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나라는 지방자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반쪽 자치'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자치행정권과 재정권 등이 여전히 중앙정부에 있기 때문에 중앙집권체제의 폐해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대선을 앞두고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과 공동으로 지방자치제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을 진행한다. [편집자말]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한 건 1952년이지만 1961년 지방의회의가 해산되면서 중단됐다. 1991년 지방의회의가 다시 열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방자치제도는 어느덧 성년기에 접어들었다. 지방자치란 문자 그대로 주민들을 위한 주민들에 의한 주민들 스스로의 자치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착근하고 성장·발전하려면 지방자치권의 핵심인 자치 사무, 권한, 재원 등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지방정부를 3권 분립 차원에서 보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이 있을 수 있다. 자치사법권은 논의로 하더라도 조례제정권을 중심으로 한 자치입법권과 조직권·재정권 등으로 구성된 자치행정권이 보장돼야 지방자치제도의 이념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227개 기초자치단체는 물론 학계·전문가 그룹이나 전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자치 입법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자치 입법권의 경우 조례 제정권의 범위가 너무 좁기 때문이다. 또 조례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형벌규정을 둘 수 없고 국가사무인 기관위임사무가 너무 많아서 지방의 자율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상 조례제정권 범위 '법률' 기준으로 해야...

조례제정권을 중심으로 한 자치입법권과 조직권·재정권 등으로 구성된 자치행정권이 보장돼야 지방자치제도의 이념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조례제정권을 중심으로 한 자치입법권과 조직권·재정권 등으로 구성된 자치행정권이 보장돼야 지방자치제도의 이념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 sxc

관련사진보기


[쟁점 ① 조례제정 범위]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조례제정 범위를 '법령의 범위 안에서'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범위가 협소할 뿐만 아니라 해석을 둘러싸고 많은 혼란이 일어나고 있다. 참여정부 때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도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개정할 것인지를 검토한 바 있지만 논란 끝에 현행대로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위원회가 이같이 결정한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현행 규정은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 한 법률의 위임이 없더라도 조례제정이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라는 것이다. 또 법원 판례도 같은 취지를 취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로 개정하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대두됐다.

그러나 지방자치 현장에서는 이런 법해석을 놓고 여전히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일본처럼 '법령에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란 명문 규정을 두어 자의적 해석에 따른 혼란을 없앨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자치입법권을 명확하게 보장할 수 있다.

자치입법과 관련된 조항은 일본 헌법처럼 '법률의 범위 안에서'로 개정해 헌법상 조례의 제정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헌법상 조례제정권의 범위를 '법령의 범위'가 아닌 '법률의 범위'로 정해 최소한 법률에 위반되지 않으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러면 시행령과 같은 '명령'의 범위와는 직접적으로 무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쟁점 ② 벌칙 제정권] 조례로 주민의 권리제한과 의무부과 및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지방자치법 규정도 문제다. 헌법상 기본권에 대한 법률유보 조항과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구현하는 것이라는 합헌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헌법상 자치입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위헌론도 만만치 않다. 판례 역시 위헌성이 없다고 한다. 조례상 이러한 법률유보 조항은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이 조항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관에서 민으로', '규제에서 규제완화로'라는 시대적 트렌드에도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삭제되어야 한다.

조례위반 사항에 대하여 종전의 지방자치법에서는 '시·도는 당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써 3월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 또는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벌칙을 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형벌을 과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1994년 3월 16일에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면서 제20조 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는 조례로써 조례위반행위에 대하여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행정벌인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조례상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헌법상의 죄형법정주의에 위반한다는 위헌설이 통설이고 판례에서도 위헌 판결을 내리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나 지방자치의 본래 취지에 비추어 보더라도 실효성 담보 차원에서 조례위반 사항에 대한 형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또한 중앙정부 중심의 관점이나 시각에서 탈피해 '중앙과 지방의 대등한 관계'라는 지방분권적 시각에서 접근해 나가야 한다.

자치입법권 강화에 '기관위임사무 폐지' 필요

1991년 지방의회의가 다시 열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1991년 지방의회의가 다시 열려 지방자치제도가 부활한 지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 sxc

관련사진보기


[쟁점 ③ 기관위임사무 폐지] 자치입법권을 강화하려면 국가사무인 기관위임사무 폐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국가위임사무는 지방자치단체에 위임된 단체위임사무와 지방자치단체의 집행기관에 위임된 기관위임사무로 분류할 수 있다. 또 기관위임사무는 광역자치단체장으로부터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위임된 사무도 있다.

이러한 기관위임사무는 중앙정부의 주무 장관이 시·도지사를, 또는 시·도지사는 기초자치단체장을 지도·감독할 수 있는 수단이다. 지방자치법은 구체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법령의 규정에 따라 그 의무에 속하는 국가위임사무나 시·도위임사무의 관리와 집행을 명백히 게을리 하고 있다고 인정되면 시·도에 대하여는 주무부장관이, 시·군 및 자치구에 대하여는 시·도지사가 기간을 정하여 서면으로 이행할 사항을 명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직무이행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게다가 기관위임사무에 대해서는 자치단체의 조례제정이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의 감사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전형적인 중앙집권주의의 표본인 셈이다.

따라서 기관위임사무를 폐지해야 한다. 또 국가가 처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사무를 법령상 규정한 사무인 법정수탁사무 또는 법정수임사무로 전환해 지방자치단체 조례제정 범위의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조례제정권의 범위, 조례상 주민의 권리의무나 벌칙 규정의 법률유보 문제, 조례상 벌칙제정권의 여부, 기관위임사무의 존폐 문제 가운데 현실적으로 자주 발생하고 있는 것은 조례제정권의 범위와 한계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은 물론이거니와 지방자치단체 내의 집행기관인 시·도지사, 시·군·구청장과 의결기관인 의회 간에도 많은 법적 소송으로 번지거나 갈등을 빚고 있다.

특정 조례의 제정안이나 개정안이 나오면, 우선 상위법 위반은 물론이거니와 상위법의 규정이 없어 '법령의 범위 밖'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조례제정권의 범위가 현행의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규정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국가 경쟁력의 토대는 지방의 경쟁력이다. 각 지방의 경쟁력 향상과 발전은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지방자치권의 지방이양 등 이른바 지방분권이 이루어질 때 가능하다. 지방자치권의 중요한 요소인 자치입법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방의 특성과 여건이 잘 반영된 자치입법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될 때 지역주민들의 복리와 삶의 질이 향상되고 지역의 발전도 함께 이루어져 지방자치 또한 꽃을 피우게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박명흠 기자는 부산광역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입니다.



태그:#지방분권, #박명흠, #대선
댓글

1987년 이후 지난 25년간 자치와 분권의 헌법정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경주해 온 분권국가세력은 2012년 대통령선거를 맞이하여 이와 같은 헌법적 제약을 과감하게 돌파할 것을 국민들 앞에 제안한다. 제안의 골자는 헌법 전문과 제1조의 개정을 통하여 자치와 분권의 헌법정신을 천명하고, 그 기조 위에서 헌법 제8장 ‘지방자치’의 전면적인 개정을 통하여 분권국가의 체제를 명실상부하게 갖추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중앙집권적 정치세력은 지난 수년 간 헌법개정논의를 독점해왔음에도 중앙권력 내부의 분배구조를 둘러싸고 무익한 논쟁만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분권국가세력은 이처럼 소모적인 권력구조개편론을 중앙집권주의를 강화하려는 권력놀음으로 비판하면서 차제에 이를 과감히 우회하여 지방자치를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원포인트 헌법개정을 달성함으로써 국가혁신, 지역혁신의 일대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