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청년연대은행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국내 첫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었습니다. 저임금의 불안정 노동을 하며 살아가는 청년들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느낀 청년유니온은 '함께일하는재단'과 함께 2011년 한 해 동안 청년들을 위한 상호부조사업 연구를 했고 그 과정에 15~34세 청년 300여명을 대상으로 '불안정 노동청년과 사회안전망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9.7%는 취업 상태이지만 정규직은 19.1%뿐이었습니다. 취업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121만8000원이며, 48.5%는 평균 1000만 원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9%는 최근 1년 사이 현금이 없어 급하게 돈을 빌린 적이 있다고 답했고 생활비(51.0%), 학자금(21.0%), 주거관련비(12.0%)를 마련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는 경제적 이유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다는 이른바 '삼포세대'의 모습이었습니다.
'쌀이 떨어졌다'는 한 조합원의 글
당시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이었던 필자는 연구결과에서 뿐만 아니라 청년들을 위한 상호부조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느낀 결정적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고 최고은 작가의 죽음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을 '아사'라고 표현하며 "얼마나 바보같았으면 굶어죽어.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었나. 친구도 없었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습니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은 그녀의 죽음이 '아사'가 아닌 '고독사'임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녀가 느꼈을 고립감과 외로움에 가슴 아파했습니다. 저 또한 그녀의 죽음이 남일 같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청년유니온 페이스북 그룹에 한 조합원이 쌀이 떨어져서 굶고 있다는 글이 올라왔고 저는 순간 덜컥했습니다. 그 역시 극작과 출신에 예술가를 꿈꾸며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며 깊은 슬픔에 빠져있던 터였습니다. 이 친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는 건 아니겠지. 걱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를 놀라게 한 건 그 글이 올라오자마자 앞 다투어 달리는 청년들의 댓글이었습니다. "우리집에 쌀이 있다. 어디로 가져다 주면 되나", "나도 라면이 있다", "우리 계좌를 열어 모금을 하자" 본인들도 넉넉한 사정은 아니었지만 쌀을 주고 생활비를 보태겠다는 댓글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모금 운동을 하자는 의견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이었습니다. "이 친구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 우리가 무조건 모금을 하는 것은 자칫 이 친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도 있다" 순간 뭉클했습니다.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것은 같은 청년으로서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생각했습니다.
'이게 바로 연대의 힘이구나. 서로 돕고 함께한다는 것이 이렇게 따뜻하고 다행스러운 것이구나. 청년들이 서로 도우면서 공감과 위로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호부조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 그래서 만든 게 바로 청년연대은행입니다.
청년연대은행이란? 청년연대은행은 조합원들이 매달 출자금을 모아 병원비, 생활비 등 급전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소액대출을 해 줄 수 있는 일종의 '계' 형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더불어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자신의 재무상태를 돌아보고 지금의 재무상태에 맞게 살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무상담과 교육도 함께 진행할 예정입니다.
또 이사를 돕는다거나 생활물품 등을 나눌 수 있는 생활상호부조와 자신이 갖고 있는 외국어나 자격증 공부, 정서, 직업 상담 등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재능상호부조 시스템을 함께 두어 청년 당사자들이 서로 도우며 함께 자립할 수 있는 조직. 청년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할 수 있는 '청년협동조합'으로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청년들은 이를 통해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내가 다른 청년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는 협동과 상생의 가능성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현재 2013년 2월 23일 설립을 목표로 30명의 추진위원들이 함께 설립 준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한 주요 사업으로는 지난 8월 총 4강에 걸쳐 청년들에게 필요한 재무교육과 협동조합을 주제로 '여름기획' 강좌를 진행했고 10월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캔맥영화제'를 오픈했습니다. 그리고 11월 27일부터 '청년재무상담사 양성과정'이 진행되어왔고 12월엔 조합원 송년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제 1월에는 청년연대은행 설립을 위한 후원의 밤, 2월에는 청년연대은행 창립총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바람은 청년연대은행이 꿈꾸고 싶은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것 나누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청년연대은행을 통해 청년들 스스로가 서로 도우며 자립할 수 있다는 확신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다시 꿈꾸기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감동적인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게 청년들이 다시 꿈꾸게 됐을 때 그 꿈은 청년세대를 넘어 모두가 '함께 꾸는 꿈'이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 사회도 두근두근 미래가 기대되는 사회로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청년연대은행 후원행사, 1월 24일 |
1월 24일 오후5시부터 홍대 앞 오요리(이주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다문화 레스토랑)에서 후원행사를 진행합니다. 이번 후원행사는 청년연대은행의 중요 사업인 '청년재무상담사 양성과정' 교육비를 마련하기 위한 행사입니다. '청년재무상담사 양성과정'은 청년들에게 돈의 철학과 재무관리 방법을 전달함으로서 청년들이 경제적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청년재무상담사'들을 양성하기 위한 값진 교육입니다.
이번 교육을 통해 양성되는 청년재무상담사들은 청년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힐링 멘토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인재들입니다. 앞으로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현재 청년연대은행 조합원과 후원회원으로 함께 해 주실 분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가입을 희망하시는 분들은 daum 청년연대은행 카페에 방문해 주세요. 그리고 페이스북에 청년연대은행 그룹도 있으니까 편하게 방문하셔서 글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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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조금득 기자는 청년연대은행에서 일하고 있습니다.