지만, 보도량에 있어서도 박 후보 보도가 월등히 많은 것은 기계적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어 기간별 분석결과 ①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협상 전에는 세 후보의 분량이 박 후보 33.35%, 문 후보 32.0%, 안 후보 33.65%로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② 협상이 본격화한 이후 박 후보 42.9%, 문 후보 27.9%, 안 후보 29.2% ③ 새누리당 의원들이 방송사를 압박한 이후 박 후보 49%, 문 후보 25.1%, 안 후보 25.9%로 편차가 더 커졌다고 밝혔다.
또 내용의 편파성은 더 심각했다는 지적이다. 윤 활동가는 "방송3사의 후보동정보도가 후보 일정을 짤막하게 나열하기 급급해 정당 보도자료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박 후보에 대해서는 노골적인 '띄우기'를 보였는데 일례로 '말춤 추는 박근혜 후보'를 두고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SBS), "청바지에 말춤을 추고, 개그프로그램도 따라하는 것은 박 후보가 이제 소통도 준비됐다는 호소"(KBS)라는 등 편파적 해석의 극치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신문 발제를 맡은 민언련 모니터단 신문 담당 유민지 활동가는 "새누리당이 내놓은 '여성대통령'을 조중동이 주요하게 언급하면서 '여성대통령론' 부각에 적극 앞장섰다"라고 주장했다. 유 활동가는 그 근거로 "여성대통령을 언급한 기사가 50건(조선-15, 중앙-13, 동아-22건)이었는데 이 중에서 여성대통령론을 '적극 부각'하며 띄운 기사가 25건에 달했다"는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특히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신문은 동아일보(11건)로 여론조사 결과 보도에서까지 '性대결'을 강조하고, 박 후보의 행보를 '여성대통령'이라는 프레임에 맞춰 보도하는 등 '여성대통령론'을 부각하는데 가장 앞장섰다고 평가했다. 반면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박 후보의 삶과 정치 여정을 짚어, '여성대통령론'의 허구를 지적하는 비판적인 접근을 보였다고 밝혔다.
유 활동가는 야권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조중동이 '한국 정치를 망친다'는 프레임을 씌우며 '쑈', '극'이라는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해 반복적으로 폄하"했다면서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문재인-안철수 진영의 분열을 조장하는 기사를 '익명취재원'을 동원해 내보내는가 하면, 여론조사 신뢰성 문제를 부각하며 단일화 초치기"에 나서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중동이 대선 주요 의제를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축소하거나 호도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며 대선 핵심 화두인 경제민주화를 두고 △기업과 경제를 힘들게 해 결국 서민경제를 악화시킨다는 협박 △재벌 개혁하려면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는 호도 △박 후보의 '후퇴한 경제민주화' 띄우기 등을 통해 흔들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또 투표시간 연장 의제에 대해서는 의제 죽이기에 나섰는데, 모니터 기간 동안 "조선일보는 단 3건, 중앙일보는 5건의 보도만을 내놔 한겨레(24건)·경향(40건) 신문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안진걸 경제민주화국민본부 공동사무처장은 "방송이 망가졌다고 얘기하는데 최근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입을 뗀 뒤 "경제민주화 정책에 대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사실상 폐기 수순에 들어갔고, 경제·민생 관련 법안 100여 개가 처리가 안 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책임이 새누리당에 있자 언론에서 침묵하거나 왜곡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방송3사를 항의방문 했다는 데 대해 "시민사회도 방송사들을 찾아가 피켓시위 등 강력한 항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송3사 보도가 큰 틀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장지호 언론노조 정책실장은 언론의 행태들이 "언론이 정치의 하부구조 즉, 새누리당의 선거전략 하에 있다"고 분석했다. 장 실장은 새누리당의 선거 전략은 흔히 말하는 '집토끼 지키기'와 '투표율 저하'에 있다고 본다며 이런 전략에 따라 "방송의 선거방송 시간이 현격하게 적고, 보도량도 줄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대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줄고, 자연스럽게 투표율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방송3사가 이런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새누리당의 통일된 지시가 아니면 힘들다"고 언급한 뒤 "불공정 보도가 프레임 설정에서 기계적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진화하고 있는 만큼 언론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론이 관찰자 시점이어야 하는데 행위자 시점으로 보도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사회화'되는 과정에 주목했는데 이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언론이 "유권자들이 행동할 수 있는 도움과 방향을 제시하는데 부족하다"고 지적한 뒤 여론조사도 "단순히 지지율을 묻는 것이 아니라 수용자 입장에서 중요한 이슈를 발굴해 내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언론이 선거기간에 사회 쟁점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면 후보자들이 대답을 해야 하는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한찬희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원은 '여성대통령 띄우기'에 대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적 섹슈얼리티 프레임을 구사하고 있지만, 박근혜 후보야말로 가부장적 체제의 정점에 놓여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민언련 모니터단은 대선보도 중간평가 토론회에 맞춰 선거운동원으로 전락하고 있는 방송사와 조중동을 비판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논평은 "이명박 정권에 의해 장악된 방송과 수구보수 신문들이 언론의 본분을 내팽개치고 이번 선거를 여당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이끌기 위해 광분"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현명한 유권자들은 왜곡된 언론보도에 현혹되지 않는다"며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진실을 알려내고,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불통정권과 새누리당, 진실을 왜곡하여 공명선거를 파탄내는 데 광분하고 있는 조중동과 관제 공영방송들을 냉혹하게 심판"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