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통령이 되면 청소년들이 즐길 수 있는 청소년 문화시설을 많이 만들고 싶어. 청소년들이 탈선하는 이유가 즐길 만한 청소년 문화시설이 없기 때문이잖아." "내가 대통령이 되면 도서관을 많이 지을래. 열람실만 가득한 도서관이 아니라 자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사유할 수 있는, 음… 느티나무같은 도서관?(웃음)" 느티나무도서관 청소년 동아리 <책사이> 친구들이 모였다.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사회 이슈 등 나름의 주제를 선정해 의견을 나누기도 하는 녀석들이 지난 12월 19일 진행됐던 대통령선거를 계기로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의 이야기 부제는 '청소년이 꿈꾸는 미래'. 선거권도 없는 아이들이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싶은데 사뭇 진지하다.
"청소년이라고 정치에 관해 무관심하지 않아요. 그리고 생각이 없지도 않아요. 물론 정치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정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해요." 스스로 배움의 동기를 찾고 배움을 나누는 도서관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 뒤 아이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 당선자에게 자신들의 생각을 전달할 방법으로 '책'을 선택했다. 대통령에게 추천한 책에 메시지를 적어 보내면 국민이 보낸 책으로 청와대 국민의 도서관을 건립하는 <국민의서재>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청소년들은 어떤 책을 대통령에게 권했을까? 그리고 무슨 메시지를 담았을까?
"대통령님, 저는 고등학생입니다. 국민 모두의 실낱같은 희망조차 들어줄 수 있는 대통령님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에게만 미래와 꿈을 강요하지 않고 함께 꿈을 꾸는 사회를 만들어주세요. 당신 옆을 스쳐 가는 수많은 사람, 당신의 한 마디에 실망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국민과 우리를 위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주세요."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최진영, 한겨레출판사, 2010)"책에서 느끼는 슬픔만큼 사회적 약자, 혹은 소외된 사람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외진 곳까지 지켜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길 바랍니다." <해피버스데이>(아오키 가즈오 저, 홍성민 역, 문학세계사, 2008)처음엔 장난기가 느껴질 만큼 호기심으로 들 떠있던 청소년들 표정에 차츰 무게가 실렸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면서 미처 알지 못했기 때문에 관심도 두지 않았던 세상의 많은 일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나 밖에 알지 못했던 삶의 경계 밖으로 한 뼘씩 이야기의 폭을 넓혀갔다.
어른들은 요즘 청소년들이 심각한 난치병인 무기력증에 걸린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무얼 하고 싶으냐고 물어도 "모르겠다"는 대답뿐이고, 혹시 하고 싶은 게 있다고 하면서도 왜냐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대답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도서관에서는 '자꾸하고 싶은 게 많아진다'고 이야기한다. 왜 일까. 도서관은 일도 전공도 경험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뜻밖의 토론과 배움이 이루어질 기회가 늘 열려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의 장, 도서관도서관은 커뮤니티의 정보센터이자 토론과 참여가 이루어지는 공론장이다. 사람과 책이 만나 스스로 배우는 평생학습의 터이고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소통의 장이다.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국민의 서재> 캠페인에 참여한 것은 이러한 도서관 본연의 역할을 실천하는 장이 될 수 있으리란 생각 때문이었다.
도서관을 찾은 환경 단체 활동가는 환경 분야 책을 추천했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도서관 이용자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을 담은 책을, 도서관 사서는 도서관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책을 선정해 메시지를 적었다. 느티나무도서관의 독서 동아리 회원들도 책을 추천하기 위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독서 동아리 회원들의 평균 연령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30∼40대의 주부들이다.
이들은 선거를 앞두고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정보를 전달받는 데 그치지 않고, 책을 고르고 기증하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사회의 현실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나누는 기회가 됐다고 전한다.
도서관은 민주적인 삶을 살아갈 시민역량을 키우는 공간앞으로 느티나무도서관에서는 이렇게 모인 책을 전시하여 이용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세상이 어떻게 되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이런 것을 바란다'를 단지 대통령에게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다양한 요구와 생각을 보며 우리 시대가 무엇을 고민하고 요구하고 있는지, 다시금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사실 진짜 좋은 세상은 대통령이 누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누가 되어도 상관없는 사회다.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민주적인 삶을 살아갈 시민역량이 성숙되어야 하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더불어 사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도서관이 해야 할 몫이 있다. 전국 곳곳의 공공도서관들이 지역사회에 펼쳐진 '멍석' 같은 공론장이 되도록 그 문이 활짝 열리기를 바란다. <국민의서재> 캠페인이 그런 바람을 일으키는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국민의 서재>캠페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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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서재> 캠페인팀은 시민단체나 정당의 소속이 아닌 일반 청년 및 대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난 9월, '우리가 직접 새로운 정치문화, 건강한 정치문화의 탄생을 기원하는 긍정의 힘을 가진 캠페인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 하나로 시작하였습니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국민의 서재>는 국민들이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책을 모아 청와대 국민의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는 캠페인입니다. 추천하는 책에 그 이유,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적어 국민의 서재로 전달하는 캠페인으로 2012년 12월 19일까지 진행하였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을 비롯해 알라딘, 아름다운가게,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상상네트워크자리, 유니버드, 커뮤니케이션북스, 성공가이드GET, 씽크카페, OO은대학연구소가 함께 참여했습니다.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은 <국민의 서재> 캠페인이 커뮤니티의 정보센터이자 토론과 참여가 이루어지는 공론장으로서 도서관의 역할을 실천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며 도서관인들의 참여를 제안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언론이나 SNS 등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책을 고르고 기증하는 시민들 스스로 사회의 현실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나누는 기회가 되길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캠페인 내용과 국민들이 보내주신 책과 메시지는 국민의 서재 홈페이지(www.peoplebooks.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생각과 철학이 담긴 '책'을 매개로 국민과 정치권이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건강한 정치문화를 만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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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천서영 기자는 느티나무도서관재단 사서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